09.21(토)

[송국건정치칼럼] ‘강효상 논란’ 읽기

| 2019-05-27 08:50:24

한미정상 未발표 대화 공개

기밀유출-국민알권리 충돌

유출 아닌 대화내용이 본질

정상대화 발표 아전인수니

실제 대화내용이 궁금한것


현직 외교관이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미발표 통화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놓고 여러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파동으로 국회 문이 닫힌 상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여당이 야당 의원을 외교상 기밀 유출이라며 고발까지 하는 바람에 정국도 더 얼어붙었다. 강 의원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이틀 전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 쪽에서 좀 굴욕적으로 트럼프의 방한을 성사시키려 했다는 느낌이 든다. “방일 직후인 5월 하순 한국을 방문해 달라.”(문 대통령), “흥미로운 제안이다. 방한한다면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일정이 바빠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즉시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주한미군기지 앞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만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트럼프)

이에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외교부와 함께 감찰에 들어갔고 유출자를 찾아내 내부 징계와 법적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일을 유출했다고 문제삼으니, 청와대가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야당에서 나온다.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북미대화 재개 중재를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일이 자꾸 꼬이고 결과적으론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 확보된 통화 내용을 공개한 걸로 보인다. 굴욕외교, 저자세 방한 요청 논란이 일어날 요소가 충분한데 이 대목은 본질일 수 있다. 이는 ‘외교 기밀 유출’ 문제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출에만 매몰돼 버리면 정치판에서 흔히 있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돼버린다. 본질은 온데간데 없고 이슈가 제기된 과정만 놓고 논란이 일어난다.

그동안 한미 정상회담이나 정상통화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청와대와 백악관이 엇박자를 내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대화 내용이 뭔지 관심을 끈 측면도 있다. 두 정상이 대화를 하고 나면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백악관은 ‘북한 비핵화’를 논의했다고 발표하는 식이다. 대북제재 수위나 심지어 미국산 무기 구입 같은 부분에서도 온도차가 나곤 했다. 지금 논란이 된 5·7 통화 브리핑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반면, 백악관은 식량 지원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두 정상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는데, 청와대 발표문엔 ‘FFVD’라는 표현은 없었다. 그 자리는 “양 정상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는 대목이 차지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강 의원의 미발표 대화 내용 공개로 한미 신뢰관계가 깨졌다며 맹비난하지만 청와대와 백악관의 브리핑 엇박자에서 보듯 두 나라 사이 신뢰에는 그 전부터 큰 금이 가 있었다. 대통령끼리 나눈 말을 서로 아전인수 격으로 발표해 버리니 실제로 두 정상이 어떤 말을 나눴는지 미발표 대화 내용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차에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양쪽에서 모두 발표되지 않은 대화록을 손에 쥐었고, 그 내용이 국민감정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야당 국회의원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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