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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광장] 사법부가 쥔 저울의 무게

2019-07-12
[금요광장] 사법부가 쥔 저울의 무게
전지현 변호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로비에는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 ‘디케’ 조형물이 있다. 이는 법원이 갖춰야 할 공정, 엄중성이 갖는 무게감의 상징이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심리를 지난달 24일 6회를 끝으로 예상보다 빨리 종결했다. 이 사건은 뇌물을 줬다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공모해서 받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세 사람이 관련돼 있다. 하급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청탁을 했는지, 최순실에게 고가의 말을 아예 넘겼는지에 대한 판단이 달랐다. 따라서 여러 경우의 수가 있기는 하지만, 정치권은 벌써부터 확정 이후의 사면이 내년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해보는 분위기다.

지금부터 3년 전쯤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국민행복시대를 이루겠다던 지난 정부는 집권 4년차를 맞아 여기저기 붕괴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청산’이란 말이 등장했다. 적폐는 쌓인 폐단이니 청산되는 건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사정정국의 바람은 군, 국정원, 급기야 사법부에까지 미쳤다. 죄명은 대부분 ‘직권남용’이었다. 불구속 수사나 재판도 있지만 ‘적폐’들에게는 인과응보처럼 구속이 적용됐다. 주4회 몰아치기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심급마다 6개월로 정해진 구속기한 역시 ‘적폐’들에게는 지나친 혜택으로 간주했는지 추가 기소를 통한 구속기간 연장이 당연시됐다. 어쩌다 석방되는 사람이 있으면 담당판사의 잘못이었다. 계속되는 구속 행렬에 지쳐갈 때쯤,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쪽에선 ‘촛불이 원한 게 이거였냐’고 분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연 법원은 국민의 분노를 충족시켜줘야 하는가.

박 전 대통령은 총 3차례 기소가 되었는데, 그중 가장 비중이 큰 사건이 최근 심리를 마친 뇌물 사건이다. 소송기록만 수십만 페이지에 이르지만, 일사천리 신속재판으로 벌써 마무리 단계다. 주목할 부분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공모를 했는지, 이 부회장이 청탁을 했는지, 삼성이 의도를 가지고 승마지원을 했는지 등이다. 일단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기본적 판단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30억원 상당의 말 소유권을 사실상 넘겼는지도 문제되지만, 어떤 판단이 나와도 형량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대법원의 판단이 특히 주목을 받는 점은 두 가지다. 이 부회장의 신변,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다.

대법원은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에 대한 쟁점을 하나로 정리를 해줘야 한다. 만일 삼성의 경영권 승계시나리오가 인정된다면 이 부회장은 항소심이 판단한 ‘정치권력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경영인’이 아니게 된다. 이 경우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정치권력에 밀착한 부도덕한 경영인’이 되어 다시 구속이 될 수 있다. 최근 보도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황을 보면 분위기는 인정 쪽으로 기우는 것 같기도 하다. 만일 법원이 파기환송을 통해 재판을 연장한다면,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수장은 언제 실형을 살지 모르는 불안한 피고인의 상태로 남는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때 내년 총선 일자를 감안한다면 대법원 선고의 시기와 내용에 따라 정치적 파장은 달라진다. 사법부의 판단이 이렇게 중요하다.

늦어도 이 더위가 끝날 때쯤 대법원 선고가 내려지면 여러 갈래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법리에 따른 판단이었다’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법리에 따른 판단을 했다고 할 때, 이 법리라는 것은 ‘1+1=2’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떻게 하나의 답만 있을까. 법관도 여러 규정과 판례를 가지고 가장 합당한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고, 분명 다르게 해석할 부분이 있다.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 위에 증거 외 다른 이물질이 올려져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양심을 준수했는지는 법관 본인만이 안다. 나중에 있을 어떤 비판에도 법원이 스스로 당당하기를 바란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는 여신 ‘디케’가 저울을 들었지만 현실의 저울은 사법부가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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