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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강화해도 꺼리는 공익신고 대구경북선 ‘0건(비실명 대리신고)’

2019-08-26

“조직에 배신자 낙인 찍힐까 우려”
의리중시 지역 정서적 특성 원인
자문단 연락처 찾는것도 어려워

공익신고자의 신원 노출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 도입된 ‘비실명 대리신고제’가 제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다 신고자의 신원노출 우려, 그리고 지역민의 정서적 문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개정한 비실명 대리신고제는 공익신고자가 직접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통해 대리신고하는 제도다. 변호사가 신고자 조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대신해주고, 사건 관련 기록에도 변호사 이름만 남는 등 신고자를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 관련된 모든 비용도 국민권익위가 맡아 신고자의 부담은 없다.

하지만 이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25일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비실명 대리신고제 시행 이후 10개월간 전국에서 접수된 신고 건수는 11건에 불과하고, 대구경북에서는 단 1건도 없다. 지역에선 관련 문의조차 없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이처럼 신고율이 저조한 것은 제도의 신뢰성 상실 영향이 크다. 지난 6월 유명가수 마약의혹 사건 당시 비실명 대리신고를 한 A씨의 실명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 권익위는 최근 해당 언론사 기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무너진 믿음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의 홍보부족과 담당자에 대한 낮은 보수도 한몫하고 있다.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비실명 대리신고제도를 알고 있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고, 다른 사건 수임시 변호사 보수보다 권익위가 지원하는 수당이 낮아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것.

권익위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으로 변호사 50명을 선정, 자문변호사단(대구 1명·구미 1명)으로 위촉하고, 홈페이지에 변호사의 프로필과 e메일 주소를 게재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서 알림판에 게재된 알림글 18개를 일일이 넘겨봐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자문단의 연락처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다. 신고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무성의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대구경북에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또다른 이유를 지역민의 정서적 특성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대구의 한 변호사는 “의리를 중시하는 지역 문화 특성상 내부고발행위가 조직과 동료를 배신하는 비겁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잘못된 문화나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선 내부자의 고발이 필요한 만큼 비실명 대리신고제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지훈 대구경북권 자문 변호사는 “신고자 보호에 주안점을 둔 제도인 만큼 시민들이 안심하고 신고해도 될 것 같다. (자문 변호사들이) 도와줄 준비가 돼 있으니 많이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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