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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문화산책] 스승은 유튜브에 다 있다?

2019-10-10
[문화산책] 스승은 유튜브에 다 있다?
김수상<시인>

유튜브 열풍이라 할 만합니다. 뉴스·다큐·오락은 물론 인문학 강의, 심지어는 엽기 생방송까지 세상의 온갖 지식과 즐길 거리가 유튜브에 차고 넘칩니다. 걸음마도 하지 못하는 아이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 뼘 크기도 되지 않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우는 아이는 유튜브를 틀어주면 울음을 그치고, 잠 못 드는 노인들도 유튜브를 켜놓은 채 잠을 청합니다. 머리맡에 책이 놓이던 시절은 옛말입니다. 검색만 하면 필요한 내용들을 유튜브가 영상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책 읽어 주는 남자, 책 읽어 주는 여자도 유튜브에 다 있으니 괜히 눈아프게 책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지식은 이제 검색만 하면 우리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문자를 몰라 음성으로 검색해도 ‘보이스 서치 시스템’이 알아서 척척 찾아줍니다.

유튜브에서 하는 법문을 듣고 견성한 분도 보았습니다. 그 어렵다는 본래면목을 찾는 일도 유튜브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유튜브는 욕망의 튜브가 흘러드는 빅데이터입니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개인의 기호에 맞춤식으로 부응하면서, 튜브를 통해 손바닥까지 전송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러닝’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현들은 천하를 주유하며 진리의 말씀을 펼쳤지만, 이제는 손가락 한 번만 터치하면 진리의 말씀에 접속합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선지식(善知識)의 말씀들도 녹음파일을 통해서 영상과 함께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고대 인도의 철학 경전인 ‘우파니샤드’는 산스크리트어로 ‘무릎 가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스승의 무릎 가까이에 앉아 제자가 스승에게 진리를 직접 전수받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진리는 이렇듯 몸과 눈빛을 통해 전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엄청난 해상도의 영상은 대상이 마치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합니다.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의 말씀도 이 거대한 튜브에서 쏟아집니다. 욕망은 이제 접속만 하면 5G의 속도로 우리 눈앞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가상현실과 사물인터넷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이제 전지전능한 신의 자리를 엿보고 있습니다.

‘금강경’에 “무릇 있는 바 형상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니게 본다면 곧 여래를 보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형상은 우리 앞에 터치만 하면 펼쳐지지만,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형상들이 형상이 아닌 줄 알아야 진정한 진리에 접속할 것입니다. 눈앞의 일들은 우리 앞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제행(諸行)이 무상(無常)인 줄 알아야 유튜브에게 진리를 빼앗기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도 유튜브가 생산해내는 놀라운 정보의 위력 앞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헛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김수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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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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