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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남대 바로잡기

2019-11-01
[기고] 영남대 바로잡기

때는 2019년 5월. 3·1운동 100주년이자 백산무역설립 100주년에 안동 하회의 병산서원에서 독립운동 후손 및 명문종가들의 모임인 영종회와 유림인사들 100여명이 모였다. 경주 최부잣집의 11세주손인 최염 선생(86)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서원은 원래 국공립대학 격인 향교와 쌍으로 설립된 민립의 고등교육기관이었다. 자본이나 권력이 아닌 지식인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서원은 선현을 모시고 학인을 가르치는 일을 한 민족의 유산이다. 병산서원 등 9개 서원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런 유서 깊은 곳에서 민립의 구(舊) 대구대학을 주제로 한 강연이 열린 것이다.

‘깨끗한 부’의 상징으로서 오랫동안 민족의 귀감이 되어온 경주 최부잣집 9세손 문파 최준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헌신하다가 광복 후 일제로부터 되찾은 재산으로 영남유지들과 함께 서원과 같은 맥락의 ‘민립’ 대구대학을 1947년에 설립했다.

얼마 후 이 대학을 삼성 이병철 회장에게 경영을 맡기게 된다. 민립의 취지를 당부하면서. 이병철 회장도 경영을 맡을 때는 ‘한수 이남의 제일가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하지만 격변하던 상황에서 자신이 궁지에 몰리게 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개인에게 헌납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 사후, 재단을 맡은 28세의 박근혜는 ‘교주’라는 개념 아래 소유물처럼 운영하다가 비리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자 1988년 11월 ‘영남학원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퇴진한다.

그랬던 것이 20년이 지나 이명박정권이 들어서자 박근혜 세력은 ‘종전이사’라는 이름을 달고 복귀했다. 주지하다시피 그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그 하수인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이 오랜 과정에서 영남대가 한국 현대사에 주는 충격은 바로 ‘민립’이란 이름의 전통적 개념이 무참히 파괴된 것이다. ‘모범생’을 ‘깡패’로 권력자가 바꾼 것이고, 그걸 모두들 본받고 있으니 이게 바로 우리 사학문제의 뿌리다.

한국의 사립대학 중 과반은 빈 땅에 설립인허가만 취득해 입영연기 혜택의 등록금으로 쌓아올린 캠퍼스다. 나라의 혜택을 받아서 유·무형의 공적 자산을 사유화해가는 장치가 작동한 끝에 오늘의 대학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면 도저히 개인의 소유일 수 없는 존재임에도 영남대 같은 롤모델이 반세기에 걸친 권력자에 의해 뒷받침이 됐다. 필자가 속한 수원대도 개인의 소유의식이 극한상태까지 팽창해 있다. 수천억원의 등록금을 쌓아놓기만 해서 학생들에게 환불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수원대의 경우, 교육부의 여러 차례 고발로 비리가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검찰 및 언론 등의 옹호를 받고 7년째 버티고 있다.

최근 여러 국회의원들의 교육재단이 그런 식으로 세습해오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게 바로 권력의 폐해가 아니겠는가. 이를 바로잡아야 지난 시대를 바로잡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이젠 결자해지할 때가 됐다. 바로잡을 방법도 나왔다. 학봉종가 등 24인의 영종회 종손과 이날 참석한 이들, 그리고 많은 대구경북주민들이 ‘영남대 바로잡기’에 서명했다. 이 서명들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대구경북의 본래 면목이자 정체성이 독립운동정신과 유구한 민족정신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 정부도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전 한국대학학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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