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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광장에서] 돈의 계단

2024-04-26

독립경제로 일찍 은퇴하는
FIRE족이 청년에 화제다
사회적 안전망 더 탄탄해져
성실히 살아낸 국민들 삶이
생마감까지 노동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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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현호〈주〉콰타드림랩 대표

2010년 여름, 나는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의 경영대학에서 교류 학생으로 수학했다. 학업을 전후로 유럽의 여러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북유럽에선 노숙자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노인분들의 삶에선 평온과 여유가 느껴졌다. 선진 복지사회에서는 청년기와 중년기를 보낸 이들이 노년기에는 생만을 위한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삶의 품격을 누리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배려가 주어진다. 반면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1위에 근접하며, 빈부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노년의 삶은 경제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인다. 사회 안전망이 단단하지 못한 탓이다.

사회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만큼 경제적 안정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선 FIRE족이 화제다. FIRE족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줄임말로 독립 경제를 구축해 일찍 은퇴하는 이를 일컫는다. 그런데 FIRE족의 의미를 몇몇은 오해하고 있다. 젊었을 때 바짝 그리고 크게 벌어 은퇴하고 이후에 편안하게 여행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며 살아가는 삶이 FIRE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FIRE족의 진정한 의미는 더욱 적극적인 개념이다. 경제적 자유를 일찍 달성하고 자기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경제적 제약 없이 추구하는 삶이다. 보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가깝다.

파이어(FIRE)족은 3단계로 구분되는 돈의 계단에서 자동화된 2단계 혹은 3단계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경우를 일컫는다. 돈의 계단은 1단계 근로소득, 2단계 사업 소득, 3단계 투자 소득(자본소득)으로 나누어진다. 1단계 근로소득의 단계에서는 노동의 시간과 급여가 비례하는 단계다. 일한 시간만큼 시급과 월급 그리고 연봉의 개념으로 소득이 만들어지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소비에 대한 절제와 일에 대한 성실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사업소득을 위한 씨앗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2단계 사업소득의 단계는 사업 시스템을 통해 돈을 버는 단계이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누군가로부터 정해진 급여를 받지 않고 스스로 사업 시스템을 통해 급여와 이익 잉여금을 만들어 내는 단계이다. 3단계는 자본(투자)소득의 단계이다. 근로소득, 사업 소득 단계에서 자본을 누적해 온 그룹과 출발선에서 상속과 증여를 통해 자본소득의 밑천이 되는 현금성, 비현금성 자산을 이미 확보한 경우이다. 자본소득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자본금이 상호 작용해 배로 불어나는 승수 효과를 낸다. 자본소득의 단계에서는 경영, 회계, 세무, 노무, 법무, 주식, 부동산 등의 지식이 요구된다.

돈을 많이 벌어 뭐하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면 다수는 개인적, 사회적 관계를 이야기한다. 부모, 자녀, 친척, 친구 등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돈을 사용하고 싶다고 한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고 돈을 쓰는 순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야말로 잘 벌고 잘 쓰는 삶이다.

경제력이란 가장에게는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것을 당당하게 사줄 수 있는 엄마 아빠의 사랑이다. 부모님의 여생이 조금 더 행복한 추억과 기억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해주는 아들과 딸의 효이기도 하다. 한 개인의 삶에서 돈이 사람 위에 존재하지 않게 하려고 개인에게 있어 경제력은 중요하다. 성실히 삶을 살아낸 국민과 시민들의 삶이 생을 위한 노동으로 생의 마감까지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사회적 안전망이 더 탄탄해지길 바라는 이유다.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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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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