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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길형식의 길] 그날의 아픈 기억,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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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활동가

1995년 4월28일 오전 7시52분. 천지를 뒤흔들 정도의 굉음과 함께 커다란 불기둥이 대구 상인네거리를 집어삼켰다. 바로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다. 당시 문민정부 들어 유독 대형참사가 연달아 발생했는데, 불과 4개월 전에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도시 가스폭발 사고가 있었다. 철저한 인재였다. 주먹구구식 허술한 도시가스 관리체계와 경험 없는 건설사의 공사장 관리가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이 폭발 사고로 사망 101명, 부상 202명 등 총 300여 명의 사상자를 냈고, 건물 80여 채와 차량 150대 이상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등교 중에 사망한 영남중 학생 42명과 교사 1명의 사연은 모두를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당시 뉴스 속보 대신 고교야구가 중계될 정도로 유독 미비했던 언론보도가 사실은 집권당의 의도적 은폐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특히 사건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많은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고 여파로 공사 발주처 대구백화점은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큰 타격을 입는 바람에 부지를 토지공사에 매각해야 했다. 후에 부지를 낙찰받은 롯데쇼핑이 결국 주인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롯데백화점의 대구 진출의 나비효과가 된 것이다. 여담이지만 한동안 부지는 잡초만 무성한 공터로 방치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동춘서커스단의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완공 후에는 유령을 목격했다는 도시 괴담도 떠돌았다.

며칠 전 29주기였다. 월성1동에 있는 학산공원에 관심 가지는 대구 시민은 드물다. 이곳에는 상인동 가스 사고 희생자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유족들이 부실 공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웠던 건설사에서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인 건축물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에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 방영되어 잊힐 뻔한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생존했다면 중년의 나이가 되어 사회의 일원으로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 되었을 학생 희생자들. 한동네에 살던 또래였기에 더욱 안타깝다. SNS가 없던 시절 전 국민적인 추모로 이어지진 않았던 사건, 비록 30여 년 전의 옛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관련 신문 기사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냉랭한 추모 열기가 아쉽다. 상인네거리를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그날의 아픈 기억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뿐이다. 기억은 힘이 세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과 과정을 기억하고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거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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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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