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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그단새] 흰목물떼새 부부의 봄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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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

나는 내성천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산다. 내성천에는 작년 여름 몇 차례 큰물이 지나갔다. 강바닥을 뒤덮고 있던 버드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쓰러진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영주댐 건설 이후 처참하게 변한 강의 생태계를 하늘이 안타깝게 여긴 것일까. 내성천의 모래톱 일부가 작년 여름 이후 눈에 띄게 살아나고 있는 건 불행 중 다행이다. 사람이 망가뜨린 강을 회복시키려고 보다 못해 자연이 팔 걷고 나선 듯하다.

내가 산책하는 내성천 물길을 따라 고(故) 채수근 상병이 떠내려갔다. 작년 7월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예천 수해 현장을 방문했고, 18일 해병대 1사단은 실종 주민 수색을 위해 장병들을 예천 내성천에 투입했다. 아내는 빨간색 상의에다 전투복 하의를 입은 해병대 병사들이 강둑으로 걸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19일 보문교 아래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채 상병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 내성천 산책길은 채 상병의 죽음을 생각하는 길이 되었다.

4월 중순, 멀리 전주에서 온 후배들과 물가를 걷다가 네 개의 새알을 발견했다. 모래톱 강바닥 일부에 자갈이 깔린 곳이었다. 자갈 틈에 튼 둥지라 하마터면 밟고 지나갈 뻔했다. 푸른 기운이 감도는 회색빛 알은 점점이 자잘한 점무늬가 찍혀 있었다. 말로만 듣던 흰목물떼새의 알이었다. 흰목물떼새는 멸종위기 2급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내성천의 깃대종이다. 깃대종이란 특정한 지역의 생태계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동식물을 말한다, 어미새 몸의 길이는 20㎝가 조금 넘는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둥지를 바라보는 동안 허공에서 어미가 허공 10m쯤의 높이에서 원을 그리며 다급하게 울었다. 강변에 불현듯 나타난 우리 일행을 경계하는 소리였다. 그것을 알 속의 새끼들에게 엄마가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할 것이다. 알을 낳은 후 28일 동안 포란을 한다는 흰목물떼새, 사촌 동생이 어릴 적에 강변을 돌아다니며 줍기도 했다는 흰목물떼새, 목에 가늘디가는 흰색 머플러를 두른 흰목물떼새.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 알은 구별이 어렵다고 한다. 내성천 생태사진가 박용훈 선생에게 물었다. "꼬마물떼새는 무늬가 볼펜 똥 무늬와 비슷한데 사진으로 봐서는 흰목물떼새 같습니다. 비가 올 때 모래톱에 사람이 들어가면 어미들이 둥지를 떠날 수도 있어요. 알이 비에 젖으면 부화에 성공할 확률이 낮아집니다. 한번 보셨으면 가급적 들어가지 말고 떨어져서 스코프 등으로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둥지를 자꾸 찾으면 천적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 새끼가 나온 후 천적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박 선생의 경고를 듣지 않고 몇 번 더 알을 보러 갔다.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원래의 둥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하나의 둥지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자갈밭이 아니라 모래톱 위였다. 아, 4월에는 강바닥으로 들어가지 않는 게 흰목물떼새를 돕는 일이구나. 그때 새끼에게 위험이 닥쳤다는 걸 감지한 새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둥지와는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그 걸음을 따라가다 멈추면 새도 걸음을 멈추고, 내가 둥지에서부터 70m쯤 밖으로 벗어났을 때쯤 재빨리 방향을 바꾸어 알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흰목물떼새 수컷인지도 몰랐다.

그단새 5월이다. 흰목물떼새 부부가 부화에 성공할 때까지 나는 내성천에 가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겠다.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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