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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창] 챗GPT가 지식과 교육을 무너뜨릴까?

2024-05-08

변화에 능동적 대처하고
교육·학계도 새시대 부합할
인재양성에 노력 기울여야
AI시대에도 지식과 교육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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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최근 한 대학 교수와 차담을 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학생들 대부분이 과제물 작성은 물론 공부에까지 챗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수는 학생들이 인공지능(AI)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사고력이 떨어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된다 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이는 대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등학생들은 '대통령과 정치인보다 유튜버를 더 신뢰한다'고 한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청년들은 박사학위를 보유한 사람보다 인플루언서에게 더 배우고 싶어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지식 체계와 권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AI라는 기술 혁신까지 가세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전통적인 지식의 권위가 약화되는 대신, 보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지식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AI계의 대모 페이페이 리(Fei-Fei Li)는 CES2024에서 AI를 '심화된 수평 기술(deepened horizontal technology)'이라 칭했는데, AI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식의 위계가 약화되고, 다양한 주체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이 열릴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우리 사회를 보다 역동적이고 혁신적으로 변모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단순 작업에서 해방시키고, 보다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하여 단순 암기나 작문에 할애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더 높은 차원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까?

변화는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싹을 품고 있기도 하다. AI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우리가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따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인류는 그런 과정을 수백 번도 넘게 반복해왔다.

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드로스'에는 소크라테스가 책과 같은 텍스트를 두고 '진정한 지혜가 아닌 피상적 지식만 줄 것'이라 경계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역사는 책이 인류 지성사에 끼친 기여를 증명해 왔다. 그런 소크라테스의 주장마저 플라톤의 텍스트를 통해 유통되었다는 아이러니도 재미있다. AI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의 문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해 나가는 자세다. 교육계와 학계는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정부와 기업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개개인 모두가 평생 학습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의 발전이 전통적인 지식 체계와 교육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지식과 교육의 붕괴로 볼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한다면, AI 시대에도 지식과 교육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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