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주인공과 그들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이미 끝난 드라마의 모든 순간이 다시 살아나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된다. 달달한 로맨스와 가슴 아픈 사연들, 울고, 웃고, 따뜻하고 왁자한 온갖 소리들이 펄펄 되살아나 가슴은 찌릿하고 심장이 뛴다. 그래서 우리는 부러 그곳을 찾아가고, 그곳은 오늘의 주인공을 감동적으로 감싸 안아 준다. 말없이 감미롭고 눈부신 장소들이 포항 바다 곳곳에 있다.
'이 연애는 불가항력' '런 온'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명소
바다로 뻗은 이가리 닻 전망대
동네 사랑방 상점마다 정겨움
바다 뷰 감성 숙소 매력 더해
'웨딩임파서블' '동백꽃 필 무렵'
호미반도둘레길·日 가옥거리
인생드라마 장소 즐거운 체험
그 예쁜 바다 앞엔 어쩌면 미주가 서 있을지도…
◆'이 연애는 불가항력' '런 온'- 이가리 닻 전망대
이가리의 북쪽 가장자리는 용산 자락이 동해로 툭 내려서는 벼랑이다. 그 벼랑의 무성한 해송 숲에서부터 부드러운 모래와 거친 돌들의 해변을 지나 바다를 향해 전망대가 뻗어 나간다. '이가리 닻 전망대'다. '닻' 모양을 형상화한 전망대는 2020년 5월에 준공됐다. 물살에 휘어진 듯한 닻채는 10m 높이의 강철 다리로 꿋꿋하게 서 있고 닻 머리는 102m 앞바다에서 독도를 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독도까지는 직선거리로 251㎞, 이가리 닻 전망대는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고 있다. 특히 일출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2023년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의 주인공 이홍조(조보아)와 장신유(로운)가 일출 데이트를 했다. 2021년 2월에 종영한 드라마 '런 온'에서도 아침의 푸르스름한 기운 속에 이가리 닻 전망대가 등장한다. 임시완과 신세경이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 '런 온'은 영화 번역가와 육상 선수라는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미주(신세경)는 선겸(임시완)이 자주 러닝 한다는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그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진다. "잘해서요, 기다리길 잘했다 싶어서. 아 바다 진짜 예쁘다." 미주가 바라보았던 그 예쁜 바다가 이가리 닻 전망대의 남쪽 바다다.
그 남쪽 바다에는 반짝이는 작은 모래밭의 해수욕장이 있다. 산자락에서부터 떨어져 나와 스스로 바다로 굴러간 듯한 갯바위들의 바다, 이가리 간이해변이다. 2021년 개봉한 영화 '서복'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로 배우 공유, 박보검, 조우진, 박병은, 장영남 등이 출연했다.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의 특별한 동행 속에서 서복이 처음으로 바다를 본 곳이 이가리 해변이다. 서복은 이곳에서 스크린이 아닌 진짜 바다를 보고 밀려오는 파도를 손으로 느낀다. "그럼 사는 건 좋았어요?" 서복의 질문에 기헌은 과거를 떠올리며 오열한다. 서복은 그런 기헌을 위해 돌무덤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혼자가 된 기헌이 이 바다를 다시 찾아와 서복이 만들어 준 돌무덤 위에 돌 하나를 얹는다.
갯마을 공진시장 누비는 홍반장이 달려올지도…
◆'갯마을 차차차'-청하공진시장과 곤륜산
2021년 여름 tvN에서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는 안방극장을 넘어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홍반장'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현실주의 치과 의사 윤혜진(신민아)과 만능 백수 홍두식(김선호)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로맨스와 코미디에 풋풋한 갯마을 냄새까지 더해졌던 드라마는 다양한 연령층의 인기를 얻으며 초반부터 '저기가 어디야?'라는 폭발적인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 주요 공간이 바로 '청하공진시장'이다. 청하공진시장은 아침 일찍 개장해 점심 무렵 파하는 전형적인 시골시장으로 1일과 6일에 장이 서는 5일장이다.
드라마 속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보라슈퍼', 바로 옆의 '공진반점', 보라 아빠가 운영했던 '청호철물', 혜진이 동네 꼬마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오징어 탑'과 전직 가수 오윤의 카페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 등 지금도 드라마 속 공진시장의 풍경이 대부분 남아 있다. 장날이 아니어도 카메라를 들고 시장을 누비는 이들이 언제나 눈에 띈다. 청하공진시장의 25곳 상가가 드라마 배경이 되었고 대다수 상인들은 길손으로 출연했다고 한다.
혜진의 '윤치과'는 청진항에 있고 현재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홍두식의 '산으로 올라간 배'는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꼭대기에 있다. 사방기념공원은 드라마 '꼭두의 계절'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오도리 남쪽 칠포에 오뚝하니 선 곤륜산도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지다. 혜진의 학교 선배인 지성현PD(이상이)와 홍반장이 이 산 위에 나란히 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일망무제의 세상을 보며 길치였던 성현이 말했다. '헤매기도 하고, 종종 돌아가기도 하지만 인생은 알아서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굴러간다'고.
청하공진시장 인근에 자리한 한옥독채 스테이 청하와 스태이 해늘 등은 대문을 나서면 금세라도 공진시장 사람들을 만날 것 같은 감성 숙소다. 청하공진시장의 동쪽 월포해수욕장에서부터 이가리, 청진리, 오도리 지나 칠포까지 많은 숙소들이 포진해 있다. 퐝퐝CAR무인텔, 풀앤풀빌라 독채 펜션, 캠프이가리85, 청진하다펜션, 마크 풀빌라, 씨엔242, 씨캐슬 펜션 등 대부분이 바다 뷰의 감성 숙소다. 이른 아침 해변을 달려 이가리의 일출을 보아도 좋겠다. 서복이 본 최초의 바다와 만나도 좋겠다. 어쩌면 미주가 그곳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저기서 홍반장이 달려올지도 모른다. 인생은 알아서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굴러가니까.
◆'웨딩 임파서블' '빅마우스'-호미반도해안둘레길
영일만의 가운데에 자리한 포항 신항의 남쪽으로 유난히 보드라운 모래의 청림 해변과 연오랑과 세오녀가 바위를 타고 바다 너머로 떠나갔다는 전설의 도구 해변이 길게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해안선은 호미반도를 감싸며 나아가는데 청림에서 호미곶까지 약 25㎞, 호미곶에서 포항 해안선의 남쪽 끝인 두원리까지 33㎞를 합한 58㎞의 길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라 한다. 이 길의 곳곳에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올해 초 방영되었던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은 동성애자인 재벌 후계자와 위장 결혼을 결심한 무명 여배우 아정(전종서)과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예비 시동생 지한(문상민)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물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아정과 지한이 훌쩍 떠나 다다른 곳이 도구해변이다. 두 사람의 갑갑한 마음이 한순간에 날아갈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에서 지한이 아정에게 말한다.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호미반도해안둘레길 1코스의 끝이자 2코스의 시작점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서는 드라마 '런 온'과 '이 연애는 불가항력' 등이 촬영됐다. 지난해 말에 시작해 올해 1월에 종영한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씨름선수 김백두(장윤동)와 소싯적 골목대장인 그의 첫사랑 오유경(이주명)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다. 이 드라마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대보1리 마을회관, 구만해변길, 대보항 방파제, 구만리의 진수백반과 오핑 카페, 구룡포 보릿돌교, 장길리 낚시공원 등 호미반도 둘레길 곳곳에서 촬영되었으며 바다 건너 포스코의 찬란한 야경도 배경으로 활약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2019년 '동백꽃 필 무렵' '2009 외인구단', 1991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등의 촬영지로 이미 이름 높다. 장기면 일대에서는 2013년 드라마 '맏이'가 촬영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인생드라마로 꼽는 2002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주인공 고복수(양동근)와 전경(이나영)이 데이트하던 바닷가는 호미곶이다. 2022년 이종석, 임윤아 주연의 드라마 '빅마우스'에는 호미곶의 '스타스케이프 풀빌라'가 등장한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카페 겸 숙소로 정평이 나 있는 스타스케이프 풀빌라는 고미호(임윤아)를 적극적으로 도와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장혜진(홍지희)의 숙소였다. 호미곶에는 멋진 숙소가 많다. 그로부터 남쪽으로 아름답게 한가해지는 길을 따라 포항의 바다를 가진 많은 숙소들을 만날 수 있다.
글=류혜숙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이 연애는 불가항력' '런 온'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명소
바다로 뻗은 이가리 닻 전망대
동네 사랑방 상점마다 정겨움
바다 뷰 감성 숙소 매력 더해
'웨딩임파서블' '동백꽃 필 무렵'
호미반도둘레길·日 가옥거리
인생드라마 장소 즐거운 체험
그 예쁜 바다 앞엔 어쩌면 미주가 서 있을지도…
조보아와 로운의 '이 연애는 불가항력', 임시완과 신세경이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 '런 온', 공유·박보검이 출연한 복제인간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 '서복'의 배경이 된 이가리닻 전망대와 이가리 간이해변. |
◆'이 연애는 불가항력' '런 온'- 이가리 닻 전망대
이가리의 북쪽 가장자리는 용산 자락이 동해로 툭 내려서는 벼랑이다. 그 벼랑의 무성한 해송 숲에서부터 부드러운 모래와 거친 돌들의 해변을 지나 바다를 향해 전망대가 뻗어 나간다. '이가리 닻 전망대'다. '닻' 모양을 형상화한 전망대는 2020년 5월에 준공됐다. 물살에 휘어진 듯한 닻채는 10m 높이의 강철 다리로 꿋꿋하게 서 있고 닻 머리는 102m 앞바다에서 독도를 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독도까지는 직선거리로 251㎞, 이가리 닻 전망대는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고 있다. 특히 일출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2023년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의 주인공 이홍조(조보아)와 장신유(로운)가 일출 데이트를 했다. 2021년 2월에 종영한 드라마 '런 온'에서도 아침의 푸르스름한 기운 속에 이가리 닻 전망대가 등장한다. 임시완과 신세경이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 '런 온'은 영화 번역가와 육상 선수라는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미주(신세경)는 선겸(임시완)이 자주 러닝 한다는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그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진다. "잘해서요, 기다리길 잘했다 싶어서. 아 바다 진짜 예쁘다." 미주가 바라보았던 그 예쁜 바다가 이가리 닻 전망대의 남쪽 바다다.
그 남쪽 바다에는 반짝이는 작은 모래밭의 해수욕장이 있다. 산자락에서부터 떨어져 나와 스스로 바다로 굴러간 듯한 갯바위들의 바다, 이가리 간이해변이다. 2021년 개봉한 영화 '서복'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로 배우 공유, 박보검, 조우진, 박병은, 장영남 등이 출연했다.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의 특별한 동행 속에서 서복이 처음으로 바다를 본 곳이 이가리 해변이다. 서복은 이곳에서 스크린이 아닌 진짜 바다를 보고 밀려오는 파도를 손으로 느낀다. "그럼 사는 건 좋았어요?" 서복의 질문에 기헌은 과거를 떠올리며 오열한다. 서복은 그런 기헌을 위해 돌무덤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혼자가 된 기헌이 이 바다를 다시 찾아와 서복이 만들어 준 돌무덤 위에 돌 하나를 얹는다.
갯마을 공진시장 누비는 홍반장이 달려올지도…
2021년 여름 tvN에서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보라슈퍼', 보라 아빠가 운영했던 '청호철물', 전직 가수 오윤의 카페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 지금도 드라마 속 공진시장의 풍경이 대부분 남아 있다. |
◆'갯마을 차차차'-청하공진시장과 곤륜산
2021년 여름 tvN에서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는 안방극장을 넘어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홍반장'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현실주의 치과 의사 윤혜진(신민아)과 만능 백수 홍두식(김선호)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로맨스와 코미디에 풋풋한 갯마을 냄새까지 더해졌던 드라마는 다양한 연령층의 인기를 얻으며 초반부터 '저기가 어디야?'라는 폭발적인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 주요 공간이 바로 '청하공진시장'이다. 청하공진시장은 아침 일찍 개장해 점심 무렵 파하는 전형적인 시골시장으로 1일과 6일에 장이 서는 5일장이다.
드라마 속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보라슈퍼', 바로 옆의 '공진반점', 보라 아빠가 운영했던 '청호철물', 혜진이 동네 꼬마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오징어 탑'과 전직 가수 오윤의 카페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 등 지금도 드라마 속 공진시장의 풍경이 대부분 남아 있다. 장날이 아니어도 카메라를 들고 시장을 누비는 이들이 언제나 눈에 띈다. 청하공진시장의 25곳 상가가 드라마 배경이 되었고 대다수 상인들은 길손으로 출연했다고 한다.
혜진의 '윤치과'는 청진항에 있고 현재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홍두식의 '산으로 올라간 배'는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꼭대기에 있다. 사방기념공원은 드라마 '꼭두의 계절'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오도리 남쪽 칠포에 오뚝하니 선 곤륜산도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지다. 혜진의 학교 선배인 지성현PD(이상이)와 홍반장이 이 산 위에 나란히 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일망무제의 세상을 보며 길치였던 성현이 말했다. '헤매기도 하고, 종종 돌아가기도 하지만 인생은 알아서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굴러간다'고.
청하공진시장 인근에 자리한 한옥독채 스테이 청하와 스태이 해늘 등은 대문을 나서면 금세라도 공진시장 사람들을 만날 것 같은 감성 숙소다. 청하공진시장의 동쪽 월포해수욕장에서부터 이가리, 청진리, 오도리 지나 칠포까지 많은 숙소들이 포진해 있다. 퐝퐝CAR무인텔, 풀앤풀빌라 독채 펜션, 캠프이가리85, 청진하다펜션, 마크 풀빌라, 씨엔242, 씨캐슬 펜션 등 대부분이 바다 뷰의 감성 숙소다. 이른 아침 해변을 달려 이가리의 일출을 보아도 좋겠다. 서복이 본 최초의 바다와 만나도 좋겠다. 어쩌면 미주가 그곳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저기서 홍반장이 달려올지도 모른다. 인생은 알아서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굴러가니까.
'갯마을 차차차'의 주인공 홍두식의 '산으로 올라간 배'는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꼭대기에 있다. 사방기념공원은 드라마 '꼭두의 계절'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
영일만의 가운데에 자리한 포항 신항의 남쪽으로 유난히 보드라운 모래의 청림 해변과 연오랑과 세오녀가 바위를 타고 바다 너머로 떠나갔다는 전설의 도구 해변이 길게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해안선은 호미반도를 감싸며 나아가는데 청림에서 호미곶까지 약 25㎞, 호미곶에서 포항 해안선의 남쪽 끝인 두원리까지 33㎞를 합한 58㎞의 길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라 한다. 이 길의 곳곳에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올해 초 방영되었던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은 동성애자인 재벌 후계자와 위장 결혼을 결심한 무명 여배우 아정(전종서)과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예비 시동생 지한(문상민)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물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아정과 지한이 훌쩍 떠나 다다른 곳이 도구해변이다. 두 사람의 갑갑한 마음이 한순간에 날아갈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에서 지한이 아정에게 말한다.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호미반도해안둘레길 1코스의 끝이자 2코스의 시작점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서는 드라마 '런 온'과 '이 연애는 불가항력' 등이 촬영됐다. 지난해 말에 시작해 올해 1월에 종영한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씨름선수 김백두(장윤동)와 소싯적 골목대장인 그의 첫사랑 오유경(이주명)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다. 이 드라마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대보1리 마을회관, 구만해변길, 대보항 방파제, 구만리의 진수백반과 오핑 카페, 구룡포 보릿돌교, 장길리 낚시공원 등 호미반도 둘레길 곳곳에서 촬영되었으며 바다 건너 포스코의 찬란한 야경도 배경으로 활약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2019년 '동백꽃 필 무렵' '2009 외인구단', 1991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등의 촬영지로 이미 이름 높다. 장기면 일대에서는 2013년 드라마 '맏이'가 촬영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인생드라마로 꼽는 2002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주인공 고복수(양동근)와 전경(이나영)이 데이트하던 바닷가는 호미곶이다. 2022년 이종석, 임윤아 주연의 드라마 '빅마우스'에는 호미곶의 '스타스케이프 풀빌라'가 등장한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카페 겸 숙소로 정평이 나 있는 스타스케이프 풀빌라는 고미호(임윤아)를 적극적으로 도와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장혜진(홍지희)의 숙소였다. 호미곶에는 멋진 숙소가 많다. 그로부터 남쪽으로 아름답게 한가해지는 길을 따라 포항의 바다를 가진 많은 숙소들을 만날 수 있다.
글=류혜숙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박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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