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풀어헤친 여인의 턱부분에 남근석…자연의 ‘에로틱한 장난’
경칩을 앞둔 지난 주말, 춘삼월의 따뜻한 봄날을 기대하고 계획한 산행이었지만 허무하게도 살을 에는 찬바람과 맞닥뜨렸다. 추적추적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기온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눈 산행이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봄기운을 느끼려 찾은 곳은 금성산(金城山·530.1m)과 비봉산(飛鳳山·671.8m).
3월 말이면 온통 노란 산수유 꽃으로 뒤덮이는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가 지척인 곳이다. 마늘 주산지인 의성군 금성·가음·춘산·사곡면에 걸쳐 있으며,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발생한 화산활동으로 생긴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화산(死火山)이다.
이 두 산은 동서로 서로 마주보며 타원형으로 능선이 연결돼 있고, 산 사이에는 깊은 협곡이 특이하게 형성돼 있다. 화산활동으로 산 전체가 흑요석으로 덮여 있고, 용암이 풍화작용과 침식으로 단애를 이룬 모습이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독립적으로 우뚝 솟다보니 주변에 거칠 것 없이 조망이 일품이다.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 산운리 전통마을, 수정사 이정표를 보고 진입하면 바로 ‘산운리 생태공원’이다. 가늘긴 하지만 계속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영천이씨 집성촌인 전통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이병직 종가(전통건조물 12호)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 뒤로 금성산과 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다. 산운마을에서 보면 흡사 진안군의 마이산을 보는 듯 왼쪽으로 금성산이, 오른쪽으로 비봉산이 정면으로 우뚝하다.
전통마을을 잠시 둘러보고 2㎞ 남짓한 거리의 용문정이라는 팔각정이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들머리다. 금성산 안내도와 금학성지(金鶴城址)라 새겨진 자연석이 서있는 소나무 숲 왼쪽으로 좁은 수로를 따라 오른다. 10분여 오르면 야트막한 돌담길 같은 옛 성터를 넘어 수직으로 이어진 성곽을 따라 산길을 오른다. 성터를 왼쪽에 끼고 20여분을 만만찮은 경사의 지그재그 길을 가다 철제계단을 오르면 넓은 솔밭이 나온다. 과거 조문국의 ‘병마훈련장’ 이정표가 서있다. 요새와도 같은 골짜기의 분지여서 그럴 듯하지만 터는 좁다. 다시 10여분을 오르면 억새밭 사이 소나무 그늘 아래에 ‘금성산’ 표석이 놓여 있다. 지형도(1/25,000)에는 ‘금성산(가미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정상 일대에 움푹 파인 곳이 여러 곳 있다. 명당으로 소문난 이곳은 묘를 쓰면 3년 내에 큰 부자가 되지만 인근 마을에 석 달간 가뭄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 부자가 되기 위해 묘를 써 심한 가뭄이 들면 묘를 파헤쳐 이장했다. 이후 또다시 누군가 묘를 쓰고, 가뭄 들고, 이장하고…. 이러기를 수차례 반복, 여기저기 움푹 파인 것이다.
지형도에 가미산을 함께 표기한 것을 두고 산의 형상이 가마를 닮았다는 설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인근 군위·의성지역의 사투리를 떠올려 보면 설명이 달라진다. 묘는 미, 봉분은 미뻘, 묘 터는 미터 등으로 불린다. 그래서 몰래 이곳에 가묘를 쓴 것이 ‘가미’가 되었고 산 이름마저 가미산으로 불려지지 않았을까 추측을 한다.
서남쪽으로 ‘조문바위’라 불리는 전망대가 있는데 조문국이던 금성면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남으로 조림산· 팔공산이, 동으로는 선암산·보현산이 운무에 가려 아스라이 보인다.
금성산에서 비봉산을 바라보면 흡사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을 닮았는데 아쉽게도 구름에 가렸다. 이제 비봉산으로 향한다. 산길은 정상 표석 뒤로 융단을 깔아놓은 듯 솔잎이 두껍게 깔린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5분 거리에 왼쪽으로 ‘흔들바위 90m’ 이정표가 있지만 그냥 지나 5분가량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기도원 갈림길을 만난다. 정자골로 내려가는 첫 하산길이다.
완만한 오르막길인 550m봉을 지나 20분이면 ‘영니산 봉수대’ 푯말이 서있다. 주변에는 석축과 돌무더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봉수대를 지나 내리막길에 긴 철제계단이 놓여있다. 위험구간이 아닌데도 계단을 설치한 것은 토사 유실을 방지하기 위함인 듯하다. 5분쯤 내달리면 작은 네 갈래 갈림길이다. 왼쪽은 못동골, 오른쪽은 용문지 상류로 내려가게 된다.
20분 정도 작은 봉우리를 두어 번 오르내리고 나면 오른쪽으로 지능선 끝에 있는 노적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만나고, 산등성이를 왼쪽으로 돌아 5분이면 수정사 갈림길이다. ‘비봉산 정상 900m, 수정사 1,000m, 금성산 정상 4,950m’의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있다. 금성산과 비봉산이 갈라지는 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절골에 자리한 수정사로 곧바로 내려가게 된다.
갈림길을 지나면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이 이어지는데 금성산에서 건너다 본 풀어헤친 여인의 머리카락 부분을 오르게 된다. 비에 젖어 솔가지에서 풍겨져 나오는 솔향기는 그윽하기까지 하다. 솔향기 그윽한 여인의 머릿결을 어루만지듯 25분 정도 쉬엄쉬엄 오르면 헬기장이 있는 비봉산 정상이다. 정상 표석 뒤 억새밭에 삼각점(의성 12, 2004 재설)이 놓여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은 크고 작은 저수지가 산을 에워싸고 있다. 화산지대이다보니 물을 가두기 위해 저수지를 만들었다는데 산 둘레에 무려 150여 곳이란다.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능선이 이어지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너덜 길과 암봉들로 이어진다. 전망바위를 지나 15분정도 지나면 10m 높이의 절벽이다. 소나무에 굵은 로프가 매달려 있다. 우회해도 되지만 로프를 타고 내려서면 여인의 턱 부분인데 절벽에 수직으로 형성된 ‘남근석바위’ 전망대다. 수직의 절벽에 한 그루 소나무 아래에 남근석이 있다. 마치 솔숲에서 잘 자란 송이버섯을 닮았다.
10분 정도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안부다. 직진은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 능선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수정사로 내려가는 삼거리 길이다. 곧장 내달려 능선을 이어가도 되지만 수정사를 둘러보기로 한다.
수정사로 내려가는 길은 골이 좁은 계곡이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참나무, 생강나무가 골고루 섞여 자란다. 생강나무 꽃망울에 손을 대면 톡 터질 것 같이 토실토실하게 물이 올랐다. 20분을 내려서면 천년고찰 수정사에 닿는다. 요새와도 같이 자리잡은 수정사는 아담한 규모지만 신라시대에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대광전 돌계단 아래에 솜털을 부풀리며 꽃망울에 살을 찌우는 목련 한 그루가 봄 산객의 눈길을 끈다. 포장길을 따라 걷는 동안 길섶에 눈을 돌리니 노루발풀, 괴불주머니, 양지꽃이 새싹을 피웠고, 짝을 찾는 들꿩 한 마리가 인기척에도 주위를 맴돈다. 좌우로 깎아지른 절벽은 층층이 포개진 시루떡 같다.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용문지를 지나 용문정 주차장에 닿을 수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학교 강사 apeloil@hanmail.net
■ 금성산과 비봉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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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사진 왼쪽)과 비봉산은 경북 의성군의 너른 벌판 위에 서로 마주보고 우뚝 선 모습의 산이다. 금성산성·병마훈련장·봉수대 등 삼한시대 조문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고, 솔숲으로 이어진 금성산의 부드러움과 기암괴석과 암봉으로 이어진 비봉산이 잘 어우러져 사화산이 가진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이다.
금성산·비봉산을 따로 산행해도 되고, 두 산을 연결해 한 바퀴 돌아 나와도 크게 부담이 없는 산이다. 들머리인 용문정 주차장에서 금성산이나 비봉산을 따로 산행하면 3시간 남짓 소요된다. 연결해서 원점회귀 산행을 해도 5시간이면 충분해, 하루 산행에는 부담 없는 산이다. 산행 중 식수가 없으므로 미리 넉넉하게 준비를 해야 하고, 전체 산행거리는 약 11㎞다.
■ 교통
◇…중앙고속도로 군위IC에서 안동, 군위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군위읍에서 지보사·탑리 방향의 927번 지방도를 따라 약 8㎞ 진행하면 금성면 소재지다.
금성면 소재지에서 빙계계곡·춘산 이정표를 따라 철길 지하차도를 지나 68번 지방도를 따르면 약 1.5㎞ 거리에 왼쪽으로 수정사 입구 이정표가 있다. 좌회전으로 진입하면 산운리 전통마을을 지나 약 2㎞ 거리에 용문정이 있는 금성산 아래 주차장에 닿는다. 내비게이션으로 의성군 금성면 수정사를 검색해도 된다.
■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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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리 오층석탑<사진>= 의성군 금성면 탑리에 통일신라시대에 세운 국보 77호 5층석탑이 있다. 금성면소재지의 옛 이름이 탑리인 것은 바로 이 석탑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다. 높이 9.6m, 기단 폭 4.5m로 부분적으로 전탑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분황사의 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탑이다. 특징은 기단구조와 옥개석 상하면에 전탑의 양식을 하고 있다.
△수정사= 의성군 금성면 금성산과 비봉산 사이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의 말사다. 신라 신문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1481년(조선 성종 12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수량사로, 신경준(1712~81)이 지은 ‘가람고’에는 수정사라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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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국사적지 경덕왕릉<사진>= 탑리에서 약 2㎞ 거리에 조문국사적지 고분군이 있다. 삼한시대 부족국가였던 조문국이 이곳에 도읍하여 신라 벌휴왕 2년(185년) 신라 문화권에 병합되기 전까지 인근 고을의 넓은 지역을 다스렸던 조문국 경덕왕의 능(景德王陵)이 있다. 고분군은 약 500년 전에 봉분을 조성, 해마다 제사를 올리고 있다. 경덕왕릉 바로 앞에는 조문국사적지 고분군전시관이 3월말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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