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널 볼 줄이야…속리산 문장대가 손에 잡힐 듯 하다
화북초등 입석분교-(1시간10분)- 수안재 -(15분)- 부처바위 -(25분)- 대왕봉 갈림길 -(40분)- 백악산 -(30분)- 헬기장 -(30분)- 강아지바위 -(50분)- 옥양폭포 -(5분)- 옥양교-(10분)-입석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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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산 정상에서 본 속리산 쪽 풍경. |
백악산(百岳山·해발856m)은 경북 상주와 충북 괴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주변 산세는 백악산을 중심으로 용트림하듯 휘돌아나간다. 속리산국립공원내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주력에 끼이지 못하고 문장대를 내려선 백두대간도 밤티재에서 고개를 늘재로 돌려 청화산(984m), 조마산(953.6m)으로 가버린다.
백악산 주능선에 올라서면 따로 전망 명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 눈만 돌리면 사방으로 멋들어진 경치를 볼 수 있기 때문. 기암괴석과 고사목 사이를 오르내리며 능선을 이어가는 맛 또한 백악산 산행의 묘미다.
속리산 주능선 암봉들이 도열한 모습,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크고 작은 봉우리들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그 끈질긴 생명력을 살펴보기엔 백악산만한 곳도 드물 듯하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악(岳)자가 들어간 산은 “악!, 악!” 비명소리 날 정도로 힘들다고들 한다. 주변 유명한 산들에 비해 덜 알려진 비경이 곳곳에 포진한, ‘악!’ 소리 나는 산을 찾아가는데 복병이 생겼다. 세밑 한파와 폭설로 빙판이 된 도로를 따르느라 들머리에 섰을 때는 이미 11시를 훌쩍 넘겨버렸다. 게다가 아직 누구도 앞서간 발자국이 없다. 입석분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차를 세우고 장비를 챙기는데 함께한 일행의 한마디.
“오늘 좀 빡시겠는데!”
입석분교장을 오른쪽에 끼고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오르면 물안이골이다. 오미자농장과 묵정밭을 지나 20분 정도 포장길을 걸으면 합수지점에서 주택 서너 채를 지난다. 길은 곧 계곡을 건너 ‘기도처’라고 적힌 마지막집으로 이어지고 등산로는 정면으로 계곡과 고추밭 사이로 나있다. 곧이어 은빛 수피를 반짝이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작나무숲이다. 하얀 설원과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자작나무가 초입부터 강한 인상을 풍긴다.
목이 잘록한 강아지 바위 등 기암괴석
은빛 수피 반짝이는 신비스러운 자작숲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백두대간 생명력
‘공주의 남자’ 전설 속 ‘보굴’스토리도
계곡을 두어 번 건너 본격적인 오르막길이다. 간간이 불어대는 강풍에 눈가루가 보석처럼 쏟아져 내린다. 아름답다고 느끼다가도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눈 때문에 누가 먼저 신호를 넣으면 바싹 엎드려 그치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쉬어가니 힘들이지 않고 수안재에 닿았다.
능선은 왼쪽으로 뻗었는데 ‘백악산 2.8㎞’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부터 주능선은 암봉들을 오르내리는 길이 이어진다. 15분을 오르면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전망 좋은 바위를 만난다. 바로 부처바위다. 부처바위라고는 하지만 정면에서는 어디를 두고 붙여진 이름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바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뒤에서 살펴보면 경주 남산 삼릉계곡의 ‘머리 없는 불상’을 닮았다. 지나온 수안재 뒤로는 낙영산(746m)이, 오른쪽 건너편으로 대야산(931m) 줄기가 파란 하늘과 맞닿아 실금을 그리고 있다.
부처바위에서 잠시 쉬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암봉을 좌우로 끼고 돌거나 바로 넘어 갈 수 있도록 길이 다양하다. 아무도 내딛지 않은 숫눈을 밟으며 길을 찾아가다보니 발걸음이 더디다. 오롯한 능선길이지만 바위를 만나면 대부분 오른쪽으로 돌아난 길이다. 어떤 경우는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한참동안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야 하는 길도 있다.
30분가량 오르면 삼거리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대왕봉 가는 길인데 이정표는 정상을 향해서만 가리키고 있다. 대왕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므로 그냥 지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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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2m 봉우리에서 내려서면 특이하게 생긴 바위를 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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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들면 자작나무숲을 지나게 된다. |
갈림길에서 정상방향으로 덩치 큰 바위봉우리가 보인다. 지형도에 822m로 표기한 봉우리인데 얼핏 보면 정상인가 싶은데 막상 올라보면 정상은 건너편 한 봉우리를 더 지나야한다.
석문처럼 갈라진 바위틈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일대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찬다. 다음 봉우리가 정상인데 그 너머에 속리산 봉우리들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소나무, 주위 어깨를 나란히 한 준봉들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곳. 천하일경이 따로 없다. 청화산·조마산·대야산으로 잇는 백두대간 길과 도장산·속리산이 지척이다. 문장대는 육성으로도 의사소통이 될 듯 가깝게 보인다.
조망을 즐기기도 잠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불어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선다. 822m봉우리를 내려서면 오른쪽에 기이한 형상의 바위를 지나는데 로프가 묶인 바위를 내려서야 한다. 높이는 3m 남짓한데 발밑에 눈이 깔려있어 내려가기가 까다롭다.
뒤따르던 일행이 한마디 한다.
“쫌 까리하네!”
한 구간의 바위를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정상으로 향하는 구간에도 몇 곳의 로프를 만나는데 간혹 낡아있는 곳도 있어 꼭 필요하지 않으면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10분 정도 지나 정상을 얼마 앞두고 바위벽 아래에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장소를 만나 잠시 쉬었다가 안부에 오르니 ‘백악산 0.3㎞’ 이정표를 지난다. 경사가 심한 데다 바람에 몰린 눈까지 쌓여있어 한발 한발 더듬으며 힘겹게 오른다. 구조 위치 표지인 ‘속리 18-09’ 표지에서 왼쪽으로 바위를 돌면 정상표석이 놓인 바위다. 정상에 서면 속리산방향인 남쪽은 나무에 가려 별로지만 북쪽, 북동쪽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거침이 없다.
두루 감상할 겨를도 없이 이젠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827m, 832m봉을 차례로 지나 헬기장까지는 25분이 소요되며, 비교적 완만한 오르내림이다. 헬기장에는 백악산 0.7㎞, 옥양폭포 3.8㎞로 적은 이정표가 서 있고, 997번 지방도를 사이에 두고 문장대와 마주한다. 속리산 주봉들이 마치 톱날을 세워놓은 듯 뾰족한 봉우리들로 도열해있다. 헬기장에서 남쪽 방향의 지능선을 따르면 문장대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밤티재로 연결되는 길이고, 하산 길은 북동쪽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10분 정도는 가파른 내리막길이고 응달이라 미끄럽다. 헬기장에서 30분 거리에 특이한 바위가 등산로를 가로막는다. 옥양폭포 2.5㎞ 이정표도 같이 서 있는데, 높이는 3m 남짓한 바위가 목이 잘록한 형태의 강아지를 닮았다. 이후는 이정표가 없지만 표식 리본을 따르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주능선이 10분가량 이어지다가 옥양폭포 방향으로 지능선을 따르도록 리본이 걸려있는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숲 사이로 마을이 보이지만 마을 까지는 거리가 멀다. 옥양폭포가 가까워지자 눈길에 어지럽게 짐승 발자국이 찍혀있다. 오전에 차에서 내려 여기까지 처음 보는 발자국이다. 그게 사람의 것이든 짐승의 것이든 발자국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계곡을 만나면 건너 숲 사이로 석문사가 보이는데 상수원 때문인 듯 철조망으로 막아두었다. 바로 건너질 못하고 아래로 돌아 석문사에 들른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그렸는데 그 전설을 품은 ‘보굴’이 있다. 지금은 그 아래에 불상과 불단을 차려두었다.
석문사를 돌아 나오면 독특한 모양의 옥양폭포를 지나 날머리인 옥양교까지는 5분 거리다. 도로를 따라 입석분교까지 15분을 걷는 동안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진다. 본격적인 겨울산행의 묘미를 안겨다준 백악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또 한 차례 눈이 내린다. 펑펑.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등산학교 강사 apeloil@hanmail.net
■ 백악산
◇…경북 상주시 화북면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있는 산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어디서나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일품인데, 정상부근 822m 봉우리부터는 그 중 압권이다. 능선을 따라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이 널려있어 지루함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고, 속리산 주능선과 화북면 일대 산들의 아름다운 어울림을 볼 수 있다. 정상을 지나 헬기장에 서면 속리산 문장대 일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입석분교에서 원점회귀하면 약 12㎞ 정도로 5~6시간이 소요되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입석리 물안이골 상류까지 계곡을 끼고 걸으며 식수를 채울 수 있지만 능선에는 샘이 없어 미리 준비해야 한다.
■ 가는길
◇…대구 방향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김천분기점으로 간다. 김천분기점에서 오른쪽 상주 방면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상주터널을 지나 낙동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청원, 남상주 방면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15분쯤 가면 남상주를 지나 화서IC에서 요금소를 빠져나와 바로 만나는 T자 갈림길에서 상주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500m쯤 진행하면 다시 49번국도 분기점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화북 방면으로 좌회전한 다음 갈령터널을 거쳐 화북면 소재지를 지나 옥양교, 입석교를 지나면 화북초등 입석분교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화북초등 입석분교)
■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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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사 보굴<사진>= 날머리 옥양폭포에서 내려와 계곡을 건너 오른쪽 위로 석문사로 올라가는 포장길을 따르면 석문사 뒤편 절벽 아래에 부처를 모신 보굴이 있다. 옛날 수양대군의 손에 죽은 김종서의 손자가 이 굴에 피신해 살고 있다가, 이곳의 또 다른 동굴에서 살고 있던 궁궐에서 쫓겨난 수양대군 딸 세희공주와 만나게 된다. 앞 뒤 굴에 살고 있던 두 청춘남녀는 서로의 신분을 모른 채 사랑하게 되었고 이윽고 부부가 되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 굴을 원수 간의 자손들이 사랑으로 승화시킨 굴이라 해서 보굴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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