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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의 산] 경북 김천-경남 거창 경계 수도산 (해발 1317m)

2013-03-08

해인사 품은 가야산 연꽃처럼 피어오르고 지리산에서 덕유산까지 한폭에 들어오네
평촌리-(15분)-청암사-(50분)-청암계 표석-(20분)-첫 갈림길-(20분)-두 번째 갈림길-(10분)-헬기장-(20분)-전망바위-(15분)-수도산-(30분)-두 번째 갈림길-(10분)-수도암-(15분)-수도리

[최원식의 산] 경북 김천-경남 거창 경계 수도산 (해발 1317m)
수도암 석등 뒤로 가야산 정상부가 연꽃처럼 피어오른다.
[최원식의 산] 경북 김천-경남 거창 경계 수도산 (해발 1317m)
수도산 정상 뒤로 멀리 덕유산이 펼쳐보인다.

수도산(修道山·1천317m)은 백두대간 덕유산 북쪽에 있는 대덕산(1291m)에서 동쪽으로 뻗어 가야산(1천430m)으로 이어진 능선의 한 봉우리다. 산줄기는 해발 1천m 넘지만 대표적인 육산이고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산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려 하는데, 장비 선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한동안 낮기온이 영상을 웃돌며 포근한 날씨를 보이다 산행을 계획하고 나니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며칠 전 기온 같으면 봄산행처럼 가볍게 준비했을 텐데, 장비를 들었다 놓았다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은 겨울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평촌리 청암사 입구 산불감시 초소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청암사로 향한다. 적송과 아름드리 참나무가 도로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고, 왼쪽으로 보이는 계곡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옥빛의 맑은 물이 흐른다.

‘이번 산행에서 어쩌면 이른 봄꽃을 만날 수 있겠는걸.’

기대를 하며 15분 걸어 청암사 일주문 앞에 섰다. 현판에 ‘불령산 청암사’라 적혀 있다. 예전에는 불령산, 혹은 선령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천왕문을 지나면 우비천(牛鼻泉)이라 적힌 샘이 있다. 이 샘물을 마시면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있으며, 재물을 멀리하는 스님들은 이 샘을 지날 때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고 한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데 연거푸 두 잔을 마시던 일행 중 한 사람이 집에서 준비해 온 물을 비워내고 샘물을 채워 담으며 한마디 한다.

“샘물 마시면 뭐하겠노. 부자 되겠지. 부자가 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 먹겠지….”

절에 들어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한바탕 웃고는 청암사 경내로 든다. 청암사는 비구니 승가대가 있는 사찰이다. 동안거가 끝났는데도 140여명의 수도승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도 조용하다. 대웅전 앞 여인네의 속살처럼 매끈한 배롱나무 한 그루도 보인다. 인공의 건물이지만 자연미 넘치는 절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암사를 뒤로하고 청암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에 있는 백련암 앞 시멘트 포장길로 접어든다. 여기부터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다. 시멘트 포장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나고 5분 정도 걸으면 사방댐을 지나 계곡을 건넌다. 계곡을 건너면 왼쪽으로 묵정밭이 나온다. 묵정밭 끝에 표식기가 주렁주렁 걸려 있다. 초입은 키 높이의 산죽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계곡을 두어 번 가로지르며 고도를 높여 가자 아직 녹지 않은 작은 얼음폭포가 보인다. 쉼 없이 계속 이어지는 오름길이지만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힘이 들지는 않는다. 다만 언 땅이 녹아 질퍽하다. 가끔씩 바위에다 툭툭 차며 진흙을 털어내야 할 만큼 성가시게 발목을 잡는다. 이 또한 자연과의 교감이니 아무리 발목을 잡아도 누구 하나 불평불만을 않는다.

[최원식의 산] 경북 김천-경남 거창 경계 수도산 (해발 1317m)
괭이눈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반가운 녀석들을 만났다. 꽃잎이 고양이 눈을 닮았다는 야생화 ‘괭이눈’이다. 주위를 살피니 계곡 가장자리에 노랗게 군락으로 피어 있다. 아예 퍼질러 앉았다. 이게 바로 꽃 본 김에 쉬어 간다는 말인가.

한참을 쉬다가 다시 30분을 걸으니 계곡이 끝나고 능선으로 올라붙는 길이 이어진다. 빽빽한 참나무 숲이어서 조망은 없다. 가끔씩 매끈하게 곧게 뻗은 노각나무도 자라고 있다. 능선에 올라서서 20분을 더 걸으면 청암계(靑巖界)라 적힌 표석을 만난다. 이 능선까지가 청암사 땅임을 알려주는 표석이다.

능선 길을 따라 20분 걸으면 ‘청암사, 수도암, 수도산’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수도암이고 직진방향은 수도산 정상 가는 길. 20분을 더 걸으면 또다시 ‘청암사 4천350m, 수도암 700m, 수도산 정상 1천790m’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숲 사이로 수도암이 왼쪽 아래쪽으로 보인다. 청아한 목탁 소리가 바람결에 섞여 들린다.

직진방향의 능선을 따라 오르면 펑퍼짐한 모양의 넓은 등산로로 바뀌고 10분이면 헬기장에 닿는다. 헬기장에서 가야산 쪽으로 시원하게 조망된다.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은 마치 연꽃모양을 하고 있다. 헬기장 앞에 수도산 정상 1천000m라는 이정표가 있다. 헬기장에서 다소 가파른 길을 20분 걸으면 지금껏 보지 못한 바윗길을 만난다. 여기부터 응달에는 수북한 잔설과 빙판길이다. 정상을 바로 앞두고 전망 좋은 바위봉우리에 올라선다. GPS 수신기로 1천240m를 가리키는 봉우리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5분이면 올라선다.

정상 약 70m 못 미쳐 정상과 높이가 비슷한 봉우리를 지나 정상에 서면 3m 높이의 원형 돌탑이 서 있고, 주변에 막힘이 없이 사방이 탁 트였다. 가야산, 오도산, 비계산 등 거창의 산들이 도열해 있고 멀리 하늘금과 맞닿은 지리산 천왕봉이, 오른쪽으로는 덕유산 향적봉과 설천봉에서 시작되는 스키장의 슬로프도 식별이 될 만큼 가깝게 보인다. 렌즈를 통해 지리산에서 덕유산까지 한 폭에 들어오니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싶다. 정상 직전 봉우리에서 남동쪽 능선을 따라 구곡령, 단지봉(1천327m)을 지나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인데 구곡령까지 간 다음 수도리로 하산해도 되지만 일행은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수도암에 들르기로 한다.

헬기장을 지나 오르면서 두 번째로 만났던 삼거리 갈림길까지 30분이 걸렸다. 오른쪽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내려서는 길 주변에 하얀 수피를 드러낸 자작나무와 사스레나무가 눈에 띈다. 산죽 사이로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다. 갈림길에서 10분이면 수도암 대적광전에 닿는다.

옛날 도선국사가 청암사를 창건하고 수도처를 찾던 중 이 터를 발견하고 기뻐서 7일간이나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무수히 많은 수행인이 나올 것이라 하여 수도암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대적광전 앞마당에는 보물 제297호인 삼층석탑이 석등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쌍탑을 이루고 있다. 대적광전 뜰에서 보는 가야산 정상부는 수면 위에 살포시 고개를 내민 연꽃봉오리를 닮았다. 달빛 아래에서 보았다면 영락없는 연꽃이겠다.

산길은 끝이 났으나 이제부터 문제다. 수도리까지 1.5㎞, 수도리에서 차를 세워둔 청암사 입구 평촌리까지는 5.5㎞를 더 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암을 지나 수도리로 향하는 가파른 시멘트길은 무릎이 화끈거리도록 가파른 길이다. 교통편을 고려한다면 수도리에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잡는 것이 이런 수고를 덜 수 있겠다.

지루한 포장길을 걷다 보니 잔꾀가 생긴다. ‘지나는 차라도 있으면 얻어 타겠는데 우리 일행뿐이다. 차를 세울 순서까지 정해뒀는데….’

마음을 고쳐먹고 걷는데 수도리 마을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럭 한 대가 멈춰 선다. 고로쇠 수액을 채취해 마을로 내려가는 길인데 청암사 삼거리까지 태워주겠단다.

5.5㎞의 거리를 이동해 청암사 입구 장똘마을(김천시 옛날 솜씨마을 지정)에 도착하니 ‘제3회 수도산 목통령 고로쇠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맙다며 인사를 했더니 “다음 주 고로쇠축제에 놀러 오이소”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몸과 정신을 치유하고 이렇게 고마운 분을 만나 기분 좋게 하루를 마쳤으니 이게 바로 힐링산행이 아닐까.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학교 강사 apeloil@hanmail.net


■ 수도산

◇…수도산은 김천시 증산면과 경남 거창군 가북면의 경계에 있다. 교통이 불편해서 들머리의 청암사나, 날머리인 수도암을 기점으로 한 원점회귀 산행이 많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은 주위에서 으뜸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식수가 없다. 청암사나 계곡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단거리 코스를 원한다면 수도리~수도암~수도산~구곡령~수도리로 원점회귀하면 된다. 산행거리는 약 9㎞로 4~5시간이면 충분하다.


■ 가는길

◇…대구에서 출발하려면 성주를 지나 무주 방향의 30번국도를 타고 성주댐을 거쳐 청암사로 가면 된다. 약 70㎞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김천에서는 거창 방면 3번국도를 이용해 지례면을 지나 903번지방도를 따른다. 증산초등 삼거리에서 30번국도를 만나면 우회전해 청암사, 수도암으로 갈 수 있으며 50분 정도 소요된다. △내비게이션=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688번지 (청암사)


■ 볼거리

[최원식의 산] 경북 김천-경남 거창 경계 수도산 (해발 1317m)
청암사

△청암사(靑巖寺)=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의 직지사 말사로, 직지사와 함께 김천을 대표하는 절이다. 신라 헌안왕 3년(859) 도선국사가 건립한 고찰이다. 조선 인조 25년과 정조 3년에 각각 화재로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으나 재건됐다. 1897년에 폐사되었다가 1900년대 초 극락전을 복원하면서 다시 문을 열었다.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 강원이 설치됐으며, 대웅전은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120호, 대웅전 앞 다층석탑도 경북 문화재자료 제121호로 지정되어 있다.


[최원식의 산] 경북 김천-경남 거창 경계 수도산 (해발 1317m)
수도암 대적광전

△수도암= 역시 헌안왕 3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며, 석조 비로자나불상(보물 307호)이 모셔진 대적광전, 석불좌상(보물 296호)이 모셔진 약광전, 삼층쌍탑(보물 297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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