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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낚시시대] 영주 가천지

2013-03-29

2월초부터 붕어 월척이? 그것도 늪지대에? 매일 오전에만 대여섯마리가? …사실이었다

20130329
영주 가천지는 작은 규모이지만 해빙기부터 마릿수 월척을 쏟아내는 붕어낚시터다. 현지꾼 장기영씨가 제방 한가운데서 월척을 낚아 발 앞까지 끌어내고 있다.

뜻밖의 횡재란 이런 경우에 딱 맞는 말일 게다. 지난 4일 오전에 ‘월간낚시21’ 편집부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영주에서 새로 낚시점을 개업했는데예. 월간낚시21에 조황 소식 같은 거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꺼?”

나는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그에게 바로 질문을 던졌다.

“영주라면 아직 붕어 시즌이 이를 텐데요. 지금 고기 나오는 데가 있습니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예, 지금 하루에 대여섯 마리씩 월척이 낚이는 데가 있습니더. 오늘 아침에도 나가서 월척 댓 마리 확인했어예.”
영주‘선비낚시’


20130329

◆뜻밖의 정보를 듣다.

이런 호황이 4주째 접어들고 있단다. 게다가 늪지대란다. 이쯤 되면 직접 가봐야 하는 정보다.

다음 날, 나는 새벽같이 차를 몰아 새로 문을 연 영주 선비낚시점(사장 강신욱)을 찾아갔다. 이때가 오전 10시 반. 낚시점 안에 있는 대형 수족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한눈에도 30㎝ 중반급으로 보이는 월척 세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더 이상의 확인은 필요 없었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고, 내 차에 강 사장을 태운 뒤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했다.

‘오전낚시에 입질이 활발해서 지금도 꾼들이 있고, 월척 역시 4~5마리는 있을 것’이라는 강 사장의 말을 듣기는 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족관에 있던 월척 세 마리도 챙겼다.

강 사장이 말한 가천지까지는 낚시점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현지꾼들 사이에는 이미 소문이 파다한 듯 수면적이 5천㎡ 될까 말까 하는 저수지 연안에 꾼들이 빼곡하다. 대충 봐도 열 명은 넘는다.

“어~, 저기 한 마리 올라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 사장이 건너편 연안을 가리킨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한 현지꾼이 붕어를 걸어 씨름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연질대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듯 이리저리 낚싯대가 휜다.

마을 진입로와 붙어 있는 제방에 앉은, 빨간 다운재킷의 현지꾼이 강 사장을 돌아보며 아는채한다.

“강 사장, 여기도 한 마리 있다. 좀 전에 나온 거다.”

현지꾼 이명식씨가 자신의 발 아래 있는 살림망을 가리킨다.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살림망을 들자 ‘파다닥~!’ 물소리가 요란하다. 월척이다. 족히 33~34㎝는 돼 보인다. 나는 이씨의 조과를 카메라에 담은 뒤 강 사장의 안내로 제방 오른쪽을 돌아 상류 연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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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선비낚시’ 강신욱 사장이 지난 5일 지렁이 미끼로 오전에 낚아낸 35㎝급 월척을 들어 보인다.


◆상류 연안에서만 4마리

밤낚시를 한 듯 텐트가 세워져 있고, 텐트 옆 살림망에는 35㎝ 이상 대형붕어 세 마리가 나란히 누워 있다. 그 위 논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 기자님, 오랜만입니더.”

예천에서 대물낚시점을 운영하는 노성목 사장이다.

“노 사장님 자립니까? 입질은 좀 받았어요?”

“아뇨. 난 어젯밤에 그냥 잠만 잤고요. 이 친구가 잡은 겁니더.”

노 사장이 옆에 있던 현지꾼 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렇게 해서 이때까지 내가 확인한 가천지 월척은 4마리.

이번에는 처음 차에서 내릴 때 건너편 상류에서 낚싯대를 쳐들고 어쩔 줄 몰라 하던 현지꾼에게로 접근해 본다. 나는 그러나 최상류를 돌아 그쪽으로 가려다가 포기했다. 논둑으로 이어진 길이 갈수록 질퍽했다. 이러다가는 발목까지 진흙투성이가 될 지경이었다. 나는 다시 제방 쪽으로 돌아 마을 앞의 제방 왼쪽 상류로 걸어갔다. 워낙 수면적이 작은 저수지라 거기까지도 금방이다.

“좀 전에 대가 크게 휘던데요. 살림망 좀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예, 보이소. 큰 건 아닙니다.”

제방 왼쪽 상류에 앉은 현지꾼 장수덕씨의 붕어는 31㎝ 정도 씨알이다. 이렇게 해서 확인한 월척이 5마리.

이번에는 제방 왼쪽 하류 연안으로 걸어갔다. 저쪽 제방 중간쯤에 앉은 꾼의 낚싯대가 활이 돼 있다. 현지꾼 장기영씨가 제방 한가운데에서 월척 입질을 받았다. 발 앞에 약간의 삭은 갈대 줄기가 있긴 했지만 끌어내기에 지장을 줄 정도로 억세지는 않은 듯 보였다. 이내 발 앞으로 끌려나온 놈도 35㎝급 월척이다.

이날 가천지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40분 쯤이었고, 장기영씨가 월척을 끌어낸 시각이 11시20분쯤이었다. 이 놀라운 모든 상황이 불과 40분 사이에 일어난 거다. 40분 사이에 6마리의 월척이 낚였다. 그것도 오전에.

◆한 달 전부터 ‘쉬쉬’

더 놀라운 사실은 강 사장의 입에서 밝혀졌다.

“여기가 터진 건 한 달쯤 됐어예. 2월초 얼음 풀리면서 바로 입질이 들어오더니 그때부터 4주째 이러고 있습니더.”

워낙 규모가 작은 늪지대이고, 현지꾼끼리 쉬쉬하며 빼먹고 있어서 이때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강 사장도 여기를 공개하기가 힘들었을 거다. 그저 낚시점을 오픈하면서 월간낚시21에 알려 주변 조황을 안내하는 정도로 ‘어필’만 하려던 생각이었을 거다. 그러다 그게 나에게 ‘딱’ 걸린 거였다.

사실 낚시기자로서도 이런 경우는 난처하다. 몇 가구 되지 않는 민가와 붙어있는 소류지를 과연 공개하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케케묵은 난제’ 때문이다.

그러나 낚시기자의 첫 번째 소임은 올바른 정보공개가 아니겠나. 그동안 ‘너 때문에 소류지 하나 작살났다’는 원망도 수없이 들어왔다. 심지어는 마을사람으로부터 항의전화도 여러 번 받았다. 물론 그때마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연의 복원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그걸 잘 알고 있고, 또 믿고 있다. 가천지 역시 한동안은 몸살에 시달릴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호황은 한때뿐이다.

월간낚시21 기자 <블로그 penandpow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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