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춘양면 ‘한국산림과학고’찾아가 보니…
“백두대간 산림 활용…郡 면적 83%가 천혜의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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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남부지방산림청 춘양양묘사업소에서 한국산림과학고 학생들이 산림전문가인 길점식 전문강사의 지도에 따라 소나무의 특성을 배운 후 1년생 소나무를 심었다. 이날 학생들은 30℃에 육박하는 때이른 무더위속에서도 밭·이랑 고르기와 묘목심기, 소나무 생태교육 등 2시간에 걸친 현장학습 내내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
봉화군 춘양면 춘양양묘사업소의 밭 한켠에서 20여명의 학생이 삽과 호미 등 농기구를 이용해 밭을 가꾸고, 이랑을 내느라 분주하다. 이들은 국내 유일의 산림특성화고인 ‘한국산림과학고’ 1학년 산림환경자원과 학생이다.다른 곳에선 이미 조성한 밭에 길이 10㎝ 미만의 1년생 소나무를 촘촘히 심고 있다. 꽃삽을 이용해 묘목 하나하나를 정성껏 심는 학생들의 눈빛은 진지함 자체였다. 묘목 심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4~5년생 소나무로 몰려가 바늘처럼 생긴 소나무 잎과 가지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학생들 옆에서는 40년간 산림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길점식 전문강사(65)가 밭을 만들고, 묘목을 심는 방법과 소나무의 특성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옛 상업고 폐교위기 딛고 부활
전국 유일 산림특성화高 명성
서울·부산서도 입학문 노크
알찬 수업…전문가 꿈 ‘무럭’
◆국내 유일 산림특성화고
지난 14일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한국산림과학고를 찾았다. 1984년도만 해도 산림과학고(전 춘양상업고)에는 9개학급 360여명이 재학했다. 부설중학교인 춘양중까지 포함하면 1천명이 넘는 학생이 운동장과 교실을 가득 메웠다. 봉화군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학교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도시로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학생수는 계속 줄었고, 2000년에 접어들면서는 정원 미달사태가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폐교 수순을 밝았다.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산림자원이었다.
봉화군과 경북도교육청이 임업의 성장가능성을 예견한 것이다. 실제 정부도 향후 5년간 산림 일자리 3만5천개를 새롭게 창출하기로 했다. 일자리 중에는 일반인에게 아주 생소한 직업도 있다. 산림탄소전문가, 수목원전문가, 나무의사, 임산물 재배·가공·유통업, 벌채·수집 전문인력, 임업기계 오퍼레이터, 산림유전자원 수집 및 평가요원 등이다.
2011년 6월 춘양상업고는 백두대간 산림자원을 활용, 국내 유일의 산림특성화고로 승인을 받고, 교명을 ‘한국산림과학고’로 변경했다. 학과도 기존 사무자동화과와 정보처리과를 대신해 산림환경자원과와 임산물유통정보과를 만들었다.
봉화군 전체 면적의 83%인 산림자원은 산림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천혜의 자연학습·체험장인 셈이다. 이를 제대로만 활용하면 전국 최고 수준의 임업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다는 판단은 적중했다.
첫 입학생 모집부터 대박이었다. 2011년 상업고 시절에는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면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정원(50명)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덕분에 매년 입학생 모집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학교측은 지난해부터 몰려드는 학생을 선별하고 있다.
1학년 이혜진양(16·경기도 남양주시)은 “지난해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산림과학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하게 됐다. 묘목을 심고, 이랑을 일구는 등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재미있다”며 “대학에 진학해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임업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독특하고 전문화된 수업
단순히 산림자원특성화고라는 사실만으로 학생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전국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하는 알찬 학사일정 때문이다. ‘임업경영’(공통), ‘산림휴양과 치유’(산림환경자원과), ‘목재와 펄프’(임산물유통정보과), ‘한방약초와 효소’(임산물유통정보과) 등 대학에서나 듣는 이론교과 과목을 채택하고 있다. ‘조림·육묘·버섯·조경·농업기계(트랙터·굴삭기)·목공 등 임업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수과목도 실기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현장 맞춤형 체험학습은 더욱 놀랍다. 모든 학생은 매년 1차례 5일간 강릉에 위치한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계훈련원에 입소해 전기톱 사용 등 임업 전문가가 되기 위한 실무교육을 받는다. 교육비만 학생 1인당 40만원이다. 2학년이 되면 안동에 위치한 경북도 농기계 공동 실습소에서 5일간 추가 교육을 받는다.
산림관련 공공기관에서의 교육도 다양하다.
지난 1월 산림과학고 학생 20여명은 남부지방산림청 춘양양묘사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춘양양묘사업소가 학생들의 현장이론과 실습교육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당시 학생들은 어린나무 생산 과정 체험 및 목재펠릿 생산, 온실관리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임업진흥원과 한국산림과학고가 인재육성 협약을 채결했다. 진흥원은 현재 박사급 자원들이 과학고 학생들에게 재능기부형식으로 직접 이론강의와 현장체험학습 지도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화된 수업에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현재 1학년 전체 정원 50명 중 봉화군에 거주하는 학생은 34명. 하지만 봉화를 제외한 영주·안동·경산에서 9명, 서울·부산·경기·강원에서도 7명이 입학했다.
부모가 산림업에 종사한다는 변현우군(16·봉화군 물야면)은 “부모님 덕분에 나무와는 아주 친숙하다. 학교생활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며 “부모님도 그렇고, 스스로도 고교 졸업 후 산림공무원을 목포로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몸으로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군 춘양면 이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을 위해 60명 수용 규모의 기숙자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의 취업 기회도 다양하다. 2015년 개원 예정인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은 올해 입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이다. 춘양면 서벽리에 위치한 수목원은 산림과학고에서 8㎞가량 떨어진 곳에 있고, 5천179㏊ 규모의 넓은 면적에 조성되기 때문에 많은 산림 전문가의 채용이 예상되고 있다.
영주시에 조성 예정인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단지도 산림과학고 학생들의 꿈의 직장이다. 국제적 산림휴양도시로의 비상을 꿈꾸는 영주시는 현재 소백산 자락인 영주시 봉현면 두산리 주치골 일대 약 600㏊의 산림에 테라피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서수태 교장은 “일본과 유럽, 미주 등에서는 건강과 산림자원을 융합한 신개념의 임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산림은 성장잠재력이 큰 자원으로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며 “산림과학고 학생이 첫 졸업하는 2015학년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몰릴 것이다. 최고의 산림특성화고가 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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