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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감동 없는 읍참마속

2019-12-13
[이재윤 칼럼] 감동 없는 읍참마속
논설실장

길거리 풍경이 달라진다. 21대 총선 레이스의 스타트라인은 오는 화요일, 17일이다. 이날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등록을 하면 선거사무소 설치, 간판 및 현수막 게시가 가능하다. 명함배부나 지지호소 같은 선거운동도 할 수 있다. 정치신인들은 서둘러 등록에 나설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하기 위해 등록을 미룰 태세다. 그러나 한 달 뒤부터는 할 수 없는 의정활동 보고 및 출판기념회는 봇물 터지듯 할 것이다. 또 눈을 뗄 수 없는 곳이 있다. 출마에 뜻을 둔 공직자들의 사직(辭職) 행렬이다. 내달 16일까지는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번 주만 해도 파괴력 있는 총선 변수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게임의 룰이 바뀐다. 4+1협의체가 강행처리하든, 여야 합의안이 도출되든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든다. 이르면 오늘, 늦어도 17일 이전에 결정된다. 군소정당이 움직일 공간이 넓어져 지금의 양당 구도가 흔들릴 것이다. 대구경북(TK)에선 인물보다 구도가 더 큰 변수다.

또 하나, 자유한국당 새 원내사령탑의 등장이다. TK만큼은 룰 변경에 버금가는 변수다. 심재철-김재원 체제를 선택한 한국당 의원들의 표심은 뭘까. ‘비황(非黃)의 반란’ ‘중진들의 황(黃) 견제’ ‘쇄신보다 안정’ 등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50% 물갈이 공천의 타깃이 돼온 TK지역 공천 전망이 다시 안갯속이다. 불출마·물갈이 압박을 받아오던 비황·다선 중진그룹이 새 원내사령탑의 든든한 뒷배가 됨으로써 TK 공천함수가 매우 복잡해졌다.

그저께(11일) 전격 발표된 한국당의 공천기준은 이런 이상기류를 향한 경고 성격이 짙다. 다시 ‘쇄신’에 방점이 찍혔다. TK의원들에게는 부정적 시그널이다. 입시·채용·병역·국적 연루 비리, 음주운전 3회 이상일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된다. ‘예외 없다’는 토가 달렸다. 원정출산, 무면허운전, 편·불법 재산 증식도 포함된다. 가족·친인척까지 그물망을 촘촘히 깔았다. 기준이 엄격하다함은 칼자루 쥔 측의 권한이 세진다는 의미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여지도 그만큼 커진다.

TK 총선시계는 빠르다. 향후 한두 달을 주목해야 한다. 한두 경합지역을 제외하고는 선거의 팔구할은 이 기간 결판난다. 한국당 공천과정을 주목하는 이유다. 공천 길목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할 게 있다. ‘마속’을 찾는 일이다. 마속의 목을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고 벤(읍참마속·泣斬馬謖) 뜻이 무엇이었던가. 사사로운 정을 끊음으로써 일벌백계의 군율을 세우고 공정(公正)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다. 혁신 공천, 이기는 공천, 저항을 최소화하는 공천을 위해서는 이런 공정함이 제일의 원칙이다. ‘공정’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게 읍참마속의 결행이다. 읍참마속은 공천에 들어가기 전 거쳐야할 통과의례다. 그런데 마속의 행방이 묘연하다.

청와대 앞 단식을 중단하면서 황교안 당대표가 결연히 “읍참마속 하겠다”고 외쳤다. ‘혁신’과 ‘통합’은 한국당의 공인된 승리 요건이다. 황 대표의 말은 마속을 참(斬)함으로써 혁신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다선 중진과 친박 쪽으로 시선이 향해졌다. 보수통합을 가능케 하는 인적혁신은 이 길 외엔 없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황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당 쇄신을 요구한 여의도연구원장, 껄끄러웠던 원내대표만 물러났다. 주요 당직자들의 사퇴를 두고 한 말이었던가. 빈 자리엔 오히려 친박 그룹이 앉았다.

읍참마속은 육참골단(肉斬骨斷)이다. 자신의 살을 주고 상대의 뼈를 자르는 결기다. 내줘야 할 팔을 움켜쥐고 있으니 감동이 없다. 자기희생이 있어야 공천드라마도 성공할 수 있다. 물러난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잘 짚었다. “몇 % 물갈이했다는 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을 감동시킬 희생이 있어야 한다. 본인 사람 전부 심겠다는 욕심을 갖는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앙을 면하려면 지금이라도 실종된 마속을 찾아나서야 한다. 정부여당이 죽 쑤고 있는데 한국당 지지율은 제자리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동이 없어서다. 마속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