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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올스톱에 업계 '한숨만' …"사전 준비 보상 메뉴얼 마련돼야"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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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공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역 공연·이벤트업계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연 연기·취소로 사전 공연 준비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피해를 감내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무대 제작업체는 이미 투입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운영난을 겪고 있다. 사진은 스태프들이 연극 무대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립극단 제공>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각종 공연과 행사가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지역 공연·이벤트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미 사전 준비에 들어갔던 공연 하드웨어업체(무대, 조명, 음향 등)와 객원 배우·스태프 등은 공연 준비를 위해 들인 비용과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신종 코로나까지, 감염병으로 공연 연기·취소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니 공연 사전 준비에 대한 보상 메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의 한 무대 연출 업체. 예정됐던 5개 공연이 연기되면서 무대 제작을 위해 투입됐던 1억원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미 80~90% 제작을 마친 무대 세트도 있지만, 이는 공장에 그대로 보관할 수 밖에 없다.
이 업체 대표는 "당장 무대 제작을 위해 받은 대출 이자부터 직원 급여, 운영비 등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수입까지 없다 보니 난감하기만 하다. 월 1천500~2천만원 가량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라면서 "메르스 때도 피해 보전을 받은 게 없어 이번에도 그냥 버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막막하다"고 한숨 쉬었다.

지역의 한 음향업체도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졸업식, 어린이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신용보증재단에 대출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이 업체 대표는 "공연과 행사는 안 하게 되면 아예 비용을 받지 못한다. 월세, 인건비 등을 줘야 하는데 대출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조명업체의 한 관계자도 "공연 하드웨어 업체는 '을'이다"면서 "공연 취소나 연기에 대한 피해 보상을 해 달라고 얘기했다가 다음 행사부터 안 불러줄 수도 있는데 보상에 대한 말은 꺼낼 수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넋두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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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공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역 공연·이벤트업계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연 연기·취소로 사전 공연 준비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피해를 감내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무대 제작업체는 이미 투입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운영난을 겪고 있다. 사진은 스태프들이 연극 무대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립극단 제공>
날짜가 임박해 공연이 연기되면서 미리 제작해 둔 홍보물·현수막 등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고. 사전 기획 및 마케팅 비용이 날라가기도 했다.
웃는얼굴아트센터 관계자는 "'페퍼톤스' 공연이 잠정연기되면서 이미 준비한 홍보물과 현수막이 폐기했고, 티켓 환불로 사전 기획 및 마케팅 비용도 날린 셈이 됐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공연을 준비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의 시간과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4개 공연이 취소·연기돼 극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울림 소극장의 정철원 대표는 "공연이 취소되면 대본 작업, 각색, 아이디어 회의 등에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은 제로가 된다"고 전했다.

대구시립극단에서 22~23일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던 뮤지컬 '어둠을 이기는 빛! 반딧불'가 연기되면서 이 공연에 참여했던 객원 배우 및 스태프 70명들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한두달 전부터 연습·준비에 들어갔지만 공연이 연기되면서 출연료와 비용 정산도 미뤄지게 됐다.

이에 지역 공연업계에서는 전염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연 연기·취소에 대한 피해를 영세업체나 개인에게만 떠안게 내버려두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전염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보니 적절한 피해 보상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연 주최측 입장에서도 사전 준비한 업체의 피해를 인지하지만 예산 집행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객원 스태프로 참여했던 한 지역 예술인은 "부당한 처사가 아니라 비상 시국이라 이해는 하지만 공연이 연기·취소되면 허탈하기는 하다"면서 "몇년에 한번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공연을 강행하라고 할 수는 없고, 취소나 연기될 경우 사전 공연 준비에 대한 적정수준 보상이 논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주환 대구시립극단 감독도 "시립 배우들은 공연이 취소되더라도 월급을 받게 되지만, 객원 스태프와 배우는 일용직이다.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국가 재난 상황에 생명이 우선이지만, 객원 출연진과 스태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계약서에 이와 관련된 사항을 명시하는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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