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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시장경제, 보편적 복지, 재난기본소득

2020-03-26

보편적 복지 사회주의 아냐
자본주의 지속 시키는 제도
의외로 경제 선순환 이끌어
허점 수두룩한 선별적 복지
되레 시간·비용낭비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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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토머스 모어가 쓴 소설 '유토피아'는 공산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 교육과 종교의 완벽한 자유가 갖추어진 공동체를 이상국(理想國)으로 묘사했다. 한데 공산경제와 민주정치의 조합은 참 낯설다. 왜 그럴까. 공산=독재, 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등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게다.

자유와 평등도 흔히 대립되는 개념으로 판단한다. 실제 지나친 자유가 불평등을 야기하고 독재적 평등은 자유를 억압한다. 규제 없는 대기업 방임이 골목상권을 침탈하고,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박제된 평등이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게 그런 사례다. 하지만 자유와 평등은 상극이 아니다. 서로 맥락이 닿아 있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개인의 자유가 확립되고, 거주·직업선택 등의 자유가 보장돼야 사회적 평등을 누릴 수 있는 까닭이다.

시장경제와 보편적 복지 역시 얼핏 보기엔 불편한 조합이다. 하지만 의외로 시장경제와 보편적 복지는 궁합이 잘 맞는다. 시장경제와 보편적 복지가 착근된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우린 어떤가. 시장경제도 보편적 복지도 다 미흡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소상공인들의 처지는 더 남루해지고 기업은 동력을 잃었으며, 그 많은 복지비용을 퍼붓고도 복지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에서 40대 부부와 아들·딸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이 개인사업을 하다 부도난 뒤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들은 기초수급자가 아니었다. 자동차가 재산목록에 올라 기초수급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게 맞춤형 복지의 함정이다. 최근 6개월간 전국에서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사람만 30명이 넘는다. 모두 생활고로 인한 비관이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됐더라도 비극이 이어졌을까.

복지가 필요한 사람을 콕 집어 혜택을 준다는 선별적 복지.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니 문제다. 선별적 복지는 전달체계를 아무리 촘촘히 하더라도 누수 현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행정력과 예산 낭비도 심각하다. 대안은 보편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가 정착되면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복지수급을 위한 행정력과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코로나19 같은 환란(患亂)이 닥쳐 생업을 중단하는 국민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편적 복지의 지향점이다.

북유럽은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지만 다들 불만이 없다. 근로자의 해고 저항도 거의 없다.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어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담보되니 기업도 부담 없이 고용을 확대한다. 자유시장주의와 보편적 복지가 빚어내는 경제 선순환 구조다. 우리나라의 '타다' 사태는 혁신경제와 기존 제도의 충돌이다. 플랫폼 경제, 긱 이코노미가 확산되면 많은 노동자가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난다.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기술발전으로 인간 노동의 종말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라는 경고다. 기본소득제 같은 보편적 복지가 방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보편적 복지는 사회주의 코드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지속 가능케 하는 제도다. 미국의 보수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 아인 랜드는 "이기주의는 선, 이타주의는 악"이라고 말했다. 도발적인 이분법에 물론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 활력을 추동하는 건 맞다. 시장경제를 진작해 개인의 의욕은 살리고 이타(利他)의 책무는 정부가 맡아야 한다.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면서 한편으로는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는 얘기다. 핫이슈로 떠오른 재난기본소득이 정부 복지정책의 방향타가 될 듯싶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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