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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올해의 색 클래식 블루

2020-03-27

옷자락에 돋은 푸른빛…힐링·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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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블루 슈트에 와인색 넥타이와 행커치프의 대비. (출처 https://blog.naver.com/greendahn/221761648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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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 클래식블루에 베이지브라운색 백을 포인트로 한 패션.(출처 https://blog.naver.com/arden0815/22176769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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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을 이용한 캐주얼한 코디룩. https://blog.naver.com/brideb/221770116635)

봄은 어떤 색일까. 봄이 되면 봄바람을 타고 긴 겨울잠에 빠져 있던 세포들이 형형색색, 알록달록 봄이 지저귀는 색의 수다에 취해 깨어나게 되는데, 특히 2020 S/S(봄·여름) 패션 컬러는 여인의 옷자락에 푸른빛이 돋아나는 파란을 일으키며 우리 곁으로 올 것 같다.

2000년 이후 세계의 색채를 지배해 온 팬톤(Panton)색채연구소는 2020년 올해의 컬러로 클래식 블루(Classic Blue: 팬톤 컬러 넘버 19-4520)를 발표했다. 올해의 색으로 선정된 클래식 블루는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 어스름의 하늘의 색으로 침착하면서도 생기와 활달함을 느끼게 하며,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서 탄생한 무한한 꿈과 이상과 평화의 색이다.

올해의 색으로 클래식 블루가 선정된 배경에는 세계적 경기 불황과 본격적인 저성장으로의 진입으로 침체에 빠진 세계와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간 상실된 신뢰를 회복하고 결집해 정신적 안정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전략적 측면이 있다.

하늘·바다·숭고함·영원·자유 등 상징
국가간 신뢰 회복·안정·새 활력 염원
블루문·그랑블루…시적 언어에도 영향
권위·신뢰 유럽 왕실에서 즐겨 입는 色
다양한 룩과 활용…단정·세련·우아함
최근 유행 젠더리스 중성적 무드 최적화

블루는 지구상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아름답고 완벽하며, 유행을 타지 않고, 멋지면서도 무난하기에 언제 어느 때나 누구에게나 대체로 옳다. 블루는 하늘, 바다, 이성적, 숭고함, 신비로움, 희망, 청춘의 가치를 대변해 왔으며, 무엇보다 블루가 특별한 것은 모든 시대의 인간이 동경하는 영원, 자유, 젊음과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의 우리나라 색명은 파랑이며 3원색의 하나로 스펙트럼의 파장 470㎚ 부근의 빛의 굴절률이 가장 큰 색이며, 먼셀의 표색계에서는 2.5PB 10분의 4에 해당하는 색이다. 파랑은 어원이 불분명한 단어로 '푸르다'와 상관관계를 형성한 것은 중세 이후로 알려져 있다. 이 색의 독특성은 심신을 회복시키며 신경 계통의 긴장을 완화해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정신을 명료하게 확장해 창조성을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파란색의 광선은 신진대사에 활력을 불어넣어 성장을 촉진하고 신뢰를 증폭시켜 기업 CI(Corporation Identity)에 심벌컬러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색이기도 하다.

블루는 오늘날 현대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색이지만 이렇게 사랑받기까지 파란색의 역사적 여정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하늘과 바다도 사실은 빛의 산란에 의해 푸르게 보일 뿐 자연에서 파란색을 찾는 것은 극히 드물다. 그리스인은 파랑을 제대로 지각하지도 못했으며, 로마시대 파란색은 천박한 색으로 매도되었는데, 이는 미개한 변방의 켈트족이나 게르만족들의 색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중세의 절정기인 12~13세기에 많은 성직자들이 하나님의 빛을 파란색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파란색은 급격한 신분 상승을 하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푸른색 광물 염료인 청금석(Lapis-lazuli)은 금보다 귀한 고귀한 재료가 되었다. 심지어 귀족의 색으로 신분상승을 한 파란색은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모마리아의 옷에 스며들어 기독교적 숭고와 순수를 상징하게 되었다. 이후 성모마리아에 대한 숭배는 파란색 옷의 유행을 만들어 냈고, 파란색은 18세기 귀족문화의 전 분야에서 유행하였다. 안료 제조기술의 발달과 인디고 염료의 수입으로 파란색의 염색 환경은 급속도로 발전되었고, 파란색은 천상의 '푸른꽃'을 찾아 나서는 노발리스(Novalis ·1772~1801)의 신비로운 문학작품이나, 1774년 발표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베르테르가 입었던 푸른색 연미복을 유행시키며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숭배를 받게 되었다. 심지어 파랑은 우울, 우수, 억압 받는 영혼의 상태나 음악에도 영향을 미쳐, 음악가 폴 모리아의 'love is blue' '블루 문', 영화 '그대 안의 블루'와 '그랑 블루' 등 다양한 시적 언어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역사에서 색에 고유한 이름을 불러주고,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으며, 개인과 시대의 미적 취향으로 이용하고, 패션으로 불러낸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오늘날 색은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지만, 빛에 의해 실체를 드러내는 색의 미스터리를 치열하게 밝히고자 했던 사람은 수학자나 과학자와 철학자였으며, 그들에 의해 발전되고 체계화되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뉴턴(Issac Newton·1642~1727)은 빛과 색의 관계를 물리학적으로 규명해 과학에서 색을 최초로 불러낸 사람이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Goethe·1749~1832)는 '보색'의 효과를 알아낸 천재로 색을 광학적으로 접근하던 시대에 인간의 시각에 색채가 불러일으키는 현상적 효과에 관심을 가지며 색을 바라보는 발상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고 색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미국의 화가 이브 클라인(Yves Klein)은 청금석을 갈아 작품에 자주 선보임으로써 '클라인 블루'라는 애칭을 얻고 이는 현대패션디자이너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블루를 패션에 불러내고 사랑받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클래식 블루는 채도가 높지 않은 톤 다운된 컬러로 어느 룩과 활용해도 부담이 없으며, 단정하고, 심플하고 우아하며 세련된 무드를 불어 넣어준다. 클래식 블루의 재킷은 단아하며, 실크 블라우스는 세련되며, 니트 풀오버는 편안하며, 셔츠는 지성적이고 블루진은 자유롭고 드레스는 왕가의 고귀함을 느끼게 한다.

클래식 블루는 권위와 신뢰를 상징함으로 유럽의 왕실의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는 색이며, 의외로 올 블루로 통일했을 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클래식 블루와 어울리는 컬러 매칭으로 톤이 다른 청색으로 청청패션으로 입거나 흰색·라이트 그레이·베이지는 모던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주며, 와인·파우더 핑크·페퍼민트·라이트 그린은 대비를 통한 색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생생하고 활기찬 느낌을 줄 수 있다. 스트라이프나 도트와 매치하면 모던하고 스포티하다. 클래식 블루는 최근 유행하는 젠더리스(Genderless)의 중성적 무드에 가장 최적화된 색으로 세련되고 이지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은 당신이라면 클래식 블루에 도전해 보자.

역사와 인간의 삶이 언제나 다채롭고 드라마틱했던 것은 각 시대를 밝혔던 컬러풀한 색이 인간의 삶과 함께 패션으로 변주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코로나로 갇혀버린 답답한 봄을 색다른 블루로 힐링하고 위로받는 날로 바꾸어 보자.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 △색을 불러낸 사람들(안그라픽스 문은배 2019) △색의 인문학(미술문화 미셀 파스투로 2020) △ 파랑의 역사(고봉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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