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원 |
등 지느러미를 내고 유영하는 송사리와
햇볕에 마른 벚꽃 조각이
어깨를 부비며 흘러가는
5월 약목마을에
참새 날개 아래 솜털을 빗고
다슬기 껍질을 개어다
오동나무 이르게 물들인, 달을 그린다
처마 아래에 고인 반야의 소리에
소복한 붓 자국이 새겨 진다
엉키어 고치가 된 안개를 고르고
다람쥐 발자국의 오디를 모아다
적막(寂寞)을 덧칠한다
날아드는 여우비는
새털구름을 포개어 막는다
심장 위에 물든, 파랗고 노란 먹과
들쑥날쑥한 시선의 끝
도야(陶冶)는 다시금 이어진다
당신은 호젓하게 서 있다
들풀을 바라보고 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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