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0528010003912

영남일보TV

[신간]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인류가 망친 지구, 기본소득'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2020-05-30

전례없는 수준으로 치솟는 대기오염
편리함 낳은 산업혁명은 환경 파괴
"소비와 경쟁의 스트레스 줄어든다면
지구에서 자유로운 삶 누릴 가능성"

사피엔스표지앞면
사이먼 L 루이스·마크 A 매슬린 지음/ 김아림 옮김/ 세종/ 432쪽/ 2만원

인간은 지구라는 한 행성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특히 도시의 거의 모든 공간은 인간의 소유다. 출·퇴근 도로 위에선 가끔 개와 고양이가 차에 치여 죽어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도로를 침범한 대가는 그렇게 가혹하다. 도로는 오직 인간과 자동차에만 허락된 공간이었던 것이다. 가끔 도시로 내려온 멧돼지 등 야생동물은 포획이나 사살의 대상이 된다. 잠시 인간의 공간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지구에서는 모든 것이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렇다면 지구의 입장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영국의 과학자들이 쓴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은 오랫동안 지구를 독점해온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고, '인간이 망친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는 책이다.

책은 주로 정치 혹은 사회학적으로 논의돼 온 '기본소득' 개념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논거를 들어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설득력 있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지구수정
신간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은 오랫동안 지구를 장악해 온 인간의 역사와 '인간과 지구의 공존법'에 대해 쓰고 있다. <위키디피아 제공>

◆인류는 어떻게 지구를 장악했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사람, 슬기로운 사람'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다른 생물종보다 뛰어난 지능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룰 때마다 지구는 '파괴의 역사'를 겪어야 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머리가 좋아 혁신과 문명의 진보를 이뤄왔다. 그러나 그런 혁신과 진보가 지구에 반드시 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책은 인간이 지구를 장악하게 되기까지 역사를 시대와 특별한 사건 순으로 보여준다. 오래전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와 석기를 사용하게 되고, 농경을 시작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고 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결정적 발전의 순간은 지구 생태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왔다.

예를 들어, 책은 화석 기록 등을 근거로 인류의 확장과 함께 지구상 동식물들의 변화·멸종이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거의 모든 생물은 인간의 행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개체수는 지난 40년간 평균 58% 감소했다.… 우리는 인간이 지배하는 행성에 살고 있는 셈이다."

'산업혁명'도 인간들에겐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해 지구에는 부담을 안겼다고 지적한다.

"(산업혁명 이후) 하수도 체계 같은 공중보건 사업은 더 나은 영양 공급과 함께 사람들이 질병에 걸릴 민감성을 상당히 감소시켰을 것이다. 결국 새로 나타난 고에너지 자본주의라는 생활양식은 사람들이 육지와 바다에서 더 많은 식량 에너지를 추출하게 해 인구 증가를 일으켰으며, 사람들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기술도 개발됐다.… 산업혁명은 많은 환경문제를 일으켰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석탄을 사용하는 데 따른 첫 번째 결과는 가정 난방으로 인해 대기오염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어 인류가 지구 온난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여러 근거를 들어 비판한다.

책은 인류로 인한 지구 온난화 및 생태계 침범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지질학적 시기를 뜻하는 '인류세'(Anthropocene), 즉 '인간의 시대'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뜻밖의 해결방안 '기본소득'

인간은 그간의 지구 파괴적인 역사와 결별하고, 지구라는 행성을 다시 공존과 생명의 별로 되돌릴 수 있을까. 책은 이 같은 화두를 던진다.

저자들이 제안한 '인간의 새로운 생활양식' 혹은 '지구 붕괴를 막기 위한 해결방안'은 두가지다.

첫 번째는 뜻밖에도 '보편적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환경파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소비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방안이라는 것.

소비와 경쟁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는 '기본소득'이 인간에게 주어지면, 지구 파괴적인 시스템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인간들이 지구에서 보다 자유로운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휴가라든가 새 차,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운송된 식재료로 만든 점심 도시락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얘기한다. '열심히 일했으니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이런 일과 소비의 연결고리를 끊고, 그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일을 더 적게 하고, 적게 소비하면서도 여전히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 기본소득을 수령한다는 것은, 우리 가운데 아무도 환경에 피해를 주는 일을 할 의무가 없음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은 환경을 포함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지구의 재야생화'다.

인간이 장악하고 있는 지구 표면의 절반가량을 다른 생물종을 위해 우선 할당하자는 것이다. 그 세부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토론이 오갈 수 있겠지만, 다른 생물종의 보호를 위해 자연을 양보하자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이 두 가지 방안이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겠지만 인류와 다른 생물종들, 그리고 지구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고민들이라고 강조한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