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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스타벅스 마케팅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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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회부 기자

한달간 휴직을 했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휴직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한 게 배경이다. 외벌이 살림에 휴직이 망설여졌지만, 회사의 어려운 형편상 어쩔 수 없었다. 급여는 평소보다 줄었지만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직장인으로서 적지 않은 휴가를 얻은 셈이다.

한달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찮게 아이들과 함께 찾은 집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벤트를 보게 됐다. 17잔의 음료를 구매한 고객에게 한정판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였다. 딸아이는 한정판 중 '핑크색 서머 레디 백'을 원했다. 인터넷을 통해 그 가방을 받고자 이미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다. 딸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다. 일주일 정도 걸려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쟁취'했다. 문제는 수령이었다. 해당 가방을 받으려면 보통 매장 문을 열기 3시간 전에 줄을 서야 한다고 알려졌다.

망설여졌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며칠 뒤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달성군의 한 매장을 찾았다. 오전 5시쯤 도착하니 이미 서너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나자 10여 명이 뒤로 줄을 섰다. 의자도 없이 어두컴컴한 새벽에 가방 하나 받겠다고 기다리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대기자들은 지루함을 달래고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매장 문 여는 시간이 돼 가방을 받았다. 가방을 확인하는 순간 기뻐하는 딸아이의 얼굴과 함께 한숨이 나왔다. "이게 뭐라고."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득템'에 성공한 이들은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에 더욱 열광하고, 더 비싼 값에 파는 행동을 통해 충성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당 이벤트는 요즘 기업들이 바라는 브랜드 옹호자(Brand Advocates)를 만드는 마케팅 방향성에 부합한다. 한정판 굿즈 대란의 배경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굿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장욕과 과시욕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소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경우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한정판 제품을 SNS에 과시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대구의 기업도 스타벅스처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강승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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