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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대구문화재단, 전쟁이 끝난 자리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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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문화부 기자〉

예전 정치부에 있을 때 '혁명이 끝난 자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며 가까이서 바라본 '권력의 속성'에 질려서 쓴 칼럼이었다.

그리고 문화부에 와서 이렇게 '전쟁이 끝난 자리'라는 제목의 취재수첩을 쓴다. '대구문화재단 대표 선임'이라는 한바탕 '전쟁'이 끝났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자리에 남은 진한 쓴맛을 느낀다.

제6대 대구문화재단 대표로 대구 한 방송사 간부 출신이 결정됐다. 문화재단 대표 공모에 지원한 각계 인사는 8명.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심사 끝에 3명이 후보자로 추천됐고, 그중 이사장(권영진 대구시장)이 한 명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 1일 내정자의 이름이 발표되자 대구 문화예술계는 크게 당황한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임 대표로 정해진 인사는 대구문화재단 대표 자리를 두고 벌어진 전쟁에서 한발 비껴나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신임 문화재단 대표 선임에 대한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또다시 언론계 인사가 신임 문화재단 대표로 정해진 것에 대한 불만이다. 두 번째는 '우리끼리 과도하게 싸우다가 결국 비(非)예술인이 문화재단 대표를 맡았다'는 후회와 자성의 목소리다.

문화예술계의 불만과 후회의 목소리를 무시할 순 없다. 돌이켜보면 문화재단 대표 선임 과정 전반이 '진흙탕 싸움'이었다는 평가다. 오죽하면 일각에선 "누구를 재단 대표로 뽑아도 시끄러울 테니, 그나마 덜 시끄러울 사람으로 뽑은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쨌든) 공모를 거친 신임 대표도, 공모에서 떨어진 이들도, 문화예술계도 모두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가.

정치나 문화 쪽은 과정과 결과에 대해 각종 문제 제기나 불평·불만이 쏟아지지만, 이에 대한 증거가 모호해서 취재나 해법 찾기가 힘들 때가 많다.

결국 이번 대구문화재단 인선에서 불거진 모든 잡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뻔한 이야기 같겠지만, 문화기관장 인선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인선 과정의 제도와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거쳐 문화기관장이 임명되고, 대구 문화기관이 신뢰와 기대를 바탕으로 새 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집단지성을 모을 때다.
노진실〈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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