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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배롱나무

2020-07-31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 '가난한 집의 어린 아이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매 쌀밥은 언제 먹을 수 있어요?" 손자의 입에 제대로 된 밥 한 숟갈 떠 넣어주지 못하는 것이 가슴에 한으로 쌓이는 할머니. 손자에게 "아직 멀었다"고 솔직히 말할 용기가 없다. 마당가에 핀 붉은 꽃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저 꽃이 다 지면 쌀밥 먹을 수 있단다." 아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열흘 이상 가는 꽃이 없으니 열 밤만 자면 쌀밥 먹겠구나.' 그러나 열 밤을 잤는데도 꽃은 지지 않았다. 열 밤이 열 번을 지났는데도…' 할머니가 가리킨 붉은 꽃은 백일홍, 배롱나무꽃이었다.

배롱나무는 굵은 줄기를 손톱으로 긁으면 꼭대기의 잔가지가 웃음을 못 참는 듯 흔들려 간지럼 타는 나무라 불리기도 하고, 겉껍질이 벗겨져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원숭이도 떨어지는 나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배롱나무는 매우 귀한 대접을 받은 듯 서원이나 고택, 정자 등에 오래된 나무가 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부산 화지공원에 있는 천연기념물 168호로 수령이 800년이나 된다. 수형과 꽃이 아름답기로는 안동 병산서원의 배롱나무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국난극복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호국의 길 시발점인 상주시 모동면 옥동서원의 배롱나무도 수령 450년을 넘기고 있다.

요즘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각료가 야당 국회의원에게 호통을 치고 비아냥거린다.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다. 거대 여당의 자만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약소 야당은 안간힘을 써도 헛발질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해 20년 집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하자 영남 정치권에서는 콧방귀를 날렸다. 요즘 야당 의원들의 발언 내용도 총선에서 호되게 당하기 전에 날린 콧방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배롱나무꽃은 한 송이가 백일을 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꽃이 차례대로 피어 여름 내내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화무십일홍은 허구가 될 수 있다. 권불십년이라고 다를까?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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