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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메일] 立法難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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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국 국회의원 (국민의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은 크게 네 가지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의 요구와 시대정신을 반영한 법을 새로 만들고 고치거나 폐지하는 일, 550조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를 결정하는 예산 심의,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권력 행사에 대한 적절성과 합법성 조사 및 감사와 감독,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와 소통 및 지역구 현안 처리 등이다.

국회의원마다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아무리 해도 언제나 어려운 일은 입법 활동인 것 같다. 왜냐하면, 법안 한 줄 한 줄이 마치 예리한 칼날과 같아 자칫 잘못 만들어지면 국민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촉나라로 들어가는 산길이 험하고 어려움을 '촉도난(蜀道難)'이란 시로 노래한 바 있다. "어허라. 험하고도 높구나. 촉도의 험난함이여.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로 시작하는 바로 그 시다.

21대 국회에 들어와 지난 한 달 가까이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100건이 넘는 법안들을 심사했다. 제대로 된 법안은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기고, 문제가 많아 더 이상 검토의 실익이 없는 법안들은 폐기 처분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어 좀 더 살펴봐야 하는 법안들은 계속 심사토록 분류하는 일은 마치 촉나라로 가는 길만큼 지난한 과정이었다.

수도권 문제에 대해 수도권 지역 의원 중 일부는 "그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수십 년간 재산권 침해만 받았고 오히려 낙후되었다. 이제는 그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지방 출신 의원들은 "서울과 수도권만 대한민국이냐?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는 절대로 더 이상 안된다"며 울부짖는다. 이런 첨예한 상황에서 국회가 어떤 판단을 내려야만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국가와 지역의 이익을 균형 있게 도모할 수 있을까?

또 우리 대구나 김천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높이려는 법안에 대해서는 "능력을 보고 뽑아야지 지역을 우선하면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라는 말이냐"라는 볼멘소리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이 아니라 당연히 그 지역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을 우선 채용해야지 그것도 안 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주장이 맞선다.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심사하는 법안들은 쌍방이 동일한 지위에서 평등하게 권리와 책임을 행사하는 민법과 달리, 우월적 지위를 가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개인 또는 법인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내용이 많다. 결국 법안심의 과정은 국가의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면서도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접점, 어쩌면 영원히 찾지 못할 그 점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행정벌을 부과하는 방안 중 신체형과 재산형, 영업정지와 과징금, 입증책임, 개인과 법인의 양벌규정 적용 여부와 책임의 한계 등은 더욱 그렇다.

중국의 요(堯)임금은 후계자인 순(舜)에게 정치와 입법의 요체를 중(中)이라고 가르쳤다는데, 입법심사 과정에서 당사자가 원하는 중(中)을 찾기가 삼십 년 넘게 이 일을 해왔음에도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입법난(立法難)! 그렇기에 굳이 사족(蛇足)을 단다면, 입법행위에 있어서 절대 '양(量)'에 매달리지 말고 오로지 보다 많은 국민의 행복과 국가장래를 위한 '질(質)'에 깊이 천착해야만 올바른 입법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김희국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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