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1029010003670

영남일보TV

[정문태의 제3의 눈] 태국 시위, 소셜 네트워크가 이끈다

2020-10-30

Z세대가 이끄는 태국 시위
지도부가 모두 체포당하자
소셜네트워크로 공백 메워
링크 차단에도 활동 이어가
시민 눈·귀 막으면 못 버텨

2020102901000918400036701
국제분쟁 전문기자

여섯 달째 접어든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예사롭잖다. 탐마삿대학 학생들이 교내 시위로 지핀 불길이 거리로 옮아붙은 지도 어느덧 한 달이 훌쩍 지났다. 2014년 쿠데타로 권력을 쥔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개헌을 내건 이번 시위는 마침내 금역이었던 왕실 개혁까지 들고 나섰다. 1932년 유럽 유학파 관료와 군인이 무혈쿠데타로 쁘라차티뽁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입헌군주제로 갈아탄 뒤 공개적인 장에서 왕실을 입에 올린 건 처음이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오히려 시위는 태국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결국 일주일만인 22일 비상사태를 해제한 데 이어, 지난 26일부터 상·하원은 정치적 해결을 위해 합동특별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시위대는 독일대사관을 에워싸면서 전선을 국제사회로 넓혔다. 독일에서 살다시피 해온 와치랄롱꼰 국왕에 대한 항의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여 이번 시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직 가늠하긴 이르지만 호락호락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 퇴진, 개헌, 왕실 개혁이라는 최고점 과녁을 겨냥했다는 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뜻이다. 퇴진 불가를 고집해온 쁘라윳과 국왕한테 충성을 맹세한 군부의 움직임을 눈여겨보는 까닭이다.

이쯤에서 이번 태국 시위에서 도드라진 현상을 하나 짚어볼 만하다. 1990~2000년대에 태어나 컴퓨터와 모바일 폰을 끼고 살아온 이른바 Z세대가 주축인 이번 시위의 특징은 한두 시간 만에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게릴라식 '즉발전' 전술이었다. 특히 지난 15일 지도부가 모두 체포당한 상태에서도 소셜 네트워크로 끼리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도심을 누볐다. 소셜 네트워크가 지도부 공백을 거뜬히 메우며 새로운 유형의 시위를 창조한 셈이다.

실제 지난 15일 하루 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사용량이 4천만건을 웃돌았다. 5천600만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를 지닌 태국의 하루 평균 사용량 2천만 건과 견줘 두 배나 불었다. 경찰이 상업 중심지 빠툼완 시위를 무력 진압한 16일 4천700만 건에 이어 17일엔 7천500만 건으로 치솟기도 했다.

으레 쁘라윳 정부는 소셜 네트워크 차단으로 맞섰다. 지난 14일부터 40만개에 이르는 사이트를 불법으로 찍은 데 이어 페이스북 661개를 비롯해 소셜미디어 221개 링크를 차단했다. 시위를 이끌어온 탐마삿시위연합전선(UFTD)과 자유청년(FY) 사이트와 온라인 정보 통로인 보이스TV, 스탠다드, 리포터스를 고발했다. 이에 맞선 시위대는 18일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 차단 소문에 따라 러시아에 발판을 둔 텔레그램 사용을 권하고 있다.

2014년부터 언론통제와 감시로 악명 떨쳐온 쁘라윳 총리는 컴퓨터범죄법으로 비판적 소셜 미디어를 차단하며 발신자뿐 아니라 수신자까지 잡아 가뒀다. 게다가 최대 15년형을 때릴 수 있는 헌법 제112조 불경죄(왕실 모독제)를 언론탄압용 칼로 휘둘러왔다.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020년 179개국 언론자유 지표에서 태국을 최악인 140위에 올린 건 우스개가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언론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못 하는 태국에서 결국 소셜 네트워크로 대안을 찾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류사를 통틀어 시민의 눈과 귀를 막고 버텨낸 권력은 없었다. 이번 태국 시위를 읽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국제분쟁 전문기자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