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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영업 제한'이 만들어낸 사회적 풍경...직장인에게 사실상 '통금 시간'

2021-01-26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오후 9시 영업 제한'이 다양한 사회적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회식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 '편하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육아 전선'에 뛰어들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직장인 A(여·29·대구 동구)씨는 최근 저녁 회식 자리에 가더라도 예전만큼 불편하지 않다. 쉽게 일어서지 못했던 저녁 회식에 '끝'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내심 오후 9시 영업 제한이 길게 이어졌으면 하는 게 A씨의 바람이다. A씨는 "회식도 미뤄지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있더라도 오후 8시 30분만 되면 '슬슬 일어서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이 나온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풍경"이라고 했다.


또다른 직장인 직장인 B(42·대구 중구)씨도 "1차에서 누군가 술값을 내면 남은 사람이 2차·3차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은 그런 부담이 없다"라며 "오후 9시만 되면 헤어지기 때문에 2차나 3차를 갈 일이 없다. 다음날 숙취도 없다"고 했다.


'육아 전선' 참여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대구의 한 공무원 C씨는 "저녁 약속이 있다 해도 금방 끝나니, 집에 가서 6살 아이를 돌봐야 한다"라며 "속이 답답해 집에 소주를 한 박스 사놓고, 아이를 돌보고 난 뒤 한 잔씩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후 9시를 '통금 시간'으로 여기고, 일찍 집에 들어가면서 좀 더 가정에 충실해졌다며 만족해하는 시민도 있다. E(45·대구 수성구)씨는 "일찍 퇴근하면서 생긴 장점은 깨어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예전엔 한밤에나 집에 들어갔고, 자고 있는 아이들 모습밖에 본 적이 없었다. 요즘에는 저녁 시간에 아이들 밥 먹이는 등 '주부 9단'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F(여·26·대구 수성구)씨는 "적당한 시간에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사람들이 더 가정에 충실해질 것 같다. 일찍 퇴근하니 가족과 대화할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은 저녁 장사를 위주로 했던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대구 수성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요즘 저녁 시간에 파리만 날린다. 텅 빈 가게를 보면 한숨밖엔 나오지 않는다"라며 "그나마 찾은 손님들도 9시 되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간다. 언제 이 제한이 풀릴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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