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시청방문해, 5만원 지폐 74장 든 봉투 청경에게 건넨 뒤 홀연히 사라져
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키로
대구시청에 익명의 기부자가 전달한 봉투와 성금 |
25일 대구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자초지종은 이랬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쯤 연령대가 70대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본관 입구에 찾아왔다. 당시 근무중이던 청경은 평소대로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다짜고짜 청경에게 하얀색 봉투 하나를 건넸다.
청경은 "그런 일이라면 담당부서로 안내할테니 직접 전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동행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난 그냥 심부름을 대신 온 것 뿐이다.그냥 전달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며 잰걸음으로 청사를 급히 떠났다.
할머니가 건넨 봉투 겉면엔 이름 등은 전혀 없고 단지 '사회복지과 귀중'이라는 글귀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봉투 안에는 5만원권 지폐 74장이 노란 고무줄에 묶여 있었다. 자신은 전달자에게 불과하다고 했지만 정황상 할머니 본인의 손수 모은 것으로 시청 직원들은 직감했다. 봉투를 전해받은 시청 복지정책과 직원들은 "할머니께 직접 감사의 인사를 하지 못해 많이 아쉽다. 추운 겨울에 할머니가 건강하게 잘 지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대구시 복지국장은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따뜻한 나눔을 전해준 익명의 기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그 따뜻한 온정이 우리 이웃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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