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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2021-04-19

지금도 역사 진전시키는 4·19
61년간 활화산일 수 있었던 건
혁명 주체세력의 '순수성' 때문
반칙·특혜 젖은 이들 널린 시대
신동엽 시인의 일갈 귓전 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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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 대구대 교수 전 대구대 총장

4·19혁명 기념일이다. 61년 전의 일이니 이미 역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그것은 죽은 역사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해 끊임없이 밀어붙인 동력이었고, 지금도 역사를 진전시키는 살아있는 힘이다. 헌법도 선언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헌법 전문의 한 구절이다.

4·19혁명이 식지 않는 활화산일 수 있었던 것은, 자유와 공정과 민주주의의 혁명이념이 현대사회의 보편 가치라는 점 외에 혁명 주체세력의 '순수성'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무너진 정의와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믿었고, 그 신념에 다른 계산 없이 목숨까지 걸었다.

4월18일 고려대 학생들은 선언문에서 이렇게 외쳤다. '이제 질식할 듯한 기성 독재의 최후적 발악은 바야흐로 전체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기에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적 사명을 띤 우리들 청년학도는 이 이상 역류하는 피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만약 이와 같은 극단의 악덕과 패륜을 포용하고 있는 이 탁류의 역사를 정화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세의 영원한 저주를 면치 못하리라.'

이튿날인 4월19일 서울대 4월혁명 선언문의 한 구절도 소개한다. '양심은 부끄럽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영원한 민주주의의 사수파는 영광스럽기만 하다. 보라!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양심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의 열렬한 사랑의 대열이다.'

한편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대구민주운동의 주체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순수했다. 경북고 이대우 학생회장이 낭독한 결의문의 한 구절이다. '근세 우리나라 역사상 이런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일이 그 어느 역사 속에 끼어 있었던가…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세 선언문 모두 거침없는 포효였다. 한 치의 두려움도 엿볼 수 없었다. '순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백, 양심, 사명, 정의감'이란 말들이 눈에 들어온다. 민주주의, 정의, 자유에 대한 신념과 갈망이 전부였다. 그 어디에도 권력에 대한 욕망, 부를 향한 탐욕, 출세에 대한 동경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식지 않고 1980년 광주에서 6월항쟁과 촛불항쟁에서 타오를 수 있었다.

오늘 4·19혁명이 갖는 여러 의미 가운데 특별히 '순수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 워낙 가짜와 위선이 판치고 있어서다. 가면 쓴 탐욕과 정략이 난무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공정을 말하지만, 실은 반칙과 특혜에 젖어 있는 이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4·19혁명을 찬양하지만 실은 4·19혁명 정신을 욕보이는 혼돈과 자기부정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7년 신동엽 시인의 일갈이 귓전을 때린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실은 4월뿐만이 아니다. 사랑도 정의도, 민주주의도 교육도, 예수도 부처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버려야 한다. '순수'가 그리운 세상이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 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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