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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병적 강박증과 일의 철저함

2021-11-30
곽호순〈곽호순병원장〉

어느 프로야구 선수의 얘기다. 그는 타격왕 타이틀까지 거머쥔 적이 있었다. 그러나 타석에 서면 그는 늘 이상했다. 우선 배트로 바닥에 줄을 그어야 한다. 다음은 헬멧을 벗어서 앞으로부터 눌러 쓰면서 뒤로 완전하게 써야 한다. 그리고 양쪽 장갑을 풀어서 다시 여미고 좌측 발은 바닥 선에서 좌로 15도 정도 벌어지게 놓고 우측 발은 평행하게 놔야 한다. 마지막은 오른손으로 배트를 들어 몸으로부터 바깥쪽으로 크게 원을 한 번 그린 다음 투수를 노려 본다. 이 행동에서 무엇 하나 순서를 어기거나 빼먹게 되면 다시 타격자세를 풀고 처음부터 순서대로 밟아야 한다. 그래야 안심이 되고 집중이 되고 결국 안타를 쳐 내게 된다. 남들이 보면 불편해 보이지만 정작 그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옛날 독일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전해진다. 그 마을에 부자인 상인이 있었고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상인은 좋은 옷에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을 하며 부를 과시했고 가난한 농부는 그것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지냈다. 어느 날 한가한 시골길에서 그 상인과 농부가 마주쳤다. 농부는 그 상인의 옷차림과 보석들이 너무나 부러워 이성을 잃고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게 되었고 마침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칼로 그 상인을 해치우고 말았다. 그 사실을 본 것은 들풀뿐 사방은 고요했다. 농부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상인이 죽어가면서 했던 마지막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 상인의 마지막 말은 "엉겅퀴가 나 대신 복수 해 줄 것"이라는 말이었다. 도대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엉뚱한 말이었다. 농부는 상인의 옷과 보석과 돈을 급히 챙기면서도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려고 애를 썼지만 도대체 알 수 없었다. 그 후 농부는 부러운 것을 얻기는 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자신이 저질렀던 일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특히 그 상인이 했던 말 중 엉겅퀴가 어떻게 복수를 할지 정말 궁금하고 불안했다. 그 후 농부는 들판에 피어 있는 엉겅퀴만 보면 그 상인의 말이 생각나 두려웠다. 그래서 엉겅퀴를 밟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들판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이상하고 엉뚱해 보였으므로 마을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를 마을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물론 당연히 말해 줄 수 없지. 게다가 엉겅퀴도 그 이유를 말하지 않을 테니까"라는 알 수 없는 말로 횡설수설했다. 그 마을 들판에는 엉겅퀴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농부는 갈수록 묘하고 이상한 행동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농부의 갈수록 이상해지는 행동의 이유를 계속 캐묻게 되고 엉겅퀴 때문에 거의 반 정신이 나간 농부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털어 놓게 되었고 결국 그 농부는 죗값을 물게 되었다. 마침내 엉겅퀴가 복수를 하게 된 것이다.

병적인 강박증과 자기 일의 철저함을 위해서 나타내는 강박 현상은 그 모습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나 다르다. 자기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하게 되고 결과가 자기에게 이로운 것이 된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행위다. 하지만 자기 역할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자기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면 그것은 걱정스러운 병으로 진단이 될 수 있다. 병적인 강박증과 일의 철저함을 위해 나타내는 강박 행위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허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강박장애, 본인은 참 힘든 병이고 치료는 까다로운 병이다.
곽호순〈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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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순 곽호순병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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