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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영남시론] 전두환의 언론말살 기억하기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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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개관사정(蓋棺事定), '관을 덮고 나서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말이 있다. 악명의 한 사람이 지난주 죽었다. 언론에 종사해온 나는 그가 행한 언론 부문, 40여 년 전 기억들을 떠올린다.

나는 1978년 11월 영남일보에 수습기자로 입사했다. 수습을 마친 다음 해 5월 경찰에 출입했다. '유신철폐' '독재퇴진'을 부르짖는 학생시위 현장에 가더라도 유신정권 하에서는 시위 기사 한 줄 보도할 수 없었다. 그해 8월 YH여공 신민당사 농성, 김영삼 총재 제명, 비상계엄, 부마항쟁, 그리고 10·26으로 정권은 막을 내렸다. '독재퇴진'으로 언론자유에 목말랐던 언론에도 좋은 세상이 올 줄 기대했으나 반대였다. 10·26 이후 1년여 짧은 기간에 도리어 한국언론은 그가 주도한 신군부에 의해 미증유의 유린을 순차적으로 당했다. 그때 언론이 언론다운 것은 물론 아니었다. 언론통폐합의 논리를 개발한 조선일보 출신 허문도는 "사이비 기자가 판을 치고, 일부 종사자는 사회적 기생충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허문도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편향된 기사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요즘이 더 심한 게 아닌가. 그래서 언론자유는 언제나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300여 년 전에 존 밀턴이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며 진실과 허위를 통제하지 말고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길 것을 역설하지 않았던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도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명문화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의 신군부는 언론자유를 제한만 하는 게 아니었다. 12·12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그는 처음에는 계엄사의 검열단을 통해 언론을 사전에 검열했다. 학생과 시민의 민주화 요구는 왜곡 축소하고 신군부 쪽은 미화했다. 다음에는 1980년 7월 말 언론이 자체적으로 언론인을 '정화'하도록 했다. 신문협회·방송협회가 동원됐다. '언론자율정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때 '뿌리깊은나무' '창작과비평' 등 172종의 정기간행물이 폐간조치됐다. 언론사에 자체정화 대상자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신군부가 선정해둔 대상과 함께 1천여 명이 강제해직됐다. '정화'돼야 할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 영남일보에서 해직된 분 중 최영일 선배는 '김대중' 담당이었다. 1980년 7월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대중'을 취재보도해온 것이 '정화'의 사유였다. 그리고 1980년 11월14일 화룡점정하듯 언론사 통폐합을 단행했다. 또 자율 형식을 취했다.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들러리를 섰다. 그 이틀 전 보안사는 사주 등을 대상으로 조건 없이 포기하고 절대 발설 않는다는 각서를 받는 기민성을 보였다. 지방지 통합은 1930년대 일본의 언론통폐합과 같이 '1도(道)1사(社) 원칙'을 차용했다. 경북도는 영남·매일 중 영남일보가 매일신문에 흡수됐다. 부산은 국제신문이 부산일보에 통합됐다. 전남도는 전남일보와 전남매일신문이 광주일보로 제호를 바꾸며 통합했다. 그의 신군부가 국정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초헌법적 기구인 국보위에 당시 전달출 매일신문 사장(가톨릭 신부)이 위원으로 참여함에 따라 둘 중 하나인 영남일보의 폐간은 불을 보듯 뻔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언론을 말살했다. 통폐합으로 받아주기로 한 신문사에 가서 받은 대우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다. 하나 대부분 선배 동료들은 전통 있는 신문사의 긍지를 지닌 뜻있는 기자들이었다.

언론말살을 기획하고 집행한 사람들, 통폐합 수혜 언론들, 찬양하고 동조한 언론인들, 국보위에 참여한 위원들, 그들은 책임이 없는가. 그는 죽기 전에 언론말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은 기억해야 한다. 언론말살뿐이랴.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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