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1202010000183

영남일보TV

[경제와 세상] 국리민복

2021-12-03

좋은 정책은 國利民福 가치로
실천적 경험·현실인식 바탕
문제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
덩샤오핑 中시장경제 도입도
공산주의 '수단'으로 봐 가능

2021120201000063700001831
권 업 객원논설위원

중국 국가원로 예젠잉(葉劍英)이 "산은 첩첩 물은 겹겹 길이 있을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쉴 때,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음속 깊이 품었던 개혁의 문을 연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과 10년을 휩쓴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수습하며 개혁·개방을 기치로 중국 현대화의 길을 열었다.

그는 중국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삼보주(三步走)'라는 정책목표를 세운다. 우선 제 일보는 인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제 이보는 생활수준을 중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며, 제 삼보는 중국의 현대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공산주의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고, 이를 강대국을 건설하고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방법으로 여겼던 것이다. 곧 '국리민복'이다. 나라에 이롭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는 "왜 시장이라 하면 곧 자본주의이고, 계획이라 하면 사회주의라고 말하는가. 일본에도 기획청이 있고 미국도 계획을 한다. 계획과 시장은 모두 필요하다"라며 사고의 전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를 추진하면서도 공산주의를 단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었다. 경제개혁의 추진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공산주의 체제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국가의 안전과 안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광활한 국토에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이기 때문에 공산당이 구축한 강력한 중앙통제와 장악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체제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고,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1989년에 발생한 천안문 사건이다.

덩샤오핑의 아들 덩즈팡은 "아버지는 고르바초프를 바보로 생각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르바초프는 경제보다 정치체제 개혁부터 시작했다. 경제문제를 해결할 통치력을 잃으면 인민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덩샤오핑의 통찰과는 정반대의 길이었다. 1991년 12월26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사임과 함께 소련 최고회의 해체로 소비에트연방의 해체가 공식화되었다. 고르바초프의 최대의 실수는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했지만 이미 한계를 드러낸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한 것과 별다른 대안 없이 구체제를 파괴한 것이다. 소련은 '분열주의적 모험주의'라는 대중국 비난성명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정형화를 거론했는데, 바로 이 점에서 교조주의 논란이 있다.

교조주의(Dogmatism)는 전승된 신념과 학설을 구체적으로 주어진 실천적인 경험에 비추어 재고하지 않는, 무비판적이고 몰역사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옛 소련의 교조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창조적 변화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전체 이론 틀을 도외시한 개별적인 테제들을 비변증법적인 방식으로 적용하는 우를 범했다고 일부 학자들은 비판하고 있다.

1978년 1천495억달러에 불과하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14조1천200억달러를 기록하고, 2028년에는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덩샤오핑의 업적의 바탕에는 국내외 동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시대에 대한 냉철한 현실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빈곤문제 해법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 교수는 "좋은 경제학은 제대로 된 팩트 위에서 시작하지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좋은 정책은 '국리민복'을 불변의 가치로 두고 실천적 경험과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의 최적의 방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어떠한 정책도 마땅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데올로기는 '국리민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권 업 <객원논설위원>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