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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의회 중심주의가 네거티브 대선을 막을 수 있다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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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은 그칠 줄을 모른다. 김건희씨 녹음 파일 공개를 MBC가 김건희씨의 기자와의 통화를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공개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 후보에 대해 적대적 글을 쓴 변호사가 이 후보의 가족 간 통화에 욕설 등이 담긴 내용을 맞불 성격으로 세간에 알리는 등 네거티브 공방은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최대 비호감 선거라고 하지만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극단적 대결과 혐오의 정치가 구조화된 것은 역대 선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규범론의 관점에서 현단계 상황을 비판하는 것에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도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현행 대통령제는 미국의 순수대통령제와 거리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근간은 강력한 의회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사법부의 존재다. 그러나 입법 행정 사법의 견제와 균형을 원리로 하는 대통령제와 우리의 권력구조는 사뭇 다르다. 국회의원과 장관의 겸직이 가능하고 대통령에게 법률안 제출권이 있는 등 내각제적 요소 등이 있다. 여당 의원이 입법부의 일부가 아니라 장관이 됨으로써 내각의 일원으로 기능한다면 대통령제 취지와 거리가 멀다.

내각제도 아니고, 대통령제도 아닌 애매한 형태의 지금의 제도는 기형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본질적 문제다. 단순 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가 결합된 국회의원 제도와 대선이 어우러지면서 승자독식이 제도화돼 있다는 점은 한국민주주의의 커다란 맹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구도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정치행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레고리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 나타나는 분석 그대로가 지금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한국정치다. 적대를 토양으로 하고 혐오와 네거티브가 선거를 지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87체제라고 불리는 현행 체제는 장기집권을 방지하고자 하는 온건 자유주의진영과 군부의 타협이라고 하는 한계를 기본적으로 안고 있기에, 절차의 민주주의가 확립된 현재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사회경제적 차원에서도 개헌의 여지는 많지만 현행의 권력구조와 정치제도가 존속하는 한 지금의 혐오 정치는 막을 길이 없다.

일각에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라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 작동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지금의 5년 단임제는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에 정상 정치를 위해서 헌법 개정은 필요조건이다. 또한 4년 중임제를 거론하는 정치인이 많지만 이는 지금의 제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모순이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 의회가 기본이 되려면 내각제 개헌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내각제에 대한 부정적 추억이 있다. 무능했던 제2공화국의 내각제정권이 쿠데타에 의해 무너지고, 정당 불신이 크고 타협과 절충의 정치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내각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정치적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행의 제도 하에서 내각제적 요소를 살리고 선거제도 보완을 통해 현행 적대적 정치의 교정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정치체제라야 한다. 당장 의제화하기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차기 대선에 이러한 구태들이 재연되게 방치할 수는 없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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