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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교육부의 업보와 인재양성 대책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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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경북대 총장

"신경을 더 썼어야 하는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아 '업보'를 당하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포럼에서 나온 발언이다. 교육부 전 직원이 참여하는 '반도체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서울대 재료공학부 황철성 석좌교수가 교육부 직원들을 질타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업보라는 단어가 공식 포럼에서 나온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며 장관들에게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진이 보도되고, 반도체 산업계에서 당장 10년간 3천여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강조한 후, 이에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부는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계약학과 중심의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외 계약학과를 신설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 가겠다는 것이다. 지방대학 육성과 거리가 먼 대책이다. 당장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지역대학보다는 수도권 대학으로 쏠리는 인재들이 더욱 수도권 계약학과로 몰릴 것이다. 취업이 보장되고 학비까지 면제되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에 특정학과 쏠림까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원 확대보다 더 시급한 것이 교육의 질 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반도체 산업 인력의 메카였던 서울대와 경북대를 보면 우리의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서울대는 27년 된 반도체 장비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고, 경북대는 SK하이닉스에서 노후되어 현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장비를 가져다가 실습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 시대에 우리가 갖춘 무기의 수준이다. 기업이 버린 장비를 가져다가 교육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학과 정원만 늘린다 한들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재가 양성될 수 있을까? 고등학교도 한 반에 30명이 넘지 않는 상황에서 수업을 하지만, 경북대만 해도 반도체 관련 수업을 70명 이상이 수강하고 있다. 당장 학생을 가르칠 교수와 장비가 없다면 무용지물 아닌가? 반도체 인력양성에서 중요한 것은 학부생보다는 오히려 관련 분야의 석·박사 고급인력이라는 지적도 많다. 적극적인 예산투자를 통해 관련 분야의 전공교수 채용이 확대되어야 하고, 기자재와 실습실 확보가 필요하다.

IT특성화 대학인 경북대는 반도체 업계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등에 대응해 2023학년도부터 연간 400명 이상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배출할 대학원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1970년대부터 50년간 전기·전자 인력을 배출해온 역사와 전문성을 활용하여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 조성사업을 대구시와 조율하고 있다. 정부도 지역거점국립대학이라는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인재를 양성하는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

첨단산업 인재 양성은 지역균형발전,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규제 개선, 대학 구조조정 등 거시적 시각에서 해결해야 한다. 거시적 문제를 단기적 관점에서 수립한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육부가 7월 중으로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역대학을 살리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시대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임시방편이 아닌 긴 안목의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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