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314010001641

영남일보TV

[Y르포] “오늘도 허탕 쳤습니다”…대구 건설현장 일감 씨가 말랐다

2025-03-14

1월 착공면적 작년比 67%↓…사무소 나가도 절반은 빈손 귀가

노동자 석달새 1.3만명 급감 "현장 전문인력마저 사라지고 있어"

[Y르포] “오늘도 허탕 쳤습니다”…대구 건설현장 일감 씨가 말랐다

13일 오전 6시쯤 대구 동구 한 인력사무소에서 일감을 찾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앉아 있다.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김모(55)씨는 2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고향이 경북 포항인 그는 지금은 대구에 숙소를 구해 지낸다. 포항 건설현장 일감이 뚝 끊겨 고향을 등진 것. 그나마 일자리 사정이 나으리라 생각하고 왔지만 경기가 좋지 않기는 대구도 마찬가지였다. 13일 오전 6시 대구 동구 한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김씨는 “대구에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기질 않았나. 차례차례 지었어야 했는데, 1~2년 사이 몰아 해치웠으니 한동안 일감 찾는 것은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4~5년 전만 해도 인력사무소마다 북적북적했지만, 요즘은 일감이 줄면서 일 구하러 오는 사람도 확 줄었다. 오전 5시 집에서 나오는 그는 6시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허탕이구나' 생각하고 마음을 비운다고 한다. 김씨는 “예전엔 상가 철거현장이라도 나갔다. 하지만 요즘은 공실이 생겨도 철거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철거현장 일감조차 씨가 말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과 달리 딸린 입이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며 자조했다.

 

같은 날 만난 5년 경력의 유(55)씨도 오전 7시가 지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결국 일거리를 얻지 못했다. 그는 올해 1~2월을 통째로 쉬다시피했다. 공사현장에 나갈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다섯 번도 되지 않았다는 것. 유씨는 “이곳은 대구에서 일감 많기로 소문난 사무소인 데도 그렇다. 현장 일을 시작한 이후로 이만큼 갑갑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사무소 안은 적막감만 맴돌았다. 간간이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가 반갑기는 하지만, 호명을 기다리는 노동자 30여명이 모두 부름을 받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지루함과 초조함을 달래려 노동자들이 담배를 꺼내 바깥으로 나서기라도 하면 “언제 이름이 불릴지 모르니 근처에 있으라"는 사무소장의 힘없는 당부가 매번 뒤따른다.

 

20년 넘게 인력사무소를 운영해 온 차모 소장은 “아파트 건설붐이 일 때는 60~70명이 대기해도 모두 일하러 나갔다. 그런데 요즘 일감이 줄면서 사무소로 오는 인원도 반토막났다. 그중에서도 절반만 일거리를 얻는다"고 했다. 공사현장은 통상 오전 7시 일을 시작한다. 오전 6시30분만 넘겨도 인력사무소로 걸려오는 호출 전화는 뚝 끊긴다. 차 소장은 “새벽같이 사무소를 찾은 사람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낼 때면 마음이 무겁다. 전국 각지에서 '대구엔 일감이 있느냐'는 문의가 있을 정도로 지금 건설경기 상황은 매우 나쁘다"고 했다.

 

실제 대구 건설경기는 악화일로다. 지난 1~2월 지역 종합건설사 7곳이 폐업했다. 건설경기 장기불황을 버텨내지 못한 것.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대구경북 실물경제 동향'자료를 보면, 올 1월 대구지역 착공 면적은 전년 동월 대비 67.4%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대구 일용직 노동자도 지난해 11월 5만7천명에서 올 2월 4만4천명으로 확 줄었다. 불과 석달만에 1만3천명이 사라진 것. 문제는 앞으로다. 건설 투자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질 않는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건설투자가 작년 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국내 건설경기는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으로 투자가 발생하고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현장에선 이미 전문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업을 떠나지 않도록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자 이미지

최시웅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