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채소·콩·견과류 해로워…단백질은 체중 1㎏당 0.8g 섭취 권장
당뇨병·고혈압, 신장 여과기능 무력화시켜…짠 음식도 중요 원인
운동·절주·금연 필수…한번 손상되면 회복 어려워 예방만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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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이른바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CKD)'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저하된 상태를 뜻한다. 단백뇨 또는 혈뇨가 지속되거나, 사구체여과율(GFR)이 60㎖/min 이하로 떨어지면 진단된다. 환자가 질환을 인지하는 시점은 대부분 이미 병이 깊어진 뒤다. 신장 질환은 초기에만 관리가 가능하며, 한번 손상된 기능은 회복되지 않는다. 결국 예방만이 최선이다.
◆당뇨·고혈압 환자, 콩팥병 고위험군
만성콩팥병의 원인은 명확하다. 가장 큰 두 축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두 질환 모두 혈관을 망가뜨리는 만성 질환이다. 혈관이 망가지면 신장 내 미세 혈관망인 사구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고혈압은 신장에 지속적으로 높은 압력을 가해 사구체를 괴사시키고, 당뇨는 혈액 내 노폐물과 당이 신장의 정밀 여과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특히 당뇨병성 콩팥병은 전체 말기신부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진단받은 당뇨병 환자라면 정기적인 소변검사와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로 신장 상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고령, 비만, 가족력, 요로결석 등도 만성콩팥병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식습관, 위험 키운다
만성콩팥병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기능이 절반 이상 저하된 상태다. 대표적인 이상 신호로는 △야간뇨 △탁하거나 거품 많은 소변 △눈 주변 및 손발의 부종 △피로감 △식욕 저하 △전신 가려움 △고혈압 등이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신장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식습관 역시 만성콩팥병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특히 한국인은 짠 음식을 즐긴다. 국, 찌개, 라면 등 염분 함량이 높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을 5g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나, 국내 평균은 10g을 넘는다. 짠 음식은 신장을 혹사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과도한 염분은 배출을 위해 콩팥에 과부하를 주고, 장기적으로 기능 저하를 불러온다.
염분 섭취를 줄이려면 조리법부터 바꿔야 한다. 국물 요리는 자제하고, 간장·된장·고추장 등 조미료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가공식품보다 신선한 식재료 중심의 식단 구성이 권장된다.
◆운동·절주·금연 필수
운동은 신장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혈압을 낮추고 대사 기능을 개선해 콩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매일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가벼운 달리기 등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단, 지나친 운동은 부상이나 탈수 위험이 있어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금연과 절주 역시 필수 수칙이다. 흡연은 신장의 혈류를 감소시켜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음주는 흡연 욕구를 자극할 수 있어, 술을 줄이는 것도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간식이나 물로 음주욕구를 대체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건강식도 신장 환자에겐 독
신장 건강을 위해 무조건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는 인식은 잘못된 상식이다. 물은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은 일반적인 날씨 조건에서 하루 1.5ℓ(5~7컵)가 적당하다. 과도한 수분 섭취는 오히려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콩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의사 지시에 따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현미, 채소, 콩, 견과류 등은 건강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만성콩팥병 환자에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들 식품은 칼륨과 인이 풍부해,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경우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고 쌓이게 된다. 이로 인해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면 근육쇠약, 부정맥, 구토 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단백질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신장 환자는 체중 1㎏당 0.8g의 단백질만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70㎏ 성인의 경우 하루 56g 이하다. 단백질 과다 섭취는 사구체의 부담을 높여 질환을 악화시킨다.
◆정기검진이 생명 지키는 첫걸음
무분별한 약물 복용도 문제다. 최근 유행하는 다이어트 보조제 중 일부는 이뇨 작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뇨제는 신장에서 수분을 배출시키는 약물인데, 잦은 사용은 오히려 신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 모르고 복용할 경우 치명적이다. 새로운 약을 시작하거나 여러 약물을 병용할 경우, 반드시 의사·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만성콩팥병은 무섭지만, 진단 방법은 간단하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만으로도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특히 당뇨·고혈압 환자라면 연 1~2회 정기 검진이 필수다. 조기 발견 후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건강관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는 콩팥 건강을 포함한 지역 보건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취약계층 대상 먹거리 후원, 어르신 일자리 지원, 의료 취약가정 아동용품 후원, 메디체크 어머니 봉사단 운영 등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다. 그 결과, 2021년부터 4년 연속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24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
유경돈 울산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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