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이 발표한 발굴 조사 보고서에 공개된 묘지석 뚜껑돌 탁본. [김영관 교수 제공] <연합뉴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6/news-p.v1.20250616.2a8f2b5d2c0c4d29a77c545892854450_P1.png)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이 발표한 발굴 조사 보고서에 공개된 묘지석 뚜껑돌 탁본. [김영관 교수 제공] <연합뉴스>
약 1천200년 전 중국 당나라에 머물렀던 신라 왕족의 무덤이 발굴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죽은 이의 이름, 신분 등을 기록한 묘지(墓誌)가 온전히 남아 있어 향후 연구가 주목된다.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은 시안시 옌타구의 'M15호' 무덤에 대한 발굴 조사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무덤은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시안의 옛 명칭)성에서 북쪽으로 약 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과거 도굴 피해를 본 적이 있으나 2022년 6월 진행한 조사에서 돌로 된 묘지를 비롯해 80여점의 부장품을 새로 확인했다.
연구원 측은 출토 유물과 묘지에 새겨진 글자 등을 토대로 '당나라에 신라 출신의 '질자'(質子)로 있던 김영(金泳)의 무덤'이라고 판단했다. 질자는 외교적 관계를 위해 상대국에 보내는 군주나 유력 대신의 자제를 말한다.
중국 현지에서 발굴 조사를 거쳐 신라 왕족 출신 인물의 무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묘지는 무덤 방 입구 안쪽에서 발견됐다. 가로·세로 약 38㎝로 정사각에 가까운 형태다. 덮개(뚜껑)돌과 몸통돌로 구성돼 있으며, 위·아래가 합쳐진 채로 나왔다.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이 발표한 발굴 조사 보고서에 공개된 묘지석 뚜껑돌 탁본. [김영관 교수 제공] <연합뉴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6/news-p.v1.20250616.97e688e11f79485ea9e2277e1df93431_P1.png)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이 발표한 발굴 조사 보고서에 공개된 묘지석 뚜껑돌 탁본. [김영관 교수 제공] <연합뉴스>
덮개돌 윗면에는 '대당고김부군묘지명'(大唐故金府君墓誌銘)이라는 9자가 새겨져 있고, 주변 부분은 구름과 보상화무늬로 장식돼 있다.
몸통 돌에는 이름과 관직, 출신 등 총 557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이 발표한 발굴 조사 보고서 내용 중 무덤 내부 모습. [김영관 교수 제공] <연합뉴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6/news-p.v1.20250616.41ed7edcd4a2457c8a74d6289a779fd6_P1.png)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이 발표한 발굴 조사 보고서 내용 중 무덤 내부 모습. [김영관 교수 제공] <연합뉴스>
발굴 조사 내용이 공개되자 국내 학계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신라 출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묘지가 중국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무덤과 함께 명확하게 확인된 건 처음이다. 학계에선 묘지에 기록된 가족 관계를 특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고서를 검토한 충북대 김영관 교수(사학과)는 "중국에서 정식 발굴로 출토된 최초의 신라인 남자 귀족의 묘지"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김영 무덤과 묘지명은 8세기 신라와 당 사이의 외교 관계와 인적 교류를 증언해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세대 하일식 교수(사학과)는 "김영의 묘지가 문헌 기록에서 찾기 어려웠던 역사의 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며 "묘지와 함께 무덤에서 출토된 부장품도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고고여문물(考古與文物) '최신호에서 볼 수 있다.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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