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쪽샘 44호분서 정교한 목조구조 첫 실측…신라 돌무지 무덤 구조 해석의 전환점
국내 유일 전면해체 조사 고분… 31개 버팀나무와 위계적 공간 배치 확인
비단벌레 말다래·삼색비단 유물 등 출토… 공주 무덤임을 뒷받침하는 물증도 확인

경주 쪽샘 44호분은 108개의 나무 기둥과 31개의 버팀나무로 구성된 정교한 목조 구조물로 축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나무 기둥 구멍과 버팀나무 흔적. 국가유산청 제공

경주 쪽샘 44호분은 16만여 개의 강돌로 쌓은 돌무지 속에 원형으로 배치된 108개의 나무 기둥과 이 기둥을 연결하는 31개의 버팀나무가 격자 구조로 설치됐다. 사진은 돌무지 표면에 나무 기둥과 버팀나무 흔적. 국가유산청 제공

경주 쪽샘 44호분 돌무지 내 나무 기둥 흔적 세부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경주 쪽샘 44호분 돌무지 기초부의 돌렬 및 흙둑. 국가유산청 제공
1천550여년 전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108개의 나무 기둥과 31개의 버팀나무로 이뤄진 정교한 목조 구조물이 확인됐다. 고대 무덤 내부에 숨겨져 있던 이 구조는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의 축조 원리와 위계 구조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25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 따르면 쪽샘 44호분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10년에 걸쳐 발굴과 해체 조사가 이뤄진 국내 유일의 전면 해체 분석 신라 고분이다.
특히 16만여 개의 강돌로 쌓인 돌무지 내부에는 동심원 형태로 4열에 걸쳐 배치된 108개의 나무 기둥과 이들을 서로 연결한 31개의 버팀나무가 설치돼 있었던 흔적이 확인됐다. 1열은 높이 3.2m의 기둥 31개로 구성되며, 외곽으로 갈수록 높이가 점차 낮아져 2열 29개, 3열 29개, 4열 19개가 배치돼 있다. 이러한 기둥 배치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고인을 중심으로 한 위계적 공간 구획의 실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버팀나무는 각 기둥 사이를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최대 길이 6.6m에 달하고, 돌무지 경사면에 남은 홈을 통해 위치와 결구 방향이 추정됐다. 이 구조물은 하중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무덤의 전체 안정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기둥과 버팀나무로 구성된 복합 목조 구조는 지금까지 황남대총 남·북분, 금관총, 서봉총 등 단 5기의 신라 고분에서만 확인된 고급 구조 양식이다. 그중에서도 전체 구조를 실측·복원 가능하도록 정밀 해체한 것은 쪽샘 44호분이 유일하다.
무덤의 주인공이 신라 공주로 추정되는 배경은 출토 유물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안장 아래에 다는 장식인 말다래에는 비단벌레 날개 약 400여 장이 사용됐으며 자색과 비색 염료로 짜인 삼색 비단, 여성 왕족을 상징하는 장신구도 다수 출토됐다.
경주문화유산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실측과 복원을 통해 구조적 원리와 축조 방식에 대한 실마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편 연구소는 26일 오후 3시 경주시 태종로에 위치한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쪽샘 44호분 축조 실험 1차 공개설명회를 개최한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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