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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조문국으로 떠나는 역사기행] 3. 박물관은 살아있다 <끝>

2025-06-26 20:20

중생대 공룡 되살아난듯 생생한 체험…‘공룡 덕후’ 아이들도 대만족

민속유물전시관 1층에 있는 가족문화체험실에서 종이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가족. 민속유물전시관에서는 씨름, 줄다리기 같은 민속놀이와 멧돌, 곰방대, 화로 같은 전통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민속유물전시관 1층에 있는 가족문화체험실에서 종이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가족. 민속유물전시관에서는 씨름, 줄다리기 같은 민속놀이와 멧돌, 곰방대, 화로 같은 전통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민속유물전시관 1층에 있는 가족문화체험실에서 종이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가족. 민속유물전시관에서는 씨름, 줄다리기 같은 민속놀이와 멧돌, 곰방대, 화로 같은 전통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민속유물전시관 1층에 있는 가족문화체험실에서 종이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가족. 민속유물전시관에서는 씨름, 줄다리기 같은 민속놀이와 멧돌, 곰방대, 화로 같은 전통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1억년 전 공룡부터 조문국 유물까지

고대 의성 역사 보존한 조문국박물관

지역민 서명·모금운동 노력 덕에 개관

1층 상상놀이터 공룡화석 체험공간 등

놀이공원 못지않은 시설 갖춰 입소문

의성군민은 입장료 반값 할인 혜택도

그해, 땅이 열렸다.


때는 1987년, 의성군 제오리 지방도로 확장공사를 위해 산허리 부분의 흙을 깎아내면서 암반이 노출됐는데, 거기 무언가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약 1억 1천만 년 전에 의성에 살았던 공룡이었다. 발의 크기, 보폭, 걷는 방향까지 알 수 있을 만큼 잘 보존돼 있어서 훗날 이 발자국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룡 관련 천연기념물이 된다.


그해, 잊힌 나라가 깨어났다.


때는 1960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의성군 금성면 고분군의 첫 발굴을 시작하자 금동관, 장신구, 토기 같은 다양한 유물이 줄줄이 쏟아져나왔다. 삼국사기에 '185년에 신라가 조문국(召文國)을 공격했다'는 짤막한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한 국가가 그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신라의 금관과는 달리 화려하고 독창적인 의성의 금동관은 고대 의성지역에 조문국이라는 독립된 정치집단이 실존했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물적 증거가 된다.


그해, 역사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때는 2013년, 수차례의 발굴 조사로 출토된 조문국의 유물들이 국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으로 흩어지자 의성군민들이 서명운동과 모금을 통해 박물관 건립을 추진했고, 약 6년의 노력 끝에 마침내 조문국박물관이 개관했다.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고대국가 조문국이 살아있는 지역 역사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오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역사의 흔적과 파편 사이, 이 모든 시간의 간극을 종횡무진 횡단하며 상상력을 일깨우는 모험의 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의 야외 공룡놀이터. 공룡 옆구리로 들어가 크게 입을 벌린 공룡의 주둥이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미끄럼틀을 타보면 알게 된다. 조문국박물관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혹은 감탄사에 가깝다. 고대국가 조문국의 유물을 전시하는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상상력 가득한 체험공간이다. 다음달 7월 초 야외 물놀이장까지 개장하면 박물관의 경험은 더욱 신나고 짜릿해진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의 야외 공룡놀이터. 공룡 옆구리로 들어가 크게 입을 벌린 공룡의 주둥이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미끄럼틀을 타보면 알게 된다. 조문국박물관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혹은 감탄사에 가깝다. 고대국가 조문국의 유물을 전시하는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상상력 가득한 체험공간이다. 다음달 7월 초 야외 물놀이장까지 개장하면 박물관의 경험은 더욱 신나고 짜릿해진다.

◆1억 년 전 아기공룡이 나타났다.


"어때? 나 용가리 같지?" 공룡의 옆구리로 들어가서 주둥이로 튀어나온 조카 녀석이 한껏 으스대며 말했다. 다름 아닌 미끄럼틀 이야기다. 이곳은 조문국박물관의 상상놀이터 옆마당. 공룡 모양의 미끄럼틀을 20분째 무한반복 타는 동안 조카는 쉬지 않고 쫑알댔다. 목이 길고 머리가 큰 걸 보니 얘는 이름이 '타르보사우루스'일 거라는 둥, 비슷하게 생긴 '티라노사우루스'는 사자보다 힘이 15배나 강하다는 둥, 머리에 뿔이 난 '트리케라톱스'는 큰 뿔이 세 개나 있어서 공룡 중에서도 머리가 제일 크다는 둥……. 정신이 혼미했다. 그저 조문국박물관에서 한창 진행중인 '국보순회전'을 한번 더 보기 위해 왔을 뿐인데, 6살 조카녀석의 눈엔 황금빛 찬란한 신라의 보물보다 단연 공룡이 최고다. 게다가 의성 조문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반도 최초의 공룡뼈 화석이 발견된 곳이자 국내 최초로 화산활동이 일어났던 금성산을 품은 곳 아니던가!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의 일이야. 그때 이 일대에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호수(지름 150~250㎞, 경상퇴적분지)가 있었지. 초식공룡, 육식공룡 할 것 없이 수많은 공룡들이 물을 마시러 모여들었어. 자, 상상해 봐. 두 발로 걷는 공룡, 네 발로 걷는 공룡……. 쿵, 쿵, 쿵, 쿵!"


동생이 이야기 끝에 크게 발을 구르자 순식간에 놀이터가 중생대 백악기로 둔갑했다. 조카가 미끄럼틀을 타는 동안 애 엄마는 때아닌 '열공모드'에 돌입했는데, 상상놀이터 입구에 비치돼 있던 '의성국가지질공원' 브로슈어를 한참이나 골똘히 독파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기, 보이지? 저게 바로 아기공룡의 발자국이야."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놀이터 옆의 너럭바위가 실은 의성 만천리에서 확인된 아기공룡발자국 화석을 복제해 놓은 것이었다.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공룡은 공룡인지라 가장 큰 발자국은 무려 106㎝에 달한다고 했다. 용각류, 조각류, 수각류 등 공룡의 종류도 다양한데 이 발자국만 보고도 학자들은 걷는 방식과 속도, 행동 특성까지 유추할 수 있다. 이 아기공룡은 빠르게 이동할 때는 두 발로 걷고 느리게 이동할 때는 네 발로 걷는데 발을 바꾸기 전 잠시 차렷자세를 취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발자국 위로 마치 홀로그램처럼 중생대 아기공룡의 모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1층에선 다양한 공룡화석 체험을 할 수 있다. 공룡 모형을 갖고 미로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공룡화석이 발견된 지역을 찾을 수 있다. 상상놀이터에서 기초공부를 했다면 박물관에서 차로 4~10분 거리에 있는 해당 화석산지를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1층에선 다양한 공룡화석 체험을 할 수 있다. 공룡 모형을 갖고 미로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공룡화석이 발견된 지역을 찾을 수 있다. 상상놀이터에서 기초공부를 했다면 박물관에서 차로 4~10분 거리에 있는 해당 화석산지를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1층에선 다양한 공룡화석 체험을 할 수 있다. 공룡 모형을 갖고 미로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공룡화석이 발견된 지역을 찾을 수 있다. 상상놀이터에서 기초공부를 했다면 박물관에서 차로 4~10분 거리에 있는 해당 화석산지를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1층에선 다양한 공룡화석 체험을 할 수 있다. 공룡 모형을 갖고 미로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공룡화석이 발견된 지역을 찾을 수 있다. 상상놀이터에서 기초공부를 했다면 박물관에서 차로 4~10분 거리에 있는 해당 화석산지를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짜릿한 모험의 세계가 펼쳐진다


"여기가 정말 박물관 맞아?"


의성조문국박물관의 상상놀이터 1층. 역사 박물관은 고리타분하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주는 실내 풍경이 펼쳐졌다. 한편에는 공룡화석과 고고유물 등을 직접 만들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고대의 성' 공간이 펼쳐져 있고, 그 옆으로는 아이들이 온몸으로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모험의 성' 공간이 펼쳐진다. 웬만한 테마파크나 놀이동산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덕에 의성의 젊은 엄마들 사이에선 이미 '육아맛집'으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7월 초순이면 야외물놀이장도 개장 하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성인 입장료가 겨우 5천 원. 이마저 의성군민은 반값 할인이다. 애 셋 키우는 다자녀 가족인 동생은 안내판을 보더니 '이게 웬 횡재냐?'는 눈빛이다. 당장 애들 방학하면 매일 의성으로 출퇴근 도장을 찍을 기세다.


"아, 의성 한달살이를 할까 보다. 의성군민이 이렇게 부러울 줄은 몰랐네……."


상상놀이터 1층 한쪽에는 정글짐, 에어슬라이드, 폼 큐브 등 아이들이 온몸으로 뛰면서 즐길 수 있는 활동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상상놀이터 1층 한쪽에는 정글짐, 에어슬라이드, 폼 큐브 등 아이들이 온몸으로 뛰면서 즐길 수 있는 활동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상상놀이터 1층 한쪽에는 정글짐, 에어슬라이드, 폼 큐브 등 아이들이 온몸으로 뛰면서 즐길 수 있는 활동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상상놀이터 1층 한쪽에는 정글짐, 에어슬라이드, 폼 큐브 등 아이들이 온몸으로 뛰면서 즐길 수 있는 활동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사이 조카는 타잔이라도 된 듯 밧줄을 타고, 폼 큐브 위를 달리고 구르고 마음껏 뛰놀다 돌아왔다. 어느새 배가 출출하다. 박물관이 문을 여는 오전 9시 정각에 맞춰 도착했는데, 아직 박물관의 1/3도 못 봤다. 상상놀이터 2층에는 북카페도 있고 야외 쉼터도 있고, 그 옆 건물에는 전통부채며 종이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민속유물전시관도 있는데 아예 구경도 못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조문국박물관은 '관람'하는 곳이 아니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다시 '고대의 성'으로 들어가 공룡화석을 찾느라 모래더미를 헤집는 6살짜리 조카처럼 파면 팔수록 뭔가 재미있는 것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딸려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박물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모험의 세계였다.


그때였다. 모래더미에서 뒹굴던 조카가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다.


"이거, 카리… 카리리크니움!"


처음엔 무슨 외계어를 하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만천리 아기공룡발자국 화석을 일컫는 말(caririchnium·이구아노돈류의 공룡발자국)이었다. 새겨듣는 것 같지는 않더니, 언제 또 그걸 배우고 익혔을까. 티라노사우루스에서 시작하는 조카의 그 길고 긴 공룡 돌림노래에 또 하나의 단어가 추가됐다. 하나의 단어 속에는 하나의 세계가 들어있다. 지금 조카는 또 다른 세계로 통하는 새로운 창 하나를 열어젖힌 셈이다.


의성 조문국박물관은 웬만한 테마파크, 놀이동산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놀이마당의 모습.

의성 조문국박물관은 웬만한 테마파크, 놀이동산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놀이마당의 모습.

공룡화석 찾기에 푹 빠진 조카를 기다리다 우리는 잠시 조문국박물관 전망대에 올랐다. 아기공룡 이야기를 들은 탓은지 조문국사적지에 펼쳐진 수백 개의 진초록색 고분들이 마치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텔레토비 동산처럼 느껴졌다. 무엇이든 꿈꿀 수 있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동심의 세계. 그리고 그 넘어로는 백두산, 한라산보다 더 일찍 화산 폭발을 일으킨 금성산 능선이 보인다. 그 골짜기 골짜기마다,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무엇을 상상하든 의성은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글=이은임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의성조문국박물관>



함께 둘러보면 좋을 '상상력을 깨우는' 의성 여행지


우리나라 최초로 공룡화석이 발견된 의성은 지역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국가지질공원이다. 조문국박물관을 중심으로 함께 둘러보면 좋을 상상력 자극 의성 여행지를 추천한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조문국박물관에서 차로 4분 거리에 있는 약 1천656㎡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1억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의성에 살던 육식공룡과 목 긴 초식공룡 등이 남긴 발자국 384개, 보행렬 35개를 직접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약 40도로 퇴적암이 기울어져 있어 다양한 발자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차로 8분 가량 달리면 아기공룡 둘리가 천진난만하게 뛰놀며 찍어놓았을 법한 만천리 아기공룡발자국도 볼 수 있다.


▶빙계계곡


국내 최장의 결빙기간(3월초~10월초)을 자랑하는 빙혈과 풍혈이 있는 곳. 조문국박물관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다. 이곳 빙혈은 연평균 영하 0.3℃로 외부 기온보다 10℃ 이상 낮아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신기한 자연현상을 만나볼 수 있다. 계곡 자체도 한폭의 동양화처럼 멋스런 풍광을 보이는데 1933년 경북 8승지 중 하나로 선정되며 세운 큰 비석(慶北八勝之一)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빙계얼음골 야영장 등 군립공원 시설도 갖추고 있어 여름 휴가를 즐기기에 좋은 환경이다.


▶벼락못


조문국박물관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연꽃 관광지로 매년 7월이면 연꽃이 만개해 연꽃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 벼락이 떨어진 곳이라 해서 벼락못이라 불리는데 그에 얽힌 용마(龍馬)의 전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천하의 명장이 될 운명을 갖고 태어난 아기 장수가 역적이 될까 두려워한 아이의 부모는 비통한 심정으로 아이를 죽이려 했는데. 그 순간 마른하늘에서 천둥 벼락이 떨어져 그곳에 못이 생겼고 용마가 솟아 하늘로 날아갔다고 전해진다. 마을에는 지금도 용마의 원혼을 위로하는 신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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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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