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과 초중학생 자녀 2명 숨져
안방·주방 등 4곳서 발화 지점…양초·성냥 다량 발견
1990년 준공된 아파트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아냐

10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아파트에서 새벽 시간대 방화가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이 숨졌다.
10일 대구소방안전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35분쯤 동구 신천동 한 17층짜리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차량 25대와 인력 72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화재 발생 후 7분만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약19분만인 오전 3시54분쯤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현장 도착당시 모친인 40대 여성 A씨와 중학생 아들 B(13)군, 초등학생 딸 C(11)양 등 가족 세 명은 이미 모두 숨져 있었다. 구조대는 안방에서 남매를 발견했지만 모두 심정지 상태였다. 모친 A씨는 아파트 화단에서 추락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들 모두 별다른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불로 주민 3명이 연기를 흡입해 경상을 입었다. 주민 20여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화재 당시 일가족의 아버지는 집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차 현장 감식 결과, 발화 지점으로 확인된 곳은 안방과 주방, 거실 2곳 등 총 4곳이나 됐다. 발화 지점 주변엔 양초와 성냥 등이 놓여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아파트는 1990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건물이다. 당시 화재경보기나 대피 안내방송은 들리지 않았고, 주민 대다수가 경비원의 문 두드림과 이웃의 호출소리를 듣고 앞다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망자 3명에 대한 부검을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파트 단지 내·외부 CCTV 영상, 출입 차량 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방화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화재 원인을 어느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실화, 방화, 전기적 요인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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