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에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지, 실제 경제지표는 어떻게 파악하는지, 우리나라에 반영이 가능한 정책 성공 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이다. 경북PRIDE기업 CEO협회는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지역 기업들의 해외시장 조사 및 정보 수집을 돕기 위해 총 20여 개국에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스를 구축했다. 이들은 현지의 시장상황 및 산업분석, 현지 주요 이슈와 같은 양질의 국가별 시장정보들을 지역 기업들을 위해 전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지역 기업만이 아닌 지역민 전체를 위해 블로그나 페이스북보다 더 친절하고, 학술지나 논문보다 정확한 해외 정보를 매월 1회 지면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발상지이자, 세계 3대 패션쇼(패션 위크)가 열리는 패션 강국 프랑스에서 최근 정기 세일이 막을 내렸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기 세일을 관리하며, 이를 '솔드(Soldes)'라고 부른다. 이 솔드 기간동안 전국의 상점들은 재고 정리를 위해 최대 70~80% 상당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 전 세계 쇼핑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세일 문화가 시작된 파리 봉 막쉐 백화점의 정기 세일(솔드) 안내 <봉막쉐 제공>
◆ 정기세일(솔드) 시작과 성장
프랑스 패션업계에서 세일 문화가 시작된 것은 18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하나인 봉 막쉐(lebonmarche)의 전신인 르 쁘띠 상 토마(Le Petit Saint Thomas) 매장에서 재고를 정리하기 위해 할인 판매를 실시한 것이 정기 세일의 시초다. 이 매장에서 시작된 세일 문화가 파리의 다른 백화점에도 퍼져 나가면서, 세일이 하나의 문화와 유행으로 번져갔다.
프랑스 정부는 1906년부터 소비자 보호와 유통 질서의 안정을 위해 정기 세일 기간과 그 구체적인 내용을 법제화했다. 이후에는 정해진 기간을 제외하고 매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물건을 판매하는 '적자 장사'가 불법으로 간주됐다.
솔드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여름 솔드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겨울 솔드는 1월 초순부터 2월 초순까지 약 4주간이다.
과거에는 솔드가 6주간 지속됐으나, 2020년 프랑스 경제부 주도로 세일 기간을 4주로 단축했다. 세일 기간을 2주 줄이며 소비를 일정 기간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4주간 진행되는 정기 세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할인 폭이 점점 커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첫 주에는 재고 상품에 대해 보통 20~30% 상당의 할인율이 적용되며, 2~3주 차에는 40~50%, 마지막 주에는 최대 70~80%에 달하는 할인 폭을 제공한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프랑스의 한 가구점. <임유정 제공>
◆솔드의 유용성과 한계
유통·패션·소매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솔드는 재고를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시즌별로 디자인이 달라지는 패션업계의 경우, 해당 시즌에 판매하지 못한 상품을 정리함으로써 창고 공간을 확보하고 자금 회전율을 높이며, 신상품 진열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솔드는 연간 매출의 핵심 시즌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의류유통업회에 따르면, 솔드 기간 동안의 매출 비중은 연간 매출의 약 45~50%에 달하며, 소매업자일수록 이 비중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화장품 매장의 입구에 정기 세일(솔드) 안내가 붙은 모습. <임유정 제공>
문제는 최근 프랑스 소비자들이 정기 세일의 할인율과 진정성에 점점 회의적인 반응이라는 데 있다. 세일가가 실제로 큰 폭의 할인이 적용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체 간 과도한 할인 경쟁은 브랜드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궁극적으로 마진 손실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 솔드 기간동안 소상공인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도 존재한다. 솔드에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소상공인은 낮은 원가 경쟁력, 열악한 물류 인프라, 마케팅 역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세일 기간 중에도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솔드에 닥친 위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젊은 세대는 정기 세일보다 비정기 세일이나 온라인 특가 행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정기 세일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사이버 먼데이 세일, 중국 온라인 쇼핑몰 광군제 등 글로벌 세일 문화의 확산은 프랑스 내 유통시장의 세일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제한된 운영 기간과 방식으로 진행된 전통적인 정기 세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업체의 세일 기간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앞으로 패션 강국 프랑스에서 솔드가 생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처럼 세일 기간을 자치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거나, 업종별로 탄력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하거나, 온라인 전용 세일 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업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세일 전략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가격만을 일괄적으로 할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개인별 맞춤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AI 추천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라이브 커머스와 연계한 마케팅 전략 등이 그것이다.
또 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세일 모델로의 전환도 필수적이다. 기업은 과거의 대량 재고 소진형 세일보다는, 친환경 제품에 한정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지속 가능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호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임유정<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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