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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일상이 풍요로운 문화도시 산소카페 청송] 11. 청송의 파크골프장

2025-09-30 20:20

동호인 1300명·연간 6개대회 개최…군민건강 챙기고 경제활성화 새 돌파구

2021년 18홀 청송파크골프장 개장

건강증진·생활체육 다변화로 호평

2022년부터 각종 파크골프대회 열어

파천면 54홀 공공파크골프장 추진

전국대회 유치로 관광 새바람 기대

구한말 고종 혹은 순종 황제가 서양 외교관들의 테니스 경기를 보고 혀를 차며 "저렇게 힘든 일을 손수하다니 딱하다. 하인들을 불러다 시킬 일이지"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유명 칼럼니스트의 글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명확한 근거가 확인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올리버 에비슨(Oliver R. Avison, 1860~1956)의 회고록에 나온다. 에비슨은 고종의 전의(典醫)였으며 연희전문학교 교장, 세브란스 병원장을 지낸 캐나다 출신 선교사다. 그의 지인 한 사람이 영어를 잘하고 서양인들과 교분이 있는 양반 청년을 초대해 테니스 경기를 보게 했다. 한 세트를 끝내고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그 청년은 아주 흥미로웠다면서 "그처럼 힘든 일을 왜 하인들에게 시키지 않는가?"라고 했다고 한다. 에비슨은 이 일화가 양반 계층 조선인들이 체육 활동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회고했다.


독립신문은 1897년 2월20일자 논설에서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나라마다 승벽 있는 장난들이 있어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이런 장난을 해버릇해야 힘도 세지고 마음도 단단해지며…"로 시작한다. '승벽(勝癖)'은 겨뤄서 이기기를 좋아하는 성향을 뜻하고, '승벽 있는 장난'이란 스포츠를 번역한 말이다.


조선 사람들은 신분이 높을수록 몸이 약하고 겁이 많다고 지적한 독립신문은 그래서 외국이 함부로 조선을 대접해도 나무라지 못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고 꼬집는다. 자주독립을 위해서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편싸움 형식의 전통놀이인 석전(石戰)은 좋은 운동이니 위험한 요소만 금지하고 계속 허용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이 독립신문 논설은 테니스, 야구, 축구 등 서양의 스포츠들이 소개되던 개화기에 전통놀이와 체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당시의 문제의식이 1970~80년대에 널리 사용됐던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비타민제 광고 카피였던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은 정부의 표어로 사용되면서 온 국민의 귓속을 맴도는 구호가 됐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와 함께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국력'이란 말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이제 '건강', '여가', '행복', '삶의 질' 등 개인적인 가치와 '지역사회', '공동체', '소통', '교류' 등 사회적 가치가 차지하고 있다.


전국적인 파크골프 열풍에 동호인과 파크골프장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파크골프는 진입장벽이 낮고 신선한 공기와 경치를 즐기며 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청송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

전국적인 '파크골프 열풍'에 동호인과 파크골프장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파크골프는 진입장벽이 낮고 신선한 공기와 경치를 즐기며 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청송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

노년층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체육 종목으로 근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파크골프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신선한 공기와 경치를 즐기며 운동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중장년층으로 파크골프가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가히 열풍이라고 할 만큼 동호인 수와 파크골프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청송군은 일찍이 목계, 중평, 방호정 등 솔 숲에 소규모 파크골프장을 마련해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해 왔다. 파크골프 인기가 높아지자 청송군은 지난 2021년 5월 청송읍 송생리 청송황금사과 연구단지 내 2만1천여㎡ 부지에 청송파크골프장을 조성해 개장했다. 2018년 청송사과축제 개최 장소가 현비암 인근 용전천 둔치로 변경되기 전까지 사과축제가 열린 장소였다.


청송파크골프장은 총 길이 1천293m 18홀 코스의 공식 경기 규격으로 조성됐으며, 관리실·휴게실·화장실·기계실 등 다용도 복합건물 1동과 야외간이화장실, 원두막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청송군이 2021년 청송읍 송생리에 1천293m 18홀 코스의 공식 경기 규격으로 조성한 청송파크골프장. 이듬해부터 대회를 개최하면서 파크골프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은 청송파크골프장에서 장비를 정리하는 사람들의 모습.

청송군이 2021년 청송읍 송생리에 1천293m 18홀 코스의 공식 경기 규격으로 조성한 청송파크골프장. 이듬해부터 대회를 개최하면서 파크골프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은 청송파크골프장에서 장비를 정리하는 사람들의 모습.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건전한 여가활동 기회 제공을 위한 공약사업인 청송파크골프장 조성은 청송황금사과 연구단지 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주민 수요 변화에 발맞춰 생활체육 다변화를 꾀한 사업으로 호평을 받았다.


청송파크골프장 개장 이듬해인 2022년부터 각종 파크골프대회가 개최돼 청송군의 파크골프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2022년 9월에는 제1회 청송군 파크골프협회장기 파크골프대회가 열렸으며, 10월에는 제1회 청송군수배 파크골프대회가 열렸다. 청송군파크골프협회 주최·주관, 청송군, 청송군의회, 청송군체육회 후원으로 열린 청송군수배 대회는 12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청송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동호인들. 청송파크골프장 개장 이후 파크골프 동호인 수가 크게 늘었다. 청송군파크골프협회에는 현재 19개 클럽에 약 1300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청송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동호인들. 청송파크골프장 개장 이후 파크골프 동호인 수가 크게 늘었다. 청송군파크골프협회에는 현재 19개 클럽에 약 1300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2023년 3월 용전천 임시파크골프장에서는 청송군체육회 주최, 청송군파크골프협회 주관으로 제1회 황금사과배 파크골프대회가 열려 200여명의 선수가 기량을 겨뤘다. 3월은 청송파크골프장이 잔디 안정화를 위해 개장을 하지 않아, 이 대회는 청송사과축제장을 그대로 활용해 조성한 용전천 임시파크골프장에서 개최됐다. 생활체육 활성화뿐만 아니라 공공부지의 효율적 활용, 내수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대회가 됐다.


청송파크골프장에서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청송파크골프장은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건전한 여가활동 기회 제공을 위한 공약사업으로 개장됐다.

청송파크골프장에서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청송파크골프장은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건전한 여가활동 기회 제공을 위한 공약사업으로 개장됐다.

2024년에도 4월에 제2회 황금사과배 대회, 6월에 제3회 청송군파크골프협회장기 대회, 9월에 제3회 청송군수배 대회가 잇따라 열렸다. 또 10월에는 청송농협 주최로 청송파크골프장에서 '제1회 청송농협장기 파크골프대회'가 개최돼 청송읍·진보면 등 5개 읍·면의 11개 클럽 회원 220여명이 참가했다.


청송파크골프장 개장 이후 파크골프 동호인 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산남 지역 등 청송파크골프장과 거리가 먼 지역 동호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청송군은 파크골프장 추가 건설을 추진했다.


2023년 산남파크골프장과 진보파크골프장 두 곳을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해 산남은 지난 6월에 개장했고, 진보는 올해 말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산남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산남파크골프장은 안덕면 감은리 2만1천여㎡ 부지에 18홀 정식 규격 코스로 조성됐으며, 조명타워와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진보파크골프장은 진보면 진안리 객주문학관 옆 2만7천여㎡ 부지에 들어선다.


한편 올해 개최될 예정이었던 청송군수배, 황금사과배 대회 등은 지난 봄 산불의 여파로 취소됐으며, 제4회 청송군협회장기 대회는 산불피해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대회 형식으로 지난 6월 산남파크골프장에서 개최됐다.


지난 16일에는 남청송농협 주최로 산남파크골프장에서 제1회 남청송농협 조합장기 파크골프대회가 개최됐다. 이 대회에는 현동면과 안덕면의 5개 클럽 소속 선수 150명과 조합원·지역주민 등 4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현서농협도 파크골프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청송파크골프장과 거리가 먼 지역 동호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청송군이 올 6월 추가 건설한 청송 산남파크골프장. 안덕면 감은리 2만1천여㎡ 부지에 18홀 정식 규격 코스로 조성됐으며 조명타워와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청송파크골프장과 거리가 먼 지역 동호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청송군이 올 6월 추가 건설한 청송 산남파크골프장. 안덕면 감은리 2만1천여㎡ 부지에 18홀 정식 규격 코스로 조성됐으며 조명타워와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청송군파크골프협회에는 현재 19개 클럽에 약 1300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파크골프 회원 수가 청송군 전제 인구의 5%를 넘는다.


조장래 청송군 파크골프협회 회장은 "청송군에서 파크골프가 시작된 건 약 8년쯤 되는데, 4~5년 전부터 동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면서 "청송군이 추진하고 있는 54홀 공공 파크골프장이 완공돼 전국대회를 유치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파크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몇몇 전국대회는 총상금 2억 원, 우승상금 3천만 원 등으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주변에는 장기 숙식을 하며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도 많고, 대회기간 중에는 참가 선수와 가족들이 몰려 숙소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주민 건강 증진과 활력 있는 여가 생활을 위한 스포츠인 파크골프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청송 산남파크골프장.

주민 건강 증진과 활력 있는 여가 생활을 위한 스포츠인 파크골프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청송 산남파크골프장.

청송군은 최근 개최한 2026년도 군정 주요업무 보고회에서 파천면 54홀 공공 파크골프장 조성과 청송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성사업을 주요사업으로 재확인했다.


주민들을 위한 생활체육 기반을 더욱 확대하는 사업이면서, 청송군이 민선7기 때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체류형 관광도시 건설에도 큰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또 산불피해의 단순한 복원을 넘어 '산소카페 청송'을 재창조해야 한다는 흐름에도 부합한다.


주민들의 건강 증진과 활력 있는 여가 생활을 위한 스포츠인 파크골프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청송군에서는 '체력은 국력' 대신에 '체력은 경제력'이라는 말이 회자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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