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영남일보 문화팀 박주희·임훈·조현희·정수민기자
2025년 제32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독서감상문 공모에서는 응모작의 수준 편차가 심한 가운데 자신만의 경험을 진솔히 풀어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영남일보 책읽기상 독서감상문 공모에도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응모자가 참여했다. 응모작의 수준 편차가 심했지만, 자신만의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낸 작품들이 있어 반가웠다. 초등부의 경우 책 속 인물의 상황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중·고등부는 비슷한 수준의 글이 많았던 가운데, 청소년기라면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을 밀도 있게 풀어낸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대학·일반부는 책의 주제를 가져와 자신만의 관점으로 끝까지 밀고나가고,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킨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인간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공감일 것이다. 독서감상문을 매개로 그런 감정을 엿볼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앞으로도 독서가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창으로 기능하길 바란다. 이번 공모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대학·일반부
독서감상문은 글쓰기의 가장 자유로운 영역에 속한다. 특정한 형식이 없는 자유로움은 매력인 동시에 응모자들을 괴롭히는 난제다. 정형화된 기준이 없다보니 글쓴이의 통찰과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피상적인 감상평에 그쳐서는 눈길을 끄는 독서감상문이 될 수 없다. 저자가 전하려는 핵심 주제와 메시지를 '나의 관점'으로 끌어와 치열하게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깊은 사유나 신선한 관점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좋은 독서감상문을 가르는 핵심 기준일 것이다. 올해 대학·일반부 응모작은 완성도가 높은 작품도 있었지만 다소 기본적인 수준에 못 미치거나 평이한 서술에 그친 작품도 적지 않았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읽고 독서감상문을 쓴 응모자들이 특히 많았으며, 비문이나 오탈자 문장도 여전해 아쉬움을 남겼다.
최우수작으로 뽑은 박수진씨의 '머무르지 말고, 건너라'는 최진석의 '건너가는 자'를 읽고 쓴 독서감상문이다. 책의 핵심 주제를 개인적 경험과 사회 문제로 확장하는 통찰력이 돋보였다. 개인적인 자격증 준비 과정과 흔들리는 인간 관계를 '두려움을 안고 발을 내딛는 건너감'과 '공(空)의 지혜'로 치환한 서술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수작인 나영호의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밤'은 '화가가 사랑한 밤'을 읽고 쓴 독서감상문으로, 야맹증이라는 개인의 결핍을 명화 속 '밤'과 연결해 '결핍의 직면과 승화'를 이야기한 신선한 시각이 눈에 띄었다. 또다른 우수작인 오은미의 '경계, 그 너머로'는 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핵심 주제인 '경계'의 의미를 성찰하며 '진정한 수리'의 메시지를 전달한 작품으로 눈에 들어왔다.
◆중·고등부
본선에 오른 중·고등부 공모작들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보인 가운데 소수의 일부 작품들이 눈에 띄는 경향이 있었다. 책의 내용을 먼저 설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작품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그리 어렵지 않게 이태윤·이윤성(사대부중 2년) 학생의 작품을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응모자들은 청소년기라면 누구나 고민할 법한 내용들을 독후감에 녹여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의 모습과,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려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페이스'라는 책을 읽은 후 '내 얼굴을 직면하며'라는 제목으로 독후감을 쓴 이태윤 학생은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현실 세계 속에서 진정한 나만의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청소년의 고민을 담백하게 풀어내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람을 사람답게 보고, 세상을 올바르게 보겠다는 다짐이 돋보였다.
'율의 시선'이라는 책을 읽은 후 '거짓말이라는 렌즈란'이란 제목으로 독후감을 쓴 이윤성 학생은 성적과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을 책의 내용과 연계해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책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내면의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표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등부
대부분 공모작에서 책을 충실하게 읽고 요약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독서를 통해 느낀 점과 떠오르는 경험을 어린이들만의 언어로 솔직하게 풀어낸 점이 감명 깊었다. 다만 줄거리 설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거나 어른이 써준 듯한 독후감도 적지 않았다. 이에 심사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책 내용에 잘 녹여냈는가'와 '그 경험이 얼마나 독창적인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초등학생 아이들만 할 수 있는 발상을 중점적으로 봤다. 문장의 완성도도 함께 살폈다. 학년별로 수준에 맞는 표현력과 문장 구성 능력을 평가했다.
최우수상은 임채완(대구 영신초등 4년), 김서영(대구 율원초등 5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임채완 학생은 '나 혼자 우주 전쟁'을 읽고, '"누나! 내가 구해줄게!"'라는 제목의 독후감을 썼다. 책 속의 내용을 경험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자신과 누나를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재치 있게 풀어낸 서술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김서영 학생은 '감당 못 할 전학생'을 읽고 '나를 나답게'라는 제목의 독후감을 냈다. 전학생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에 잘 녹여냈으며, 주인공과 상황을 비교하며 솔직한 감상평을 담아낸 점이 돋보였다.
허서연(대구 삼육초등 4년) 학생은 '마이 가디언'을 읽고 친구를 사귀었던 경험을 상세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우수상을 받은 장태준(경산 사동초등 5년) 학생은 '빛날 수 있을까'를 읽고 자신의 꿈인 만화가의 시각으로 결말을 예측하는 창의적인 독후감을 선보였다. 특별상은 정시현(대구 복현초등 6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감당 못 할 전학생'을 읽고 '편견이 없다면 감당 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주요 장면에서의 자신의 의견을 힘 있게 서술했다.
박주희
임훈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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