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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박상봉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

2025-12-25 17:22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를 펴낸 박상봉 시인. <본인 제공>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를 펴낸 박상봉 시인. <본인 제공>

'언어를 통해 세계를 드러내는 시인' 박상봉이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를 펴냈다. 박상봉 시인은 모든 구조와 존재와 공간의 삶을 언어화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는 언어와 묵음의 경계선상에서 서성대거나 춤추거나 손짓한다. 시인은 삶은 언제나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 있다고 말하면서, 그런 말 없이도 삶은 살아지고 통해진다는 걸 꿈꾼다. 그 꿈을 언어로 세계화하는 작업을 성실하게 수행한 시편들이 이번 시집에 담겨 있다.


"어떤 밤은 불 켜지 않아도 데워진다/ 어떤 문장은 읽지 않아도 종소리 울린다// 말하지 않은 고백의 뒷면 같은/ 문장은 늘 타이밍을 잃고 도착한다/ 그래서 말이 늦었을 뿐/ 사랑이 아니었던 건 아니다// 어떤 마음은 말이 되는 걸 거부한다/ 손을 덥히는 잔 속의 김처럼/ 공중으로 조금씩 사라진다// 너를 위해 쓰는 줄 알았던 문장은/ 결국 나를 살리기 위한 문장이었어"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 중에서)


이번 시집에 수록된 51편의 시에는 연애 감정의 파문이 스며 있다. 사물이든 풍경이든 결국 인간의 모습을 대하든, 시인의 눈길은 그리움과 연민에 젖어 있다. 동시에 어떤 모습으로든 서로 소통하면서 한 풍경 속에서 일체화를 이루는 걸 꿈꾼다. 박상봉의 시에는 "사랑은 꼭 말로 해야 하나?"라는 반문이 시 곳곳에서 울리지만, 동시에 언어를 통해서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인간 조건에 대한 자각도 함께 놓여 있다. 이는 실제와 언어의 괴리를 고심하는 시인의 화두이다. 이런 질문을 통해 박상봉 시인은 침묵과 말하기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의식한다. 결국 그에게 시는 소통과 일체화를 위한 매개체다.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박상봉 지음/모악/132쪽/1만2천원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박상봉 지음/모악/132쪽/1만2천원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정조는 '소리의 머뭇거림과 두근거림'이다. 박상봉 시인은 청력 상실이라는 개인적 체험을 언어의 층위로 변환시키며, 들리지 않는 것의 파장과 존재 사이의 미세한 떨림을 시로 담아냈다. 그래서 박상봉의 시에선 소리의 결이 잔파도처럼 일렁인다. 모든 소리에 민감해 그 각성과 정서가 다채롭게 드러난다. 표제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도 시인의 숨결처럼 흐르는 소리의 파장이 미묘하게 일렁인다. 시인은 말하려 하고 들으려 하는 시인인 것이다.


이번 시집에 대해 이하석 시인은 "사물이든 풍경이든 결국 인간의 모습이든 서로 소통하려는 꿈의 구조로 드러난다"고 했으며, 엄원태 시인은 "구체적인 실존의 체험과 체득을 통해 '생'을 관통하는 본성적인 삶의 원리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그 음역이 낮지만 그윽하고 힘이 세다"고 평했다.


박상봉 시인은 1981년 박기영, 안도현, 장정일 시인 등과 함께 '국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5년부터는 대구 봉산동에 '시인다방'을 열고 젊은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도모했다. 현재 '산아래서 詩누리기' '시인과 독자의 만남' 등 대구경북을 비롯한 각지에서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집으로 '카페 물땡땡' '불탄 나무의 속삭임' '물속에 두고 온 귀'를 펴냈으며, '물속에 두고 온 귀'로 제34회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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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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