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의성산불. 영남일보 DB
지난해 봄 경북 전역을 초토화하며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긴 대형 산불과 관련해, 발화 원인을 제공한 피고인들이 1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의성지원 형사1단독 문혁 판사는 16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묘객 A씨(55)와 과수원 임차인 B씨(63)에 대해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묘 도중 묘소 주변의 어린나무를 태우려다 불을 낸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또 과수원에서 농업 부산물을 소각하다 불길을 키운 B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함께 부과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 모두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화재 발생 직후 신고하거나 자체 진화에 나서는 등 사후 대응을 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극심한 가뭄과 강풍 등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여건 속에서 불길이 급격히 확산된 측면이 있어, 화재의 모든 결과를 피고인들에게 전적으로 귀속시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번 산불로 발생한 대규모 인명 피해와 관련해서도 "피고인들의 개별 행위와 사망·중상 등 결과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거상 명확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형 선고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22일 의성군 내 두 곳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한 화재가 발단이 됐다. A씨는 조부모 묘소 주변 정리를 위해 불을 피웠고, B씨는 과수원 작업 중 발생한 부산물을 태우다 각각 불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의성을 넘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인근 5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산림 당국이 전국의 진화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한 끝에 주불을 잡기까지 무려 149시간이 걸렸다.
이 산불로 26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치는 등 총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피해 산림 면적은 약 9만9천289㏊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주택과 농경지가 대거 소실되면서 3천500명 넘는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되는 등 지역 사회 전반에 막대한 상처를 남겼다.
의성 산불 26명 사망…판결은 집행유예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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