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TK(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7일 SNS를 통해 '쌍특검법(통일교 로비 의혹 및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 특검)' 수용을 내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단식 투쟁과 관련, "시장이라도 해볼려고 날뛰면서 등 뒤에 칼 꼽는 영남 중진 놈들"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TK 통합 방해해 놓고 또 그 자리 계속하겠다고 설치는 놈" "홍수 때 한강에 떠내려 오는 정치 쓰레기들"이라고도 했다.
홍 전 시장의 극단적인 표현에 '시원하다'와 '도를 넘었다'는 반응으로 나뉜다. 홍 전 시장 특유의 독설이지만,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 전 시장은 대구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출마하려는 현역 의원들을 정조준함과 동시에 TK 유권자들도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실 TK 의원들의 '보신주의'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공천=당선'이라는 공식 아래 중앙당의 눈치만 보는 정치인들이 양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위기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TK 의원들의 행태를 '등 뒤에 칼 꼽는'이라는 표현을 통해 배신으로까지 규정했다. 실제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현역 의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대구시장 도전에 "대구시장이 국회의원 그만두고 가는 재취업 자리냐"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크게 틀린 얘기가 아니다. 홍 전 시장은 중앙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역구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혈안이 된 TK 정치인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주장한 셈이다. 홍 전 시장의 강도 높은 비판에 TK 의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제대로 반격조차 못하는 모습이 서글프다.
결국 TK의 정치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시사평론가 정규재 씨는 "광주는 시민이 당을 부리고, 대구는 당이 시민을 부린다"고 했다. 대구는 엘리트주의와 권위주의에 순응하고, 광주는 역동적으로 인물을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똑같이 '일당 독점' 체제이지만, 대구와 광주의 정치적 주체가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역대 선거를 보면 정규재 씨의 해석이 딱히 잘못됐다고 반박하기 어렵다. 6·3지방선거가 시나브로 다가온다. 언제까지 TK 정치권이 보신주의 오명을 뒤집어 쓸 수는 없다. TK 정치권이 질적으로 변하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능동적 의지와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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