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지역 수험생 예비소집 현장을 가다
비상상황 발생 유의사항 설명
“감독관 지시 잘 따라야” 강조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포항 북구 포항여고에서 열린 수능 예비소집에서 수험생들이 지진발생 시 대응법을 익히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수능날 지진이 안 나서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2일 오후 2시 포항 북구 포항여고에 수능 수험생 350여명이 집결했다.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돼 23일 치러지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표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 15일 학교 강당에서 열린 예비소집과는 달리 이번엔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규모 5.4 지진이 포항 전역을 뒤흔든 여파다.

예비소집이 시작되자 교사들은 수험생들에게 유인물 2장을 나눠줬다. 1장은 ‘수험생 유의 사항(포항지역)’, 다른 1장은 ‘수능일 지진 대처 요령에 대한 안내 방송 시나리오’였다. 엄기복 포항여고 교감은 대체시험장·예비시험장 안내 및 비상상황 발생 때 대처 내용 등을 설명했다. 수험생들은 귀를 쫑긋 세운 채 설명을 들었다. 유인물 내용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읽어 나갔다. 지난번 예비소집에서 지진을 직접 경험한 ‘학습 효과’다.

엄 교감은 지진대처 요령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에게 실제로 익혀 보라고 했다. 학생들은 지시에 따라 손을 머리에 얹고 자세를 낮추거나, 제자리에 앉으며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하는 연습을 했다. 은지영양(포항여고 3학년)은 “또다시 지진이 날까봐 걱정이 된다. 내일만큼은 작은 여진조차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20여분의 예비소집이 끝나갈 무렵, 엄 교감은 이번 시험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 한 가지를 신신당부했다. 그는 “진동을 감지하더라도 감독관 지시 없이 교실을 이탈하면 시험이 무효처리 되므로 반드시 감독관 지시에 따라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포항 남구 포항이동중에선 예비소집을 마친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뀐 시험장’을 처음으로 둘러봤다. 이들은 당초 포항여고를 시험장으로 배정받았다. 이날 시험실엔 들어가지 못했지만, 학교 외부를 살펴보고 수험번호와 시험실을 대조해 교실을 확인하는 등 수능 전날의 ‘마인드 컨트롤’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오채린양(울릉고 3학년)은 “지난 예비소집 땐 지진이 나는 바람에 학교를 둘러보지 못했다. 오늘은 바뀐 시험장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유하림양(포항세명고 3학년)은 “이동중이 집에서 가까워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다”면서 “포항여고보다 이동중이 신축 건물이어서 지진이 발생하면 더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기치 않은 지진으로 고사장이 바뀌면서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포항이동중은 수험생을 맞이할 준비를 마무리했다. 고사장 본부 관계자는 “수험생이 쾌적한 환경에서 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청소하고, 590개 책상에 놓을 고무상판도 준비했다”면서 “무엇보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고사장 곳곳에 지진대피 경로 안내표식을 부착하고, 감독관에게도 건물구조 교육 및 탐방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권혁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이현덕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