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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수 급감…대구 범어배수지‘위기의 백로 서식지’

2018-05-16

1천500마리서 500마리로 감소
고층아파트 건립 서식지 위협
공존의 생태계 관리시스템 필요

개체수 급감…대구 범어배수지‘위기의 백로 서식지’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배수지 위로 백로가 하늘을 날고 있다. <수성구청 제공>

15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시민체육공원 옆 범어배수지. 등산로 주변으로 푸른 소나무, 편백나무, 히말라야시더(개잎갈나무)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나무 위 군데군데 하얀 색깔의 물체가 눈에 띄었다. 어미 백로들이 둥지에서 새끼들을 보살피고 있는 것.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새끼 백로들은 솜털을 날리며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범어배수지는 얼마 남지 않은 도심 속 백로 서식지다.

그러나 이곳에 서식하는 백로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급감하고 있다. 주변 고층 아파트 단지와 도서관 건립 등 개발로 인해 백로의 서식지가 위협을 받고 있어서다. 조류생태환경연구소 박희천 소장은 “한때 1천500여 마리에 달했던 백로가 지난 3월 모니터링한 결과 500여 마리로 크게 줄었다”며 “둥지 수도 300여 개에서 100~150여 개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우려했다.

범어배수지에서 백로들이 하나둘씩 쫓겨나면서 사람, 자연,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범어배수지에는 1990년대부터 백로가 서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류 전문가들은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주변에 서식하던 백로들이 개체 수가 늘면서 그중 일부가 금호강과 신천의 중간 지점인 범어배수지에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범어배수지는 백로 떼가 숲을 뒤덮을 정도로 장관을 이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최고 54층 높이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도서관이 들어서는 등 주변 개발이 잇따르면서 백로들은 범어배수지에서 내몰리는 신세가 됐다. 백로 울음소리 및 배설물 냄새 등의 민원이 잇따르자 상수도사업본부가 주거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쳐냈고, 이 때문에 둥지 틀 자리가 점차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배설물 냄새는 서식지 주변에 EM배양액을 뿌려 최소화하고 있다. 이렇게 범어배수지를 떠난 백로들은 신천 주변 주택가나 북구 창조경제단지 등에 자리를 잡았다가 또다시 내쫓기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새와의 공존을 위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희천 소장은 “주로 물고기나 개구리 등을 먹이로 삼는 백로가 도심에 산다는 것은 주변 하천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의미”라며 “개체 수가 많아져 주민 불편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행정기관에서 규칙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적정 개체 수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개체 수를 조절하는 등 공존의 생태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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