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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류현의 패션디자이너 스토리] 키코 코스타디노프(Kiko Kostadinov)

2019-02-22

못생김·촌스러움에 열광…기능과 패션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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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컬렉션인 2017년 SS컬렉션(맨왼쪽)과 2019년 SS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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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식스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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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코스타디노프

자신의 SNS 계정에 청소부,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 패스트 푸드점에서 일하는 노인을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을 게시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불가리아 출신이지만 런던에 거주하며 차세대 디자이너로 손꼽히고 있는 키코 코스타디노프가 그 주인공이다.

키코 코스타디노프는 1989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났으나 16세 때 부모님과 함께 런던으로 이주하여 건설노동자인 아버지와 보모이자 청소부였던 어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자랐다. 그는 처음에 IT분야의 정보기술 학위를 취득하였으나 친구가 작업하는 패션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런던 패션칼리지의 기초과정에 입학, 패션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받길 희망하던 그는 영국의 유명 패션스쿨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 진학하고자 입학을 신청하였으나 학교로부터 입학을 거절당한다. 그러던 중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에이터 스룹(Aitor Throup)에서 인턴을 시작하게 되면서 인체를 해부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패턴을 해체하고 디자인을 풀어가는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2년 후 코스타디노프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의 패션디자인 및 마케팅 코스에 합격하며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6년 석사 과정까지 마치게 된다.

2015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 재학 중이었던 코스타디노프는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일생일대의 결정적인 기회를 마주하게 되는데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을 전개하는 미국의 유명 브랜드 스투시(Stussy)의 35주년을 기념하는 캡슐컬렉션에 코스타디노프의 협업제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었다. 당시 친구이자 천재 스타일리스트인 스티븐은 매거진에 실을 2벌의 의류제작을 그에게 요청하여 스투시를 리메이크한 스웨트 셔츠를 만들었는데, 런던의 유통업체인 김미파이브(Gimme5)의 마이클 코펠만이 완성된 옷을 보고 코스타디노프에게 전체 컬렉션을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된다. 스투시의 35주년 캡슐컬렉션은 런던 소호에 위치한 MACHINE-A에서 판매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마이클 코펠만은 코스타디노프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제안하고 스투시와 두 번째 협업을 진행하는데 스투시 고유의 전통을 파괴하였다는 악평을 듣기도 하였지만 도버마켓 긴자와 뉴욕에서 독점 판매된 제품은 악평과는 반대로 단 몇 시간 내에 매진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美 브랜드 스투시 35주년 캡슐컬렉션 협업 후 주목 계기
부모님 노동현장에서 받은 영감 패브릭 페인팅·실루엣
고무 테마 제품 라인…다양한 소재 차별화 럭셔리 구축
아식스 콜라보‘젤-버즈1’어글리 슈즈 전세계 매장 열광
한국 동묘시장 방문 후 아재패션 반영한‘대디룩’재해석



2016년 그의 가능성을 확인한 영국패션협회는 유망 신진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인 뉴젠(NEW GEN) 남성복 분야에 그를 선정하여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코스타디노프가 2017년 SS컬렉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받게 되면서 2016년 6월 런던 패션위크에서 남성복 데뷔 컬렉션을 가진다. 불가리아 군복직물을 사용하여 신중하게 재단되고 해체된 작업복과 유니폼들은 가족의 역사와 영국으로 이주한 정신적인 변화를 반영한 옷들로 호평을 받아 성공적 무대를 마무리했다. 그는 디자인의 시각적인 아름다움보다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였으며 어린 시절 부모님의 고단한 노동현장에서 영감을 받은 염색과 패브릭 페인팅, 표백제를 분사하는 방식과 함께 해체주의 미학에 따른 비대칭적인 커팅으로 자신만의 실루엣을 완성하였다.

이후 2017년 11월 그는 영국 전통 브랜드인 매킨토시(Mackintosh)의 프리미엄 라인인 매킨토시 0001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정되어 패션계에 자신의 입지를 더욱 더 확고히 다지게 된다. 매킨토시는 세계 최초로 방수원단을 만들고 비가 잦은 영국 날씨에 적합한 용해성 탄성고무 소재를 개발하여 트렌치 레인코트를 제작한 유서 깊은 기업이었으나 경영상의 이유로 2000년에 일본회사에 인수되었다. 코스타디노프는 고무를 테마로 한 제품 라인을 전개하였으며 아우터와 벨트, 소매, 바지 밑단을 고무 테이프로 마감하고 울이나 캐시미어, 나일론 등 다양한 소재로 기존과는 차별화된 럭셔리 라인을 구축하였다.

기능과 패션이 크로스 오버되는 작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식스(ASICS)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발매된 운동화로 그의 진가는 더욱 발휘되었다. 어글리 슈즈의 열풍으로 아식스는 코스타디노프와 손을 잡고 ‘젤-버즈1’을 출시하였으며 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전 세계 매장 앞에는 사람들이 밤을 새우며 기다렸다가 구매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남성복 컬렉션을 전개하던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18년 9월에 발표한 2019년 SS컬렉션은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선보이며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여성복 라인은 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동기였던 호주 출신의 쌍둥이 자매 디애나와 로라 패딩이 맡았으며 남성복과 마찬가지로 실용적인 디자인은 유지하되 대담한 톤의 컬러 팔레트가 적용된 그래픽 면 분할의 나일론 드레스를 비롯해 다양한 니트 디자인들은 미래적인 느낌을 주며 아방가르드한 워크웨어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코 코스타디노프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동묘 근처의 황학동 번개시장을 방문하여 한국 아저씨들의 패션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며 최고의 거리라는 태그를 달았다. 이후 자신의 컬렉션에서 아재패션이 반영된 대디룩을 선보이며 보는 시각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웠다. 기피하던 작업복을 수준 높은 디테일과 커팅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디자인으로 발전시킨 그의 남다른 시선과 해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rh0405@krif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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