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9(월)

[고전쏙쏙 인성쑥쑥] 세 가지 가능한 것(三可能)

| 2019-05-20 08:00:00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휘날리고 저학년 계주선수들이 힘차게 달려옵니다. 할머니는 “우리 훈이 잘한다!” 하고 목이 터져라 응원합니다. 올해 입학한 첫 손자의 경주 나산초등학교 운동회 날입니다. 계주선수로 뽑힌 손자가 으쓱대며 자랑하고파 초대를 하더니 며칠간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한 듯합니다.

저녁에 손자가 쓴 편지를 받았습니다. ‘할아버지께, … 건강하게 100년, 1천년, 1만년 오래오래 사세요. 제가 100층짜리 집 지으면 97층은 할아버지 집이에요. 기다려 주세요.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온가족이 함께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적었습니다. 계주선수, 100세, 100층짜리 집은 어쩌면 가능할는지도 모릅니다. 하여튼 손자의 생각이 기특하여 가슴 뭉클하고 고마웠습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다사에서 멀지 않는 달성군 하빈면 묘리에는 ‘삼가헌(三可軒)’이 있습니다. 사육신 박팽년의 11세손 박성수가 묘리에 초가로 집을 짓고 당호로 ‘삼가헌(三可軒)’이라고 붙였다고 합니다. 그 후 자손들이 계속 집을 증개축하여 별당 하엽정(荷葉亭)을 짓고 관리하여 지금의 아름다운 ‘삼가헌(三可軒)’이 되었습니다.

삼가(三可)란 중용에 나오는 말입니다. 공자는 ‘천하국가를 고르게 다스릴 수 있고, 벼슬과 녹봉을 사양할 수 있으며, 서슬이 번쩍이는 칼날을 밟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는 가능한 것(三可能)’이라 하였습니다. 공자는 이어서 ‘그러나 중용(中庸)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중용에 나오는 가능한 일 세 가지를 주자(朱子)는 ‘지인용(知仁勇)’이라 했습니다. 세 가지는 정말 어렵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가능한 일일듯합니다. 가능한 세 가지 일이 이루어지면 떳떳하며 치우치지 않는 정도(正道)의 중용에 가깝다 했습니다.

공자도 ‘배우기를 좋아함은 지(知=智)에 가깝고, 힘써 행동하는 것은 인(仁)에 가깝고, 부끄러워 할 줄 앎은 용(勇)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이 세 가지를 알면 ‘스스로의 몸을 닦을 줄 알게 된다. 몸을 닦을 줄 알게 되면 사람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을 부릴 줄 알면 천하 국가도 다스릴 줄 안다’고 했습니다. 또 ‘훌륭한 사람은 밥 한 끼 먹는 짧은 시간도 인을 실천한다. 인을 어김없이 실천하니 다급해져도 반드시 인에 머물러있다. 곤경에 빠져도 반드시 인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질고 사랑하며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은 잠깐이라도 떠나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본질에 벗어난 듯하지만 이러한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이 용(勇)의 근본입니다. 좌우명, 가훈, 교훈 등에 많이 쓰이는 지인용(智仁勇)은 바로 ‘지혜, 어짊, 용기’를 일컫습니다.

사람들은 부유하게 살고 고귀하게 생활하기를 소원합니다. 가난하게 살고 천덕꾸러기로 살아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합당한 사유나 정당한 사유로 가능한 세 가지 일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언제나 우리에겐 우울한 절망보다도 생생한 희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혜, 어짊, 용기’를 가지는 일이 우선입니다. 그러면 떳떳하게 바른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동규<전 대구중리초등 교장·시인>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건강

교육

가장 많이 본 뉴스

돌아가기